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없을 때
- 법상스님 -
생각이 없을 때,
세상에 대한 특정한 믿음이 없을 때,
어떤 견해가 없을 때,
우리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세상은 그저 이대로 평화롭습니다.
평화로운 오후 아무 일 없이
완전히 고요히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거야,
무언가를 해야만 해,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거야 라는 생각, 믿음, 견해가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죠.
그 순간 갑자기 모든 평화는 깨지고, 나는 일순간 부족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이토록 간단하게 당신은 고요한 적멸의 평화를 누리는 자에서 갑작스럽게 무능한 자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천상에서 지옥으로 떨어지기는 이토록 간단합니다.
그 모든 것은 바로 이렇게 '생각'이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각은 그저 나의 생각일 뿐,
그저 왔다가 가는 바람과 같은 것일 뿐, 진실할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가만히 있는 것을 무능하다고 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고, 무수히 많은 증거들이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르게 이 세상에는 가만히 고요히 있는 것을 깊은 평화로,
부처님의 적멸로, 깊은 명상 상태로, 지혜로운 현자와 성인들의 삶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면 그 두 가지 생각 중에 어떤 것일 옳을까요?
아마 죽을 때까지 그 둘 중에 어느 생각이 옳은지의 증거를 찾아도
끝끝내 결론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당신이 마음먹기 나름이지요.
정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가 옳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하면 거기에 성공할 것입니다.
그런 증거는 너무 많으니까요.
후자가 옳다는 증거 또한 무수히 많으니 그것도 성공할 것입니다.
왜 이럴 수 있을까요?
도대체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요?
옳다고 결론을 내리든, 틀리다고 결론을 내리든, 전자의 손을 들어주든, 후자의 손을 들어주든,
그 모든 것은 그저 하나의 '생각'일 뿐입니다.
생각은 진실할 수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생각을 몰아갈 수 있을 뿐.
그러니 생각을 쫓는 삶의 방식에서 우리는 언제나 괴로움을 맛볼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천상에 있다가 지옥에 떨어지기는 한 생각에 달렸거든요.
그런 생각의 농간을 아직도 믿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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