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거사 베짱이의 탐라도 유람기(2017. 1. 18 - 20) - 첫날
존경하는 부인과 함께 오랜만에 제주도를 간다. 한 10년이 넘은 듯하다. 같은 나라지만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 이국적인 곳인 탐라도를 유람하러 간다. 투어이천 패키지 상품으로 1인당 30만원씩 내고 2박 3일 여행가는 것이다. 난 패키지 상품이 편코 좋다. 돈만 내면 다 해결해 주니까. 물론 내 맘에 다 차지는 않지만 운전을 안 하니 술도 마음대로 먹고 여러 가지 고생을 덜어주니 고맙지. 그래도 해외(제주도)인데 육지와 같은가? 해외스럽게 해야지. 김포에서 12시 30분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간다. 김포공항은 오래전에 지어져서인지 인천공항의 세련됨에 비해 우중충한 느낌이 든다. 지진을 대비하여 내진 시설을 보강해서인지 보이지 않던 철제 기둥들이 마치 설치예술품처럼 설치되어 있다. 관심없는 사람들은 저게 뭐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것이다. 하늘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안개 낀 것처럼 흐리다.
비행기는 국내선인지라 단거리 이동에 알맞은 크기로 거의 만석을 이루고 비행하는 듯하다. 이것만 봐도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사는 지 알 수 있다. 제주까지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다. 그래도 제주도가 있어 1시간 비행할 수 있으니 고맙지. 일본이 패망할 때 일본이 조선에서 철수하는 회담을 미국과 할 때 일본놈들이 제주도를 떼어달라고 거의 마지막까지 매달리던 섬, 그 섬이 조선의 상황과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이 인심쓰듯 떼어줬다면 어땠을까? 독도에 대한 뚜렷한 언급이 없어 지금껏 일본 놈들이 독도를 지들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집요하게 공갈 협박을 하지 않던가. 이런 소중한 국토의 남쪽 제주도이다.
1시간의 짧은 비행동안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보고 사설도 읽다보니 금방 내린다. 점심을 먹지 못해 공항 4층에 있는 식당가에 가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로 하고 가니 짬뽕을 파네? 그래 얼른 들어가서 난 짬뽕 부인은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맛은 조미료 맛. 갈수록 조미료 맛이 입에 거슬리니 이거 참..노화현상이로다.
가이드와 만나 다른 일행 부부와 함께 오늘 일정 중 첫 코스인 신창해안도로와 차귀도 잠수함 타는 것을 시작하는데 우리 모두 4명인지라 택시로 시작하네? 다른 일행들은 버스로 다니고 있어 오늘만 택시로 다닌다고 한다. 덕분에 편한 여행이 되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정말 엄청 변했다. 10여년 전에는 그래도 옛 주택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그런 주택을 찾을 수가 없네. 제주도 서해안 전체가 하나의 도시처럼 되어버렸네. 수많은 식당과 펜션, 호텔 등등 현대식 건물들이 길 양옆으로 즐비하다. 제주다운 멋이 다 사라진 듯하다. 대한민국이 다 똑같다. 농경지에는 푸른 채소들이 아직도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채소(양배추, 콜라비, 배추, 취나물, 당근 등등)들이 겨울동안 우리의 식탁을 푸르게 만들어 주는 효자가 아니던가? 밭의 경계는 화산석인 현무암으로 바람을 막게 낮은 담을 치고 군데군데 큰 삼나무들이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며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준다.
제주도 인구가 약 67만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중 40%만 원주민이란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사고치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란다. 섬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습관, 지형들을 잘 모르니 이상한 사고 칠 수 밖에. 또한 인구대비 차량이 제일 많은 곳이 제주도이며 기름 값도 육지랑 별 차이가 안 난다고 한다. 중국에서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려서인지 중국인관광객이 거의 없다고 한다.
