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거사 베짱이의 중남미 유람기 14편(2017. 12. 18. 일) - 콜롬비아 보고타
콜럼버스의 이름을 본 따 지은 콜롬비아는 세계적인 에메랄드와 코카인 산지로 한국전쟁 때 육군과 해군을 파견하여 도와준 남미 유일의 국가이다. 많은 지하자원과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함께 끼고 있는 잠재력이 있는 국가이나 빈부의 차가 극심한 나라.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던 나라 콜롬비아. 지금은 몇 해 전 우리가 미래의 무역관계 등을 고려하여 퇴역한 구축함을 무상으로 수리해서 보내주기도 한 나라. 그 나라의 수도에서의 첫날 밤은 소음속에 보냈다. 콜롬비아 소주라도 안 마시고 잤더라면 큰 일 날뻔 했다. 보고타의 아침햇살은 대단하다. 해발 2600m 고지라서 그런지 서늘하다. 시민들의 아침 출근 모습을 보니 모두 다 두툼한 옷을 입고 길거리에서 하는 바나나를 간 물을 한 컵씩 사서 마신다. 따가운 아침햇살 속에 바쁘게도 움직인다. 개들을 여러 마리 끌고 산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아르바이트란다. 개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 개 팔자가 북한 사람 팔자보다 낫네.
콜롬비아는 인구가 4300만 정도로 국토는 우리의 11배, 한반도의 6배지만 전 국토의 약5%만이 경작할 수 있는 땅. 금이 어마무시하게 나왔던 나라란다. 그래서 보고타 국제공항 이름도 엘도라도 공항이라고 불린다. 금이 많이 나왔으니 이를 둘러싼 암투도 대단했으리라. 그러니 민초들이 겪었을 고초는 말도 못할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끝없는 불행을 자초해도 결코 멈추지 않으리니. 반군과 마약범들이 활개치는 나라로 인식되는 곳인데 의외로 치안이 안정적이란다. 반군들과는 국민적 합의로 협정을 맺어 평화를 가져왔단다. 다들 자기 욕심 때문에 즉, 정치적 욕망 때문에 거창한 명분을 걸고 싸우지만 결국은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 반군들을 제도권으로 받아들이면서 특혜를 주지 않고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웠다는 것은 참으로 잘 한 것이다. 아주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다. 내전의 내력을 살펴보면 콜롬비아의 극심한 빈부격차와 빈곤은 독립 후 줄곧 보수우파 정당들이 권력과 부를 독점해온데 큰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 중엽 이후 보수우파 정당인 '보수당'과 '자유당'이 번갈아가며 권력을 독점했다. 그러니까 서로 사이좋게 나눠먹기식. 권력과 부에서 소외된 빈곤층들은 총을 들고 게릴라가 됐다는 것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콜롬비아혁명군'(FARC)과 '민족해방군'(ELN)과 같은 좌파 반정부 게릴라단체가 조직됐다. 미국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우파 민병대와 이에 대항한 좌파 반군 간에 내전이 53년간이나 계속됐다. 중남미에서 가장 긴 기록이다. 26만 명이 죽고 6만 명이 실종됐으며 70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내전기간 동안 민간인 살해의 88%는 정부군과 우파 민병대에 의해 자행됐다. 내전에 참여했던 우파 민병대들은 2000년대 이후 코카인 밀매를 하는 콜롬비아 최대의 범죄조직이 됐다. 최대 마약밀매조직인 '클란 델 골포'(Clan del Golfo)와 이들과 라이벌 관계인 '로스 라스트로호스'(Los Rastrojos) 역시 우파 민병대 출신들이다. 콜롬비아는 세계최대 코카인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누구를 위한 정치이고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지금도 독재로 국민을 옥죄고 괴롭히는 이런 미친 짓을 하는 나라가 바로 북한 아닌가? 그래도 콜롬비아는 내전을 끝냈지만 북한은 정말 골칫덩어리다. 전 세계를 상대로 위협과 협박을 일삼는 저것들은 뭘 믿고 저리 허풍을 떠는건지 정말로 연구대상이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경제적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의 하나다. 2013년 통계에 의하면 상위 20%가 부의 57.97%를 독점하고 있는 반면 하위 20%는 단지 3.3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중세식 대토지제도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어 0.4%가 전체 토지의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콜롬비아다. 어휴~~ 반군과 마약이 나올 수 밖에 없나보다. 2007년에서 2012년 사이 5년간 전 세계적으로 백만장자가 0.3% 감소한 반면 콜롬비아는 39%가 증가해 총 35,900명이 됐다고 한다. 이들 35,900명의 부자가 전체 부의 22%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콜롬비아 국가통계행정부'(DANE)의 통계에 의하면 빈곤율은 최근 더 증가 추세라고 한다.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 빈곤율은 27.8%에서 28%로 절대빈곤율은 7.9%에서 8.5%로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니~~ 참으로 어느 나라나 빈부격차가 문제로다.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이것이 대물림 된다는 것이다.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의 첫 코스로는 소금광산 성당이다. 1930년대에 소금을 채굴하고 남은 빈 공간에 성당을 만든 것이다. 이 때 우리는 일본 침략자들에게 나라를 빼앗겨 신음하고 있을 때 이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런 일을 했다. 우리도 폐광을 이용한 여러 관광 시설을 만들고 활용하고 있는데 광명동굴과 태백 및 대천의 폐탄광을 이용한 여러 시설들이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인들은 이 소금광산에다 성당을 만들 생각을 하고 거기에다가 스토리를 만들어 14개의 예수관련 설치물을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만들어 세계적 관광지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 끝없는 상상력을 덧붙여 관련 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다. 우리도 콜롬비아처럼 종교관련 시설물을 기독교 관련, 불교 관련, 이슬람 관련 테마 동굴로 폐광에 설치하면 세계적 명소가 되지 않을 까 생각해봤다. 이 지하 소금광산 성당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지하 광산이라는 게 흥미를 끄는 것이다. 지금도 소금을 캐낸다고 한다.
