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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양

묵은 짐 비우기

by 베짱이 정신 2015. 3. 25.

묵은 짐 비우기 - 법상스님


<<불편함을 이기는 것이 도 닦는 일 때때로 버리는 시간을 가지라>>

가진 것이 너무 많아 하나씩 하나씩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정리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해 오다 이제서야 묵은 일을 시작해 본다.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은 정말로 꼭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말하는데,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이 속에 들기가 어렵다.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욕망의 소산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필요'의 범주에 들어있는 것인가가 보인다. '최소한의 필요'가 아닌 것들은 대개 욕망이 개입된 것들이기 쉽다.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모든 물질마다 제각기 독특한 분별이 따르게 마련인데, 대부분 그 분별로 인해 첫 생각 정리 대상이었던 것들이 다시금 '소유'의 범주로 슬그머니 들어오기 쉽다. 그래서 정리할 때는 마음을 잘 비추어 보아야 그 분별에 속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조금만 방심해 버리면 그놈의 분별심과 소유욕의 불길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많이 버리면 버릴수록 우리의 몸은 조금 더 불편해 지겠지만 너무 편리함만을 따르면 몸뚱이 착심만 키울 뿐, 참된 공부는 불편함을 이겨나가는 그 속에서 이루어진다. 법정스님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이겨나가는 것이 곧 도 닦는 일'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버릴 때는 어려워도 시원스레 버리고 나면 버린 만큼 자유로워지고 평화로워지게 마련이다. 이런 자유로움은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것이지만, 또 누구나 한번의 '무소유'를 실천함으로써 쉽게 얻을 수도 있다.

누구나 이따금 한 번씩은 이런 정리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기적으로 이런 버림의 실천을 행하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사거나 거저 얻게 될 때라도 함부로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훗날 버릴 것을 생각하므로 소유의 굴레 속에서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말로만 수행이 아닌 실질적인 무소유 방하착(放下着)의 수행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방안을 한번 휘휘 돌아보라. 방안 곳곳 집착과 욕망의 소유물들이 넘쳐난다. 지금 그 안에 살고 있는 나는 그 소유물들에 소유당하며 휘둘리고 있지 않은가. 그로 인해 조금의 편리함은 느끼겠지만 도리어 더 큰 살뜰한 행복감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겨울 눈꽃이 이 산사를 또 뒷산 자락을 한창 물들이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피어오른 눈꽃의 고요한 잔치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아름다움이란 아마도 무소유에서 오는 호젓한 평화로움일 것이다.

지난 가을, 화사하게 이 산사를 물들였던 단풍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기며 홀로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왠지 모를 안쓰러움을 느꼈었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일 뿐, 때가 되어 나뭇잎을 떨군 나뭇가지는 홀가분한 자유를 느꼈을 것이다. 낙엽을 다 떨구어 낸 무소유의 호젓한 가지만이 한 겨울 그 어떤 추위에도 결코 시들거리지 않고 우뚝 솟아 그 텅 빈 가지 위로 아름다운 꽃눈을 피우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삶 또한 때가 되면 훌훌 털어 버리고 일어나야 그 텅 빈 무소유 안에서 새로운 삶의 향기로움을 다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겨울, 내가 소유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또 나를 소유하고 있는 이 모든 소유물들로부터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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