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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백수거사 베짱이의 탐라도 유람기 3편 - 마지막 날(2017. 1. 20. 금)

by 베짱이 정신 2017. 1. 27.

백수거사 베짱이의 탐라도 유람기 3- 마지막 (2017. 1. 20. )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 밤사이 창밖은 바람으로 난리 부르스를 쳤는데 술 한 잔 마시고 자니 모처럼 편하게 한 번도 안 깨고 편히 잤네. 오늘의 출발시각은 10분 당겨져 750분이므로 일찍 서둘렀다. 오늘 아침도 역시 죽으로 해결하는데 식은 죽이다. 그래도 뜨거워야 되는데 아쉽다. 그런데 식당 아줌마가 계란 후라이를 하나씩 해서 주시네. 고맙게도. 식사 후 방에 들어가 마무리 정리를 다 하고 가방을 들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미친 듯이 심하게 불고 하늘은 마치 금방 무엇이라도 뿌릴 것 같은 얼굴로 제주 바다를 보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제일코스로 기념품가게(?)로 갔다. 가는 도중에 가이드의 청산유수 선전은 참 일품이다. 자수정을 선전하는데 이거 안하면 큰 일 날것처럼 말한다. 나이 먹어서 물건을 안사면 민망하여 가능하면 조금씩 사준다. 방향제, 수분크림, 귤차 등을 샀다. 제주 현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가게였다. 이런 가게도 종업원은 전부 여자다. 남자들은 어디 힘쓰는 일에나 쓸까 쓸모가 없나보다. 어디든 다 여자 인력이다.

 

 

  바람불고 눈발도 날리고... 이거 날씨가 변덕이 엄청 심하네. 한울랜드로 향해 가는 길 양 옆으로는 삼나무가 밭 주변에 자리하여 바람을 막아주네. 한울랜드는 광물, 화석, 연박물관이 있는 테마공원으로 광물관에 들어서니 입이 떡 벌어진다. 규화목과 각종 화석 암석 등이 지구의 역사를 말해주며 이런 광물과 화석을 수집한 수집가가 누구인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석회석 동굴에서 떼어 온 것 같은 종유석 전시물이 있어 한편으로는 이거 불법적으로 가져온 것이 아닌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 나라 석회석 종유동굴에 가보면 중요부분이 다 떨어져 나간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는데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다. 박물관 코스를 돌다보니 나중에는 연박물관과 연결되어 세계 각국의 연과 우리의 각종 연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연만으로도 훌륭한 장식이 되고 멋진 벽화와 같음을 느꼈다. 또 세계 각국의 연을 보면서 코메디언 이주일씨의 코메디가 생각나 피식 웃었다. 그 내용은 세계 연날리기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소련연(소련년)이 날아 오르고 있습니다. 이어 중국연(중국년), 일본연(일본년), 미국연(미국년)이 연이어 오릅니다. 우리말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지 않은 아주 재미있는 코메디이다.

 

 

  박물관을 나오니 눈보라가 마구 몰아친다. 제주가 바람이 세다고 하지만 정말 대단히 분다. 5분 동안의 슬로우 말타기를 하러 승마체험장으로 간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아름다운 삼나무길을 지나 승마장에 도착하니 눈보라가 말이 아니다. 아주 대단하다. 그 가운데 말을 타러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서부 카우보이처럼 모자를 쓰고 빨간 조끼를 입고. 나는 흰말을 탔다. 백수가 타면 뭐하나? 행운을 기대하는 젊은이가 타야지. 그런데 말들의 배가 다 불렀다. 새끼를 가진 말이 아닌가 싶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말들이 천천히 슬로우 슬로우로 간다. 미친듯한 눈보라에 말들도 고개를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돌리며 천천히 간다. 사람이 하는 눈보라를 피하는 몸짓과 같다.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사람도 고생했지만 말들도 고생했다. 이곳 제주 말에도 숫놈은 값이 삼백만원이고 암말은 3~4천만원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암말은 생존기간동안 새끼를 벤다는 것이다. 도축하는 말들은 거의 숫말이란다. 참 암말들의 일생도 인간의 시각으로 봤을 때 불쌍하다.

 

 

  성읍 민속마을로 간다. 성읍 민속 마을은 1416년(태종 16) 지금의 성산읍 고성리에 설치되었던 정의현청이 1423년(세종 5) 지금의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로 옮겨진 이래 1914년 군현제가 폐지 될 때까지 500여 년간 정의현에 의해 관리되었던 유서 깊은 마을이다. 성읍 민속 마을의 정의현성 안에는 약 110호의 가옥이 있으며, 성 밖에도 많은 가옥들이 있다. 성읍 마을은 오백년 동안의 도읍지였으므로, 유형 무형의 문화재가 꽤 많이 있다. 국가 지정 문화재로는 천연기념물 제161호인 느티나무 및 팽나무가 있으며, 중요 민속 문화재로 조일훈 가옥, 한봉일 가옥, 고평오 가옥, 이영숙 가옥, 고상은 가옥이 있다. 이외에도 제주도 지정 문화재로 정의향교와 일관헌 등의 건축물이 있으며, 민요와 돌하르방, 초가집 등 숱한 문화유산들이 있다.

