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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백수거사 베짱이의 탐라도 유람기 2 - 둘째날(2017.1.19.목)

by 베짱이 정신 2017. 1. 24.

백수거사 베짱이의 탐라도 유람기 2 - 둘째날(2017.1.19.)

 

  침대의 불편함 속에 잠을 뒤척이다 날 샜네? 세면을 하는데 아니? 온수가 나오다 냉수가 나오다 하는 통에 아주 조심을 하면서 단장을 했네. 아니? 호텔은 새것인데 우째 이런 일이...???

백수생활을 2년 넘게 하다보니 자연스레 아침을 안 먹게 되네, 물론 활동량이 적으니까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오늘 즐거운 관광을 할 수 있기에 1층 식당에 가서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 중에 죽과 채소반찬을 먹었다. 속이 편하니 아주 좋다. 주변을 보니 젊은 친구들은 밥을 고봉으로 가져다 놓고 고기와 기타의 것들을 맘껏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젊음의 특권이리라. 그렇게 먹어야 움직이지. 잘 했어요 젊은 양반.

 

8시에 버스가 픽업하러 오기에 나갔더니 바람 상쾌하고 하나도 춥지가 않다그런 곳이 바로 제주도. 물론 하늘은 흐리고 지저분하게 보였지만 느낌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첫 관광지로 카멜리아 힐(동백 동산). 입구에는 돌하르방이 썬그라스 끼고 꽃목걸이도 하고 반기네. 세월이 변해서 아니 내가 변해서 돌하르방에 대한 느낌이 없는 것인가? 아침이라 관광객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 잡아봐라 하며 영화 찍는 남녀들이 있네. 역시 젊음은 아름다워. 늙은이들이 하면 주책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난 나의 전직업상 모든 방면에 신경이 쓰여 다양하게 활동하였는데 제주에 와 이런 특화된 곳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한 우물을 파면 뭐든 이룬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신경 쓸 수 없는 부분을 줄기차게 파고 파서 하나의 전문성을 이루고 결과물을 이렇게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성공이 아니냐. 하긴 나는 인간을 상대로 했고 다행히도 교도소 가는 놈들 안 만들어 냈기에 위안을 삼지만 말이다. 아니 이거 지 합리화 아녀?

 

제주의 화산암에 다양한 동백나무와 예술적인 길과 조경은 정말 구경 온 사람들에게 평화를 준다. 게다가 제주는 낙엽이지지 않으니 한 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니 더욱 새롭게 느껴지고 스스로 치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 겨울에 빨갛게 아니 다양한 색깔로 피는 동백을 보며 생명의 존엄함과 신비함을 느끼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멋진 장소이며 영화를 찍고 싶은 장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음으로 관광농원으로 간다. 석부작이 많은 곳인데 이곳이 제주 농민들이 감귤밭을 폐지하고 여러 농가가 모여 돈 더 잘버는 농원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엄청 높이는 곳이다. 펜션도 있고 게다가 산삼 배양근으로 엄청난 돈을 모으는 곳이 되어 버렸네. 물론 귤나무도 사진 찍기용으로 남겨놓고. 건강식품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은근하게 선전하는 모양이 고단수 이다. 산삼 배양근과립과 산삼배양근 술을 맛 보여 주면서 이래도 안 살거야 하는데 마음 약한 베짱이는 모르는 척 배양근 과립 한 개를 샀지. 얼마? 10만원. 나이 먹어서 안 사는 것도 스스로의 검열에 미안함과 타인의 평화를 위해 산 것이다. 사실 석부작 농원은 구경보다는 물건 파는 것이 더 목적이다. 알면서 속아주는 게 나이든 사람의 미덕일까? 아무리 상술이라도 사람 먹는 식품이니 조심해서 만들었겠지...

