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가진 자일까?
옛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위만 쳐다보고 살지 말고 아래도 보며 살아라'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난 내가 가진 것이 매우 적다고 생각했는데 차분히 하나, 둘 따져보니 정말 간단하네. 아니, 그동안 내가 뭘 했던 것인가? 죽어라 아꼈는데도 말이야? 그동안 앞만 보고 아끼고 저축하며 살아오면서 이제는 은행에 돈 빌리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내 살림을 만들었지만 너무나도 간단하네. 원래 이런 건가?
그러나 절약하여 모은 돈, 그 돈 가지고 뭘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돈을 모았을까? 그랬겠지. 삼십에는 뭐 하고 40에는 뭐 하고 60에는 뭐해야지 하며 절약하며 저축했겠지. 아니면 차곡차곡 쌓이는 재미에 돈을 모았을까? 아마도 불확실한 세상에 의지할 것이라곤 돈 밖에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아 비상상황과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였을까? 자, 이제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비상 대비는 갖췄으니 제대로 내가 가진 것을 해부해 보자.
세상 그 어느 것 하고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이 있고, 친구들이 있고, 작으나마 내 편히 쉴 집(공간)이 있고, 사치품들은 없고, 생존에 꼭 필요한 생활도구들만 있고, 밥 굶을 걱정 없고, 놀거리가 전부인데... 이거 내가 가진 게 적은 것이 아니네?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많이 가진 줄 몰랐네. 그런데 젊은 날에 뭘 찾아 그리도 열성이었을까? 명예 명성 따위를 구하기 위해? 그것이 뭐라고 바람 불면 훅 하고 날아 사라질 것을 구하려 애썼을까? 난 아니었다. 진리를 찾아 방황만 했었다. 그랬어도 이렇게 걱정 없이 살게 되었으니 연구 대상이로다.
이제는 내가 적게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지 알았으니 탈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제대로 쓰면서 살아야겠다. 그런데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 그동안의 잘못된 내 습관이 내 발목을 잡겠지만 고쳐나가야지. 내가 가진 것을 깨지고 부서지지 않게 제대로 소중하게 써야지. 이 만큼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야지.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모든 것에 대해 신세를 갚아나가야지.
- 광법 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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