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귀만 소중히 생각하고 눈은 가벼이 여기는가
- 원철스님-
이고가 낭주자사 벼슬을 하고 있을 때 였다.
그는 사관으로 국사편찬에 종사할 만큼 글에는 대가였다.
부임한 고을에 약산유엄이라는 도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불렀으나 세 번이나 거절당했다.
화가 났지만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소홀히 할 수 없어서 어느 날 그를 찾아갔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저렇게 도도한가 싶어 가까이 가서
보니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꾀죄죄한 늙은이에 불과했다.
이고는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해서 한 마디 툭 던졌다.
“얼굴을 보는 것이 이름을 듣는 것만 못 하구나.”
그제야 대사는 고개를
들고 이고를 바라 보면서 지나가 듯 대꾸했다.
“그대는 어째서
귀만 중요하게 여기고 눈은 천하게 여기는가.”
심오한 법문을 줄줄이 늘어 놓아봐야 이 상태에서
무슨 소리가 귀에 들어 가랴.
먼저 이상을 없애고 자기 마음을 비우게 하는 일이
선결 문제인데.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끝내버리는 도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태수는 두 손을 모으고 정색하고는 가르침을 청했다.
“어떤 것이 道입니까?”
진작 그렇게 나올 일이지.
너무 당연한 한 마디.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세숫대야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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