 

  제주에 여러번 왔지만 주상절리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사진상으로는 봤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처음이다. 각기둥을 잘라 놓은 것처럼 해안가를 자리한 모습은 정말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이 곳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탐방로를 만들어 놓았다. 하늘이 맑았으면 더 멋진 광경이 감동을 주었을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코스를 한바퀴 도는 가운데는 이국적 분위기를 더해주는 야자수와 열대 우림지역의 나무들이 바다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는 모습은 복잡한 일상을 잊게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백수는 다르지만. 이 베짱이는 그런 멋진 장면을 보면서도 어떻게 하면 같은 자연 예술품을 더 예술적으로 감동을 주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다닌다. 그래서 하나 제안한다면 유리로 만든 무지개 모양의 스카이 워크(Sky Walk) 시설을 해 놓으면 더 멋진 추억의 장소가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네. 오늘 점심은 몸국에 돌솥밥이다. 돼지 삶은 물에 모자반을 넣은 국으로 먹기에 좋았다. 단지 돌솥밥이라 해놓고 돌솥이 아니라 두꺼운 양은솥이었다. 오히려 압력밭솥 밥이 훨씬 맛이 낫다. 에너지의 효과적 사용과는 거리가 먼, , 에너지 효율을 나쁘게 만드는 아이템이 아인가 생각이 든다. 반찬등도 각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별로다. 이러니 중국인들은 한국와서 굶고 간다고 착각하는 말이 나올만 하다. 식당 실내장식과 그릇만 그럴 듯 하지 진작 음식은 별로임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다 사정이 있겠고 왜 그런지 짐작이 가지만.

점심을 먹고 나서 마라도를 향해 모슬포 항으로 간다. 오늘 바람이 불었지만 그래도 마라도행 배는 뜬다고 한다. 일년중 1/3만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마라도. 다행히 오늘이 그 날이란다.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북제주군의 가로수는 빨간 열매가 달리는 먼나무로 가로를 단장했다.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린 가로수라 참 보기가 좋다. 제주 시내는 잣밤나무로 가로수를 했다고 한다.

 

신분증을 제시하여 확인 받고 배를 탔다. 배는 앞부분보다 뒷부분이 멀미가 덜하다고 하면서 가능하면 뒤에 앉으라고 한다. 마라도행 배는 2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에는 기름냄새가 작열해서 있을 수가 없어 2층으로 갔더니만 한결 쾌적하고 좋다. 창 유리를 보니 더러워서 밖에 나가서 닦아봐도 닦이지가 않는다. 실내에서 사진을 못 찍겠다. 배는 관광객을 싣고서 항구를 빠져 나간다. 조금 나가니 파도가 아주 세게 치고 배는 전후좌우로 요동을 치지만 놀이동산의 바이킹보다는 덜하다. 11km의 뱃길을 30분 정도로 가면서 가파도 옆을 지나는데 그 섬은 제법 민가도 있고 사람 사는 곳 같다. 풍력발전기가 태평양의 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돌아가고 태평양의 물살을 가르는 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라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배 뒤편에 서니 스크류의 하얀 포말이 마치 나더러 어서 바다로 들어오라는 듯이 그 맑은 얼굴을 하며 날 자극한다. ~~ 이래서 사람들이 바다로 뛰어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여러번 느꼈지만 그저 내 마음과 몸을 맑게 정화해주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마라도를 바라보았다.

 

마라도 선착장에 들어서니 옆으로 파도에 구멍이 뚫린 해식동굴이 여러 군데 보이며 다양한 바다색과 함께 멋진 장관을 보인다. 바람이 아주 세게 불어 모자를 벗어서 들고 다닌다. 선착장에서 왼쪽 해안가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바람은 모질게 불어 모든 식물들을 땅에 납작 엎드리게 만들었네. 그래도 약간의 음푹 들어간 곳에는 하늘로 하늘로 향하고픈 식물들이 키 자랑을 하고 있다. 갈대들은 바람에 시달리다 시달리다 씨앗은 다 바람에 날리고 줄기만 이리저리 흔들리며 이곳이 바람의 섬임을 말해주고, 마라도 등대는 하얀 모습으로 서 있다. 등대에서 태평양 남쪽을 바라보니 햇빛을 받은 바다는 은빛을 이루고 낚시하는 배들이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제자리에 떠 있다. 평화 그 자체로다. 그런데 그 앞에는 마라도 성당이 둥근 모양으로 바다를 향해 자리 잡았다. 이 곳에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것이리라. 천주교 신자들은 느낌이 다른가보다. 신자들은 들어가 무릎 꿇고 뭔가 기도를 하네. 조금 더 내려가니 대한민국최남단 비석이 자리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아니 사진 찍기 위해 증명을 남기기 위해 다들 한 컷씩 찍고 그 앞바다에는 다양한 형태의 절벽과 해안이 신비한 모습으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서쪽으로 계속 가니 마라도의 절(기원정사)도 보인다. 섬의 규모에 맞지 않게 큰 절이다. 아담하게 지었으면 어땠을까 혼자 생각해 봤다. 절을 지나니 마라도 자장면과 짜뽕을 파는 집이 나온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점심을 먹고 왔으니 배불러 먹을 수가 없네. Sbs 백년손님에 나오는 주인공이 하는 식당도 커다랗게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네. 파출소도 있고, 식당가를 지나니 넓은 들 한편으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이 있네.