 

 

  말이 민속마을이지 생활하기 불편하니 주민들 대부분은 근처 새로 지은 집에서 산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제주의 토속적인 모습이 남아있어 추측을 가능하게 해 줘서 고맙다. 그런데~ 어느 한 집으로 들어가며 안내를 해주는데 그게 결국은 그 집에서 물건을 팔기위한 안내였다. 흑오미자와 말기름, 말뼈가공품 등을 파는 것이다. 여기서도 선전하는 사람의 말솜씨는 일품이다. 아주 힘 안들이고 슬금슬금 청산유수다. 눈보라에 추위를 잠시 녹이고 나왔다. 제주 똥 돼지우리도 만들어 놓고 돼지도 가져다 놓았다. 제주도는 모계사회라 할머니가 딸들을 한 집에 데리고 산다나? 그래서 한 집에 집이 여러 채가 있다고 한다. 제주의 여러 특성상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긴 현재는 부계사회에서 다시 모계사회로 돌아가지 있지 않는가? 이래저래 남자들의 역할을 동물에서와 마찬가지로 종족 보존의 역할뿐(?)....남여 서로 존중하며 사는거지 뭐 별거있나?

차가운 눈보라 휘날리는 가운데 짧은 구경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으아~~ 춥다. 토종불고기와 좁쌀막걸리를 먹는데 언제나 먹는게 부실. 흑돼지불고기에 고사리를 넣어서 먹는 것인데 난 별거 아니다. 막걸리를 마셔보니 당류를 첨가하지 않아 시금털털 막걸리의 원래 맛이 난다. 그것도 한 잔 맛만보는데 날이 추우니 추위에 맛이 도망갔나보다.

 

  점심 후에 우도관광이 계획되었었는데 거센 바람으로 배들이 출항금지라서 관광코스를 바꿔 커피박물관에 가서 커피족욕을 하는 것이다. 역시 가는 도중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커피 냄새도 별로 안나는 미적지근한 물로 족욕을 한다. 일정시간 발 담그고 있다가 각자가 소금으로 발 맛사지를 하고 씻고 크림 바르면 끝이다. 이것은 시간 때우기용이 아닌가 생각했다.

 

 

  한화그룹에서 하는 아쿠아플라넷 수족관을 간다.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안가에 거대한 넓이를 차지하고 근처에는 해변이 아름다운 섭지코지 해변이 있다. 63빌딩 수족관을 보는 듯. 단 규모가 조금 더 크고 넓었다. 아이들과 같이 온 가족들이 많다. 외국인은 없고 거의 한국인이다. 그 많았던 중국관광객들은 한 명도 없다. 지금 중국이 감춰뒀던 발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역사는 다시 되풀이 되는 것인가? 우리가 역사에서 아직도 배우지 못했단 말인가? 음흉한 중국 지도부의 한한령으로 한 순간에 관광객이 끊어지게 하는 중국. 전방위로 가해지는 중국의 치사한 압박을 이겨내야지. 우리는 그런 민족이 아니던가? 예와 의를 모르는 야만족들에게 우리 선조들이 해왔던 것처럼. 이겨낼 것이다. 중국인 스스로 그들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 수많은 물고기와 거대한 수족관 그리고 오션아레나 공연을 보았다. 외국인 단원들이 벌이는 수중공연은 추운 날씨에도 열심히 물속에 빠지고 공연하는 모습에서 직업인의 직업의식을 보았다. 물개도 나오고 돌고래도 나오고. 스토리있는 공연이었지만 내 눈에는 별 감흥은 없고 단지 출연자들이 고생 많다는 측은지심만 있었다. 아마도 늙어서인가보다. 인간이 스스로 즐겁게 살기위해 다양한 서커스, 놀이 등등을 만들어 각 연령대에 맞는 유희를 즐기지 않던가?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다 시들하니 아마도 정신이 많이 늙었나보다.

 

 

  공연이 끝나고 제주로 넘어와 저녁을 먹는데 용두암 근처 해녀촌에서 전복죽이나 회덮밥을 미리 신청해서 도착하면 바로 먹은 구조로 되어있으며 이건 먹는 사람이 돈을 내야한다. 이곳 음식 역시 역시나. 관광지라 그런가? 어제 밤의 회정식도 그랬는데... 같은 호텔에 묵은 분들과 한 자리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먹었다. 물론 소주도 한잔 하면서. 소주는 한라산 소주.

 

 

  폭풍같은 바람이 부니 배들은 모두 출항정지가 내려졌고 비행기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항으로 식사후 바로 출발. 95분 비행기인데 그겻은 취소가 되면서 7시 반 비행기로 바꿨다. 국내선 면세점에 들러 정관장 홍삼을 하나 샀다. 공항 내는 완전히 시장이다. 전국 각지로 가는 비행기들이 각 출발게이트에서 대기중이고 사람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참으로 이번 제주여행은 바람 많은 제주도를 실감하고 간다. 또한 상전벽해 현대화된 제주를 보면서 천연 자연을 너무나도 많이 훼손한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종합적인 계획에 의해 제주도가 운영되겠지만 현재 도지사를 도민들이 직접 뽑는 상황에서 도지사의 인기영합주의로 자신의 결재하에 할 수 있는 일을 마구잡이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염려된다. 제주의 가옥이 육지나 다름이 없는데 제주만의 특색이 하나도 없어 아쉽다. 바람과 돌의 특성을 살린 현대화된 가옥 탄생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다음에 제주에 온다면  한라산 등반하러나 와야지 관광으로 다시 오기는 내키지 않음을 숨길 수 없다. 음식의 질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 이것 또한 중요한 점인데 육지와 같은 아니 더 비싼 음식값을 치르면서도 대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 떻게 해결할 것인가? 제주도가 해결해야 할 일이로다. 김포로 오는 비행기 역시 만석에 가깝다. 잘 사는 대한민국. 정말 잘 사는 것일까? 품위있게? 혼자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