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늙으면 비에 젖은 가을 낙엽 같으니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반가운 손님은 아니지
그렇다고 주책맞게 안 늙었다고 말해봤자 꼰대소리 듣기 딱이지
젊음은 하루가 다르게 노화를 향해 줄달음치고
잔소리는 거듭제곱으로 늘어가고
노여움 또한 세제곱으로 급증하누나.
그러나 어쩌랴. 이미 인생의 단 물 쓴 물 다 맛봤으니 고맙게 생각해야지.
좀 더 젊어지고 싶다고 몸부림쳐봐야 추하기만 하구나.
어차피 젖은 낙엽일 뿐인데
죽음을 두려워 말라. 또한 피하지도 말라. 반갑게 맞아들여라.
더 늙어지면 못 노나니 오늘 하루도 열심히 놀아라. 내일 놀 생각은 아예 말고.
지혜는 나눠주고 고집은 버리고, 지갑은 열심히 열어 모두를 기쁘게 하라.
- 광법 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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