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거사 베짱이의 무작정 호남 유람기 2편(2017. 1. 4. 수)
- 화엄사,낙안읍성,보성 녹차밭
본인은 딱딱한 방바닥에 자야 잠을 잘 자는데 간밤에 침대에서 잤더니만 영~~ 아니올시다네. 계속 자다 깨다 하면서 잠을 설쳤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지리산 자락이 아름답게 자리하여 기분은 상쾌했다. 또한 날씨도 춥지 않았고. 경사가 급한 산을 일궈 밭을 만들고 그곳까지 시멘트 포장도로를 다 만들어 놓은 것은 모두 다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힘든 개간을 하고 군데 군데 감나무를 심어 과실도 따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의 능력은 무한대라고 생각한다. 단 그 시대에 맞는 만큼만.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여유있게 준비하고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호텔 내에서 먹어도 되지만 지역 주민의 식당에서 먹는 것도 재미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지역 토속어도 들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문을 여는 집이 별로 없어 이리 저리 차를 목고 다니다가 재첩국 파는 집으로 들어갔다. 주인양반들이 아침을 드시고 계셨다. 어제 못 먹은 추어탕이 생각나 추어탕 하나와 재첩국 하나를 시키면서 준비 안되면 재첩국으로 달라고 하니 볼 것 없이 재첩국(8000원)으로 주네. 재첩국은 술 먹은 다음 날 속을 풀어 주는 아주 시원한 속풀이 국이다. 어제 저녁 반주로 몇 잔 마신 것 외에 따로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술국은 아니고 그냥 시원한 국이 되는 것이다.
시원한 아침을 든든히 먹고 구례 화엄사로 출발. 전국 어디든 길이 뻥뻥 잘 뚤려 있어 굳이 고속도로를 타지 않아도 될 정도의 도로 인프라가 좋은 대한민국이다. 쭉 뻗은 남원 순천간 산업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옛 꼬부랑길을 이용하여 화엄사로 간다. 겨울이고 아침이라 그런지 동네마다 인기척이 없다. 그저 고요하다.
화엄사 일주문 앞 매표소에서 입장료 3500원을 내고 절 밑 주차장까지 올라갔다. 옛 기억을 더듬으며 가는데 모든게 많이 달라져 어리둥절 하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계곡의 나무들과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는 영원한데 변하는 것은 사람이라. 물소리를 들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를 혼자 생각해 보았다. 고약하게 변했을까? 아니면 사람답게 변했을까? 자문을 해 본다. 내가 저지른 과오를 참회하며 산다고 말을 하지만 과연 나는 진정 참회를 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를 다그치며 지리산화엄사 경내로 들어가는 문을 넘었다. 예전과는 달리 엄청난 규모의 절로 변화됨이 나를 놀라게 한다. 여기도 템플 스테이를 하기에 그에 필요한 시설들을 갖추느라 변화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종교 시설들이 그들만의 시설로 산 송장이나 다름 없는데 이렇게 대중속으로 들어가는 노력은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신 건물들 속으로 고색창연한 세월의 두께를 입은 고건물들은 단청도 없이 천년을 이어오고 있다. 각황전은 참으로 웅장하며 무언가 가슴을 잡아주는 느낌이 예전에는 많이 들었는데, 신건물들이 화려함과 큰 규모로 압박하여 그 전 만큼의 감동을 못 받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 절을 일대 재정비하여 엄청난 규모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천년을 이어온 각황전, 대웅전 등의 건물은 옛 그대로 지켜오니 다행으로 생각했다.
대웅전 뒤로 구층암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대 숲으로 난 묵언수행의 길을 따라 대나무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고요한 마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구층암에는 부서진 탑이 제일 먼저 반기고 요사채를 돌아가니 이 건물의 기둥이 완전 예술이었다. 잘 다듬은 목재로 기둥을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생긴 나무 자체를 기둥으로 삼은 것이다.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고집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 모든 사람이 다 나의 스승이고, 그 덕분에 나는 살아가는 것이다 라는 깨달음을 그 자연을 옮겨 놓은 기둥이 가르치고 있는 것이었다.
