마음 수양

나무처럼

베짱이 정신 2021. 8. 24. 09:25

나무처럼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 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법정스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