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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마음 수양

항상 신중하라

by 베짱이 정신 2013. 4. 15.

항상 신중하라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한 학생이 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시험지를 받아 대충 훑어보니 맨 윗줄에 ‘먼저 마지막 문제까지 모두 읽은 후에 답하시오.’라고 쓰여 있는 것만 빼면 아주 평범한
문제들이었다. 그의 실력이라면 30분도 안 돼 모두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자신만만하게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2분쯤 지났을까. 학생 한 명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시험지를 제출하는 것이 아닌가.

이 똑똑한 학생은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백지 답안지를 내는군.”

그런데 5분이 지나자 7-8명의 학생들이 또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이 아닌가.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것을 봐서는 백지 답안지를 제출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 20문제밖에 풀지 못했던 이 학생은 긴장하며 더욱 속도를 내서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드디어 마지막 76번 문제를 풀려는 찰나, 그 학생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시험지는 풀지 않아도 됩니다.
이름만 쓰면 만점을 받겠지만 문제를 푼다면 한 문제를 풀 때마다 1점씩 깎이게 됩니다.”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학생이 황급히 손을 들고 시험 감독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려 할 때,
다른 몇몇 학생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시험지의 맨 위에 있는 ‘먼저 마지막 문제까지 모두 읽은 후에 답하시오.’라는 한 마디를 보며 신중하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살면서 이런 비슷한 상황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잘난 체하며 남의 말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가 아주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다.
똑똑하다고 자만하여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국 손해는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특히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내면을 비우고 겸허한 태도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장 먼저 익혀야 한다.

이끼가 가득 낀 마음속 잔의 물을 모두 쏟아 내야 깨끗한 물을 새로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마음속의 잔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지혜를 담을 수 있는 넓은 저수지가 필요하다.

잔 속에 담긴 물을 수시로 그 저수지에 쏟아 붓고 마음속의 잔을 늘 빈 상태로 유지시켜야 언제든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루화난, ‘인생의 교과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