작고 아담한 경내를 이곳저곳 다니며 무념무상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하산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돌아서서 보고 또 보면서 화엄사와 작별하려 하다가 섬진강이 보이는 연기암 가는 길 팻말이 보여 차를 몰고 올랐다. 약 3Km 정도 되는 잘 닦인 비포장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군데군데 암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연기암의 위치는 해도 잘 드는 곳으로 겨울에도 추위 걱정은 없을 듯 했다. 연기암에 도착하여 올려다보면 제일먼저 거대한 문수보살상이 내려 보고 있다.
그 옆에는 부처님의 손과 발모양을 벽과 바닥에 만들어 놓아 그 곳에 올라서고 이마를 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니 나도 신발 벗고 올라서서 부처님의 손바닥에 이마를 대고 소원을 빌었다. 그 소원이 뭐냐고? 그건 비밀이올시다. 연기암을 오르고 내릴 때 본 화엄사 전경은 예술이었다. 걸어서 오르내렸다면 더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여유있게 화엄사 골짜기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순천만을 향해 출발. 네비게이션 없이 이정표만 보고 다니니까 어떤 때에는 빙빙 돌아 갈 때도 있다. 시내를 관통해 가는 길도 있었는데 대로를 가다보니 한 참을 돌아서 갔다. 그런데 이거이 무슨 시츄에이션? 조류 바이러스(AI) 때문에 습지 공원이 폐쇄되었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 배꼽시계가 점심 먹으라 일러주니 근처 식당에 들어가 갈대밭 정식(18000원)을 시켰다.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붐벼야할 때인데 그냥 조용하다. 한 팀만 밥을 먹는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습지공원이 폐쇄되어 그렇다고 한다. 하긴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니 일희일비 할 것 없도다.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 내온다. 짱뚱어탕이 예술이네. 꼬막도 맛나고. 벌교 꼬막 정식보다 더 나은 듯. 점심을 아주 푸지게 먹고 낙안읍성으로 출발. 근데 배가 너무 부르다. 식곤증 오겠는데? 하하하~!!!
낙안읍성이 이곳 주민들을 먹여 살릴 줄 누가 알았으랴. 초가지붕 이엉을 새로 해 산뜻한 멋이 나는게 또 새로운 멋을 창조해 준다. 우리의 성들은 말이 성이지 높이도 높지 않아 과연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까 의문이 참 많이 든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꼬불꼬불 골목길을 따라 가면 뭐가 나올까 상상도 하며 걷는 길은 옛 생각을 하게 해줘서 고마웠다. 이 곳도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많은 곳이다 보니 대장금 촬영지라고 그림과 팻말도 붙여져 있어 호기심도 자극한다. 예전보다는 많은 것들을 손을 봐서 깔끔하고 멋진 옛 풍경을 주는 곳이다. 성내 동헌과 내아, 전시관 등을 돌아보고 성곽길을 걸었다. 잎이 떨어진 앙상한 고목들과 성곽길이 어우러져 정말 멋진 그림이 나온다. 가는 곳마다 그림이 펼쳐지니 이 아니 줄거운가. 한 바퀴를 돌면서 특히 대나무 있는 곳은 낙안읍성을 예술적으로 보기에 아주 딱이다. 사진을 찍어보니 정말로 멋진 옛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나오면서 주막에 들러 막걸리라도 한잔하고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 못함이 한이로다.
이제는 보성 녹차 밭을 향해 출발. 길은 사방으로 뚤려 있어 좋은데 그에 따른 이정표가 여행객들에게는 헛갈리게 되어있어 나 또한 그렇게 해매다가 제 길로 들어서 여유있게 갔다. 이 남도 지방의 가옥 지붕은 참 독특하다. 지붕선이 일직선이 아닌 약간의 가을 두어 휘어진 지붕선이 아주 인상적이다. 그러나 저 집들도 지금 살고 계시는 노인분들 돌아가시면 빈 집이 될 것이고 허물어져 폐허가 될 것이니 이삼십년 후의 농촌 모습을 미리 그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즉, 모든 구조가 다 바뀌어 서구화된 농촌의 모습이 되어있지 않을까?
