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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백수거사 베짱이의 무작정 호남 유람기 마지막(4)편(2017. 1. 6. 금) - 채석강, 내소사, 군산

by 베짱이 정신 2017. 1. 11.

백수거사 베짱이의 무작정 호남 유람기 마지막(4)(2017. 1. 6. ) - 채석강, 내소사, 군산

 

  간 밤의 모텔은 온돌방이고 절절 끓어서 이불도 덮는둥 마는둥 하며 편히 잘 잤다. 커튼을 열고 밖을 보니 어제와는 달리 하늘이 맑다. 여행 내내 미세먼지로 맑은 날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 아침은 백합죽을 먹기로 했다. 부안의 명물이 백합조개가 아니던가. 모텔을 나서니 길바닥에 물이 뿌려진 듯했다. 밤 사이에 비가 살짝 왔나보다. 내 차도 꼴이 말이 아니게 더러워졌다. 세차를 해야되는데 이거 어쩌지? 걱정만 했다.

 

                                             <돌이 드러난 변산해수욕장>

  우선 백사장을 산책했다. 여름 해수욕 철이었으면 모래를 다 덮었으리라만 겨울 비수기라 모래가 쓸려나간 데로 그대로이다. 전국 유명해수욕장이 처한 공통된 문제이다. 육지에는 콘크리트 옹벽을 쳐서 모래 유입을 막고 바다에선 바닷모래 채취와 간척사업으로 인한 조류의 변화로 예전의 곱던 백사장이 다 사라져가고 있는 형편이 아니던가. 임시방편으로 여름철에 모래를 사다가 덮어 한철 놀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다 쓸려 나가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밑바닥의 돌이 다 드러나고 파도에 떠밀려온 해초들이 백사장에 뒹군다.

 

                                              <노을공주상>

돌이 드러난 백사장 산책을 마치고 보니 해넘이 채화대 근처에 인어공주처럼 생긴 상이 보여 그 쪽으로 갔다. 바닷물이 많이 들어와 백사장 쪽으로는 접근이 불가하여 전망대쪽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못 들어가게 나무로 막아놨더군. 그 틈새로 내려가 어떤 이름인고 살펴보니 인어공주가 아니고 노을공주라고 쓰여있네. 그걸 읽고 보는 순간 어이구,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돈만 낭비했구먼~~’ 차라리 그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해서 형상화 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내던지하지~~쯧쯧, 누구나 처음보면 인어공주 라고 할거아녀? 나도 처음에는 인어공주가 서 있다고 생각했지. 돌로 만든 조각품의 발도 떨어져 나가고, 그 기반이 되는 암석(?)은 단단한 암석이 아닌 점토질이 섞여 잘 부스러지는 위에다 설치해 놨으니 얼마나 지탱할고?

 

                              <바위에 앉은 노을 공주와 멀리 물에 잠긴 채석강>

씁쓸한 생각을 잠시하고 백사장을 나왔다. 밀물 때라 채석강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 그냥 멀리서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하여튼 대한민국은 국토면적은 작지만 다양한 것들이 구석구석 있어서 아기자기한 나라임이 틀림없다. 예전에 채석강 바위에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세발낙지를 다라에 담아가지고 와서 팔고 그것을 나무젓가락으로 둘둘 말아서 먹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백합죽을 먹으러 갔다. 어제 밤의 그 횟집이 아닌 다른 집으로 갔다. 아침식사를 파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들이 혼재해 있었다. 불이 켜져 있는 집은 아침영업을 하는 집이다. 아침 손님들이 없다. 다들 아침 먹고 갔나? 아니면 우리가 제일 늦은 것인가? 하긴 나는 시간의 속박을 안받는 백수이니 내 마음대로 가면 된다. 백합죽(10,000) 반찬도 젓갈에 짜지 않은 여러 것들을 내어 주셔서 아주 맛나게 먹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오래전에 인간시대에 나왔던 곰소항 육자매들이 곰소를 떠나 격포 채석강 쪽으로 이사 와서 장사를 한다고 한다. 그 육자매들이 TV에 나오고 나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TV의 위력이 대단함을 느껴본다. 이쪽 격포 채석강에 온 이유도 소금을 사기 위해서이다. 식당 아주머니가 농협에 가면 그래도 안 속고 살 수 있으니 농협으로 가라고 한다. 농협에서 소금을 20Kg짜리 두 포대를 샀다. 곰소 소금이 아닌 고창소금이란다. 한 포대에 8000원이다. 차에 싣고 잠시 물을 두바가지 얻어 더러워진 차를 닦고 내소사로 출발.

 

곰소를 지나 내소사로 향하기에 기왕이면 곰소 소금을 사자고 하여 길가에 소금과 젓갈을 파는 가게에 들러 한포대를 샀다. 그런데 무려 20Kg 한 포대에 20000원을 달라고 한다. 원래 비싸다고 한다. 곰소 인근에는 오염원이 없어서 소금이 깨끗하다나? 소금만 사고 나오기가 뭐해 조개젓(10,000)과 밴댕이젓(7,000)을 사니까 갈치젓을 먹어보라고 작은 통에 따로 담아주시네. 젊은 아주머니인데 장사 솜씨가 좋다. 그려~ 상냥하고 인심 좋으면 장사가 더 잘되는 법이지. 이 가게는 절대 안 망할 것 같다. 명함까지 주면서 택배도 되니까 주문만 주시라고 말을 한다.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말이 있지. 그 말이 딱 맞는다. “아주머내 부자되세요!!”