점심은 보고타에서도 유명한 전통음식점으로 가서 먹었다. 황금이 넘실대던 도시라 그런지 오래된 전통식당은 예전에 대저택이었으리라. 콜롬비아 커피 또한 유명하다고 한잔 씩 마셔보라고 한다. 나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 마셔보았다. 설탕이 안 들어가 그런대로 한약 마시는 기분으로 마셔보았다.
해발 3200m인 몬세라떼 언덕을 간다. 케이블카를 타고 간다. 케이블 카를 기다리는 동안 젊은이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일랜드에서 온 아가씨와 청년이었다. 콩글리시를 해도 뜻이 통했다. 이 언덕은 보고타 시내에서 우뚝 솟아 그 산을 볼 수 있다. 급경사를 이뤄 올라 갈수록 보고타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언덕에는 성당이 있는데 유명한 것은 검은 마리아상이란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란다. 이 곳에 와서 소원을 빈단다.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휴일 날 할게 겨우 성당 가는거? 인간의 필요에 의해 신을 만들고 그 신에 종속되는 삶. 나는 없는 그런 삶이 좋을까?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휴일 활동이 어려운가 보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유명한 곳에는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듯이 이 성당 근처에도 기념품 파는 골목이 있다. 음식점도 있고. 하여튼 동서양이 다 똑 같다. 언덕에서 보는 보고타 시내의 풍경은 참 시원하다.
<보테르 미술관>
언덕을 내려와 보테로 미술관으로 갔다. 가는 길은 고티나는 건물들이 많았다. 참 아름답단 말이 절로 나온다.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는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 조각가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풍선인간처럼 뚱뚱 통통하다.
뚱뚱 통통한 사람으로 표현을 했는데 눈동자, 손짓하나에도 유머인지 풍자인지가 살아있었다. 이렇게 표현한 이면에는 사회 풍자와 비평을 담지 않았을까? 특히나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모나라자, 열두살" 작품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이렇게 상식을 깨버리는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는 보테로미술관. 그의 작품뿐 아니라 그가 소장했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있다. 그런데 관람료는 무료이다. 아직도 활동중인 미술가로 왜 뚱보를 그리느냐? 라는 질문에 보테로는 나는 뚱보를 그린게 아니야 라고 답했다. 이는 절대 양감의 추구 바로 그것이다. 이 보테로라는 화가는 혁신적 사고를 가지지 않았나 싶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과감한 시도, 위선을 벗어버리는 시도를 일부만 향유하는게 아닌 모든 사람이 공유하게 했잖은가? 이것은 미술에 대한 진정한 대중화에 공헌 뿐만 아니라 본인의 명성을 날리는 양수겹장이 아니었나 싶다. 하여튼 예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또라이거나 부자거나 둘 중에 하나다. 물론 인간 하나 하나가 하는 행동이 모두 예술이지만. 기존 틀에 갖혀 그림을 보던 시각을 바꿔 준 그의 공로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미술관에는 피카소, 뒤샹, 벨라스케즈의 작품들이 있는데도 별로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듯하다.
다음으로 볼리바르 광장을 간다. 그곳에는 정부 중요 건물들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정부 행사가 있다고 출입금지란다. 돌아서 가란다. 가이드가 나서서 경찰들과 합의하여 관광객인 우리만 통행을 허가했다. 단 우리가 나가는 것을 끝까지 확인하면서. 볼리바르 광장'(Plaza de Bolívar) 주변에는 의사당인 카피톨리오(Capitolio Nacional)와 대주교 대성당(Catedral primada), 사법궁(Palacio de Justicia), 보고타 시청사가 있는 리에바노 궁(Palacio Liévano)이 둘러싸고 있다. 광장에는 동상이 있는데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 동상이다. 이 동상은 이태리 조각가 피에트로 테네라니(Pietro Tenerani)에 의해 1846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건물들이 참으로 고색창연하면서도 위엄스레 자리하고 있다. 이러니 이 땅을 빼앗긴 원주민들로서는 감히 반항할 엄두도 못냈으리라. 보고타의 중심인 볼리바르광장을 바삐 지나며 대통령궁도 보았다. 그냥 수수한 건물이다. 그것이 맞는 것이다. 화려하게 지어놓고 군림하는 듯한 자세와 태도는 정말 옳지 않다. 국민의 주권을 대신해서 책임지는 자리이지 벼슬자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경비병들이 있지만 그리 삼엄하지는 않다. 남미의 국가들의 특징이다. 이런 평화가 부럽다. 우리 한국에도 언제나 이런 평화가 올려나? 방법은 우리가 잘 사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경제, 국방, 외교 등 모든 면에서 더욱 전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주변 건물들이 하나같이 다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많은 희생의 댓가일 것이다.
<대통령궁>
보고타 시내 관광을 끝내고 공항으로 이동. 야간 비행기로 칠레 산티아고로 가는 것이다. 으아~~ 비행기에서 잠을 자야한다? 그 좁은 자리에서? 별 수 없지 술 마시고 자야지. 몇 시간 못자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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