그런데 태극기도 안 걸려있네. 폐교되었나? 들어오지 말라고 장대 세 개가 다 걸려 있었다. 이 분교장에도 놀이시설이 있는데 새로운 안전규정에 의하면 전부 다 폐기해야 하므로 사용금지 팻말이 다 붙여져 있다. 담은화산석으로 낮게 둘러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 공차기는 밖으로 나오면 바로 천연 잔디구장이다. 물론 경사졌지만. 별 어려움 없이 놀 수 있겠다.

해녀들이 그 험한 바다에 들어가려니 겁도 날 수 밖에 없으니 할망당이라는 곳을 만들어 그곳에서 기도하며 안전을 기원했으리라. 그렇다고 거대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그저 수수한 곳으로 중요한 것은 해녀들의 마음이 한 마음이 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모슬포쪽의 방향에는 경사가 완만하여 바닷가쪽으로 길게 경사졌다. 이 모습도 참 장관이었다. 이따금 지나가는 배들의 모습이 평화로움을 더해주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마라도 한 바퀴를 돌아오니 벌써 배를 타고 나갈 시간이네. 정말 바람이 많은 제주라고 하지만 그 전에 맞아보지 못한 바람을 다 맞고 가는 기분이다. 배가 갈 시간쯤 되니 어디서 나오는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나갈 때는 신분증 검사 없이 배표만 받고 나간다. 모슬포로 가는 길은 올 때와는 달리 해가 보이기도 하여 아주 멋진 바다를 보여주고 거센 파도가 배를 삼길 듯이 덮쳐도 끄떡 않고 나가는 배 속에서 인간 과학의 힘을 능력을 느꼈지만 여전히 바다에 빠지고픈 충동은 여전하였다. 동해 속초, 삼척바다에서 못 느끼던 새로운 감정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픈 마음을 만들었다.

마라도 관광을 마치고 서커스월드로 향했다. 사람도 없는 곳에 서커스 장을 만들어 놓고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곳으로 마치 상해 서커스를 옮겨 놓은 듯하다. 단원들은 전부 중국인 소년 소녀들이었다. 키도 작고 어려 보이는 게 중학생? 아니 고1,2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그 동작을 익히기 위해 수없는 연습, 반복 또 반복을 하여 몸에 익혔을 것이니 얼마나 고생했을 것인가?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노력없이 어떻게 그런 동작이 나올 것인가. 이러니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 정설이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중국 소년 소녀들의 선택에도 행운이 따르기를 기원한다. 50여분의 기예는 봉, 접시돌리기, 팽이, 덤블링, 공중 2인무, 오토바이 묘기 등으로 이루어 졌는데 마치 소규모 상해서커스를 보는 듯하다. 현재 동양에서 서커스 하는 나라는 중국, 북한, 몽골 등일 것이다. 공통점이 보이지?

바쁘게 돌아간 오늘의 광광일정을 모두 마치고 제주 시내로 들어가 저녁을 먹으면 끝이다. 퇴근시간이 겹쳐서 또 사고가 나서 들어가는 시간이 늦어진다. 용두암 근처 횟집에서 회정식으로 저녁을 먹는데 이거이~~ 회는 수도권 회가 훨씬 더 낫다. 차림만 회정식이지 별로다. 나의 눈높이도 상당히 높아진 것이지. 회를 먹는데 소주를 마셔야지. 어제는 한라산 소주를 마셨으니 오늘은 올레소주를 시켰다. 거의 약주수준이네 그래서 다시 한라산을 시켜 마셨다. 나중에 매운탕을 가져 오는데 내가 무슨 조미료 쓰냐고 물었더니 미원을 쓴다고. 미원을 안 쓰면 그런 맛이 안 난다고 당당하게 종업원이 말한다. 반찬이고 뭐고 전부 조미료 뒤범벅이다. 먹으며 개운하지 않고 닝닝하니~~

하여튼 바람 많이 불고 공기가 차가운 날 무사히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들어와 내일을 위한 휴식에 들어가야지. 여전히 창밖에는 무시한 바람이 분다. 내일 날씨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