 

                                      <능가산 내소사 일주문>

아침햇살 맞으며 내소사로 향하는 길은 상쾌하였다. 어제 밤에 깜깜절벽 속을 운전하며 왔던 길을 다시 가면서 밤에 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들을 보면서 가니 더 아름다웠다. 내소사 입구는 몇 년 전과 비교해도 변화가 없는 듯하다. 길 양옆으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장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네. 입장료(3000)을 현금밖에 안 받는다고 하네? 뭔 일이랴? 배짱인가? 하여튼 지불하고 내소사의 명물 길인 전나무 숲길을 걷는데 단체관광객들이 앞서 가며 내는 소리가 영 귀에 거슬렸다. 천천히 숲길을 즐기며 경내로 들어서니 단청을 입히지 않은 고색창연한 절의 집들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단청을 입히지 않아도 이렇게 아름다우니 영원히 단청을 안했으면 싶다. 내소사를 감싸고 있는 능가산 또한 절경이다. 능가산 품에 안긴 내소사는 선운사(禪雲寺)의 말사이다. 633(무왕 34)혜구(惠丘)가 창건하여 소래사(蘇來寺)’라고 하였다. 소래사가 내소사로 바뀐 것은 중국의 소정방(蘇定方)이 석포리에 상륙한 뒤, 이 절을 찾아와서 군중재(軍中財)를 시주하였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고쳐 불렀다고 전하나 사료적인 근거는 없다고 한다.

 

                                          <내소사 전나무숲길>

                                                     <대웅보전>

                                                       <설선당>

이 절의 요사채인 설선당 건물의 부엌에 들어가며 아주 커다란 솥이 걸려 있다. 지금은 모든게 전기와 기름으로 난방을 하니 불 때던 부엌의 역할을 다해 지금은 그냥 관리만 하는 듯했다. 대웅보전의 문살도 예술이다. 사람도 저렇게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익어지고 원숙해 져야 되는데... 나는 어떤 얼굴로 늙어갈까? 이런 생각도 하면서 경내를 거닐며 더욱 바르게 살도록 노력하자속으로 다짐을 해보았다.

 

 

아름다운 내소사를 뒤로하고 국도를 따라 군산을 거쳐 집으로 가기로 했다. 길은 역시 좋아 만경평야를 지나 군산 은파유원지를 잠시 눈으로 보고 옛 장항 가는 배를 타던 도선장 근처에 있는 수산물 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수산물 시장은 냄새가 대단하지만 활기가 넘치고 사람 사는 게 이런 거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염기가 많은 수산물을 취급하니 철골로 만든 이 건물 곳곳에 붉은 녹이 슬었고, 세월이 흘러가니 건물도 낡아가네. 2층에 있는 회센타로 갔다. 이 곳은 군산에 올 때마다 들러서 점심을 먹는 곳인데 알맞은 가격에 맛 좋은 회와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 장식은 없고. 창 밖을 보면 지저분한 광경이 보일뿐이다. 갯벌과 흙탕물, 바다건너 옛 장항 제련소의 굴뚝, 한가한 장항을 볼 수 있다. 우럭을 시켰다. 기본으로 주는 반찬과 음식이 둘이 먹기에 알맞게 준다. , 멍게, 조개탕, 개불, 전복 등등 눈과 입이 행복하다. 특히 이 집의 상추가 아주 맛있어 어떤 종류냐고 물으니 아삭이 상추란다. 식감이 아주 좋고 맛도 뛰어나 우럭을 싸서 먹었다. 회를 먹을 때는 소주가 딱인데... 운전을 해야하니 생각조차 안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매운탕까지 주시는데 어? 이거 맛이 예술이네? 이렇게 맛이 있어도 되는겨? 조미료를 뭘로 써서 이런 맛이 나올까? 조미료 안쓰면 절대 이런 맛이 안 나오는데...난 원래 매운탕을 먹으면 국물과 채소만 건져 먹는데 오늘은 이것 저것 다 맛을 보며 먹었다. 아주 일미였다. 거기다가 밥도 갓 지은 맛난 바을 주시네.

 

아주 맛나게 점심을 먹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오며 건어물 가게를 지나며 살 것 있으면 사가지고 가자고 존경하는 부인께 물어보니 No!!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나올 수 밖에.

 

이번 갑자기 무작정 떠나온 호남 유람은 아주 편히 잘 먹고, 잘 놀은 여행으로 이 베짱이가 늘 추구하던 삶을 실천한 것이다. 전에는 차를 운전하면 자꾸 졸기 때문에 위험하여 장거리 여행은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졸지도 않고 신나게 다녔다. 백수생활을 하니 이제 건강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돌아오는가 보다. 그렇다. 모든 게 다 나로부터 나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다. 비우고 또 비워 욕심없는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상상속의 일을 만들어 보는거야.

 

백수거사 베짱이씨 고생했소. 그러나 그것도 다 아름다운 추억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받으시오, 그리고 신선같은 삶을 만들어 나가시오. 신선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오. 바로 당신 마음에 있다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