대한다원 녹차밭에 당도하니 날은 어둑어둑하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가는 입구가 예술이다. 삼나무 거목들이 좌우로 열을 지어 서 있어 새롭고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는 듯 하다. 입장료(2000원)을 내고 들어서니 이 곳이 산속 골짜기라서 해가 넘어가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이 또한 석양속의 녹차밭을 보는 것이니 그 맛도 있다.
전망대까지 오르며 이 차밭을 만들기까지 노력한 사람들의 노고도 생각해 보았다. 이렇듯 선구적인 사람들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보는 것이다. 그럼ㄹ 나는 과연 어떠했나? 자문을 해보니 내 나름대로 교육계에서 앞서가는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각 분야의 사람들이 이렇듯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해야 진정한 사회의 변화가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우친다. 녹차밭 산책을 끝내고 녹차 판매장을 들어서서 보니 다양한 제품이 보인다. 나는 원래 차를 안 좋아했는데 중국에서 녹차를 마셔보고는 그 뒤로부터 녹차를 자주 마셨는데, 중국 녹차보다는 한국 녹차가 훨씬 품질이 좋다고 느낀다. 맛과 향, 색에서 훨씬 고품질이다. 녹차의 종류가 4가지정도 되는데 우전(첫물차), 세작(두물차), 중작(세물차), 대작(끝물차)로 찻잎을따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이중 맛,향,색의 으뜸은 우전차. 그러나 값이 비싸지. 티백으로 된 것도 있어 선택이 다양하다. 그러난 본인은 세작을 샀다(50000원). 이 세작도 참 맛과 향, 색이 뛰어나다. 이 차를 사니 커피도 한통 주네? 어??? 녹차 판매장에서 선물로 커피도 주다니...허~~ㄹ!!
벌교가서 저녁으로 꼬막정식을 먹을까하다가 해가 떨어져 깜깜하니 되돌아 갔다가 오기가 그렇고 그래서 그냥 강진에 가서 저녁 먹고 모텔에 가서 자기로 하고 강진으로 출발. 한 밤중처럼 깜감하여 운전하기 어려웠지만 여유있게 어둠을 즐기며 갔다. 뻥 뚫린 길을 따라 가다보니 그 지역 차들은 아주 쌩생 잘 달린다. 그러나 나는 규정 속도 맞추며 천천히 갈 수 밖에. 강진읍내 들어가 식당을 찾으니 참 힘들었다. 경찰서 옆 한정식 집에 들어가서 2인도 파냐고 물으니 4인 한상만 팔아서 안된다고 하시네? 2인용으로 줄여서 팔면 안되나? 그런데 웬걸 식당안에 단체 손님인지 바글바글하네. 아하~~ 바빠서 그러시는 구나. 이리 저리 차를 몰고 다니다 추어탕을 파는 집을 발견 들어가 저녁을 먹으며 잎새주 한 병을 해치웠다. 그런데 이 집의 음식솜씨는 별로였다. 원래 남도의 음식은 같은 값이라도 제 값을 하는 것인데 이 집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나그네가 이것저것 가릴 수야 없지. 그저 감사해야지. 저녁을 먹고 모텔을 찾아서 가는데 빤히 보이는 간판인데도 돌고 돌아서 갔다. 익숙하지 않은 길이라 그러리라. 한 모텔에 들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돈을 지불하렸더니 현금만 받는다고 하는데 말투가 아주 경박한 교양없는 남도 말을 하네? 그래도 현금 4만원을 주고 방으로 올라갔는데 이거이??? 방은 냉방이고 침대의 장판이 온도 조절도 안되는 것이렸다. 주인장에게 방을 바꿔 달라고 하여 옮긴 방에는 컴퓨터도 안되지만 훈훈하고 따뜻하여 하루의 피로를 푸는데는 알맞았다. 역시 온돌방이 좋아. 침대는 괴로워. 그러나 어쩌랴 온돌방이 없다니...다 정리하고 잠 자리에 드니 밀려오는 행복감과 피로가 꿈나라로 인도하지만 오늘밤도 잘 자려나?
백수거사 베짱이! 오늘도 존경하는 부인과 즐거운 여행을 하였으니 푹 쉬셔~~!!.
내일 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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