현경면 쪽으로 가니 농지가 없고 거의 모래밭이다. 그 모래 위에는 손바닥 선인장이 자리하여 지금은 백년초라는 선인장 열매로 소득을 올리는 곳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물론 예전에는 살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농사지을 곳이 부족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무 쓸모없는 줄 알았던 손바닥 선인장의 열매가 건강식품이 되어 고소득을 안겨주니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음을 생각해 보면서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신창해안도로 근처에는 풍력 발전기가 바다위에 서서 날개를 바람에 맡겨 돌고 있고 흐린 하늘을 닮은 바다는 어둡고 무거운 얼굴로 파도에 일어나는 하얀 포말을 뿌리며 여기가 제주도라는 것을 알려 준다.
차귀도는 제주도의 여러 섬 중에서도 그 자태가 빼어나 손에 잡힐 듯 바다에 잠긴 모습이 주는 당당함이 보는 이의 넋을 놓게 하는 곳으로, 옛날 호종단이라는 중국 사람이 장차 중국에 대항할 형상을 지녔다하여 이 섬의 지맥과 수맥을 끊어 놓고 돌아가려 하는데 갑자기 한라산신이 날신 매가 되어 날아와서 이들이 탄 배를 침몰시켰다고 해서 차귀도라는 이름이 전해 오고 있다고 한다.
차귀도 잠수함을 타기위해 항구에 내려 이동선을 타고 바지선까지 간다. 이동하는 배는 해적선처럼 색과 선장의 복장을 했는데...어째 제주도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며 그냥 허허 웃었다. 서양 해적들이 제주도를 근거지로 삼았나? 아무리 재미를 준다고 해도 이해가 잘 안되었다. 바지선에 오르니 사진을 찍어준다고 한다. 기념으로 찍어준다고 하는데 그건 나중에 봐야알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나?
잠수함은 관광용이라 조그마하다. 들어가는 입구와 계단 모두 좁고 가파르기에 조심해야 한다. 안에 들어서면 양옆으로 동그란 관망창이 있어 바다 속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양쪽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한쪽 면으로만 보게 모두 같은 방향으로 앉았다. 물속 시계가 명확하지 않아 바위에 붙어있는 산호와 감태류 같은 것들의 선명도가 TV에서 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새롭다. 볼거리를 주기 위해 잠수부가 따라다니며 물고기 먹이를 주니까 자리돔과 돌돔, 쥐치 등이 잠수부를 따라 다니며 먹이 활동을 하는데 그게 광망창으로 보니 수족관의 물고기를 보는 듯했다. 해저 관광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니 사진을 뽑아서 전시해 놓고 가져가라고 한다. 물론 큰 사진은 돈을 내야지. 얼마? 1만원. 그럼 무료사진은? 물론 아주 작은 거였지. 잠수함 이용료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만.
오늘 일정을 마치니 벌서 어두워졌네. 제주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많은 차들로 도로가 붐볐지만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게 저녁을 먹을 식당에 도착했다. 저녁 메뉴는 돔베기와 옥돔구이다. 돔베기는 돼지고기로 삶아서 내놓고 옥돔은 마른 옥돔을 구워서 내 놓은 것이다. 옥돔은 비린내가 참 많이 나더군 말린 것인데도 불구하고서리. 식사만큼은 중국보다 못하다. 물론 중국과 모든 것이 다르지만 먹을 수 있는 것과 눈으로 볼 때 푸짐한 것이 중국이 더 좋다. 이러니 중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먹을 게 없다고 불평을 하지. 한국인인 나도 그렇게 느끼는데 오죽하랴. 처음만난 일행과 소주 한병을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터 나가며 저녁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데 밤길이라서 그런지 완전히 깜깜절벽 같이 고요하다. 호텔은 지은 지 2년밖에 안되어 그런지 아주 깨끗했다. 창을 열고 밖을 보니 주변의 풍경이 별거 아니다. 내일 아침은 8시부터 관광시작이다. 푹 자야지. 그런데 이거 또 침대네? 침대는 허리가 아파서 잠을 설치는데 이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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