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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베짱이의 동유럽 유람기 5 - 다섯째날(2015년 8월 1일 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라스토케)

by 베짱이 정신 2015. 8. 12.

 베짱이의 동유럽 유람기 5 - 다섯째날(2015년 81일 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라스토케)

 

모처럼 잠을 잘 잤다. 이제 시차 적응이 되는건가? 보통 3일이면 된다는데 이거 몸이 노화되긴 되었나보군. 아침을 먹기 전에 호텔 주변을 둘러보았다. 트램도 지나가고 길가의 나무와 풀은 무성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음울한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다.

 

 

 

아니 상업지구인 페스트 지역인데 하긴 이곳이 변두리라서 그런가? 어제 밤의 야경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주변의 건물들을 보니 큰 호텔도 폐업하여 빈 집이고, 그에 딸린 공원과 주차장도 폐허가 되었고 길가의 가게들도 폐업하여 다 문닫고... 지나가는 여인들은 한결같이 머리수건을 쓰고 머리에 양손에 등에 짐을 지거나 이거나 들거나 하면서 걸어간다. 이건 정말 영화속 한 장면과 똑 같다.

 

 

 

지하도 같아서 내려가 보았더니 지하철이었다. 헝가리 지하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역사가 깊다고 했는데 궁금해서 살펴보니 입구에 검표원이 서서 확인을 한다. 사람들은 뭔가를 보여주고 들어간다. 정기권인가 뭔가가 없는 사람들은 양옆에 동전을 넣는 기둥같은 것이 있는데 그곳에 동전을 넣나보다. 지하철이 홈에 들어올 때 바람이 출구 쪽으로 훅하고 불어온다. 바람이 대단하다. 지하철이 들어오는데 그 차량을 보니 엄청 낡고 고풍스럽다. 우리가 TV속에서 보던 평양 지하철 모습과 같은데 이곳은 국방색을 칠했네. 그러니 더욱 황량하게 보이지. 이른 아침인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어디든 있기 마련. 살기위한 하루 일과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작되는 모습은 같다. 단 그 풍경이 달라 내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왠지 우울, 쓸쓸하게 느껴진다. 맑은 햇살이 비치는 부다페스트의 아침인데도 말이다.

 

730분에 아침 식사하러 갔는데 가방도 못가지고 들어가게 한다. 음식을 조금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이것도 다 업보이니라...

오늘은 크로아티아로 출발. 옛 유고연방이 헤체되어 6개나라로 되어 각자 살고 있는 나라. 옛 유고의 티토 대통령이 있을 때는 공산정권이었지만 한 국가를 이뤄 올림픽이고 뭐고 굉장했었는데... 공산독재의 말로가 이렇다. 그런데 이렇게 분열이 되는데는 민족적, 종교적, 경제적 욕심과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악명높은 인종청소라는 극한까지 가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아마도 서로 치유하기 힘들 것이다. 그 원한이.

 

 

 

길 양옆으로 광활한 헝가리 대평원이 펼쳐지고 거치른 들판에는 야생 올리브 나무들이 듬성듬성 있고 손대지 않은 산과 들이 헝가리의 거친 삶을 표현해 주는 것 같다. 헝가리는 내륙국가로 바다가 없다. 대신 바다처럼 넓은 발라톤 호수가 있는데 이곳이 헝가리 최대의 휴양지이다. 작은 배들도 떠있고 평화로운 광경이다. 갈수록 자연환경이 이태리를 닮아간다. 햇볕은 따갑고 산에는 시멘트 덩어리같은 돌투성이에 올리브 농장도 보이고... 하여튼 사람 살기에는 어려운 환경같다. 그러나 사람이 이런 것을 두려워하랴? 인간의 개척정신, 모험정신이라는 것이 어디든 작동하는 것은 동서양이 똑같다.

 

 

 

헝가리에서 크로아티아로 가는 길에 국경검문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여권 검사를 한다. 같은 EU국가인데 왜 검사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습관일까? 버스에서 내려 두줄로 서고 여권을 주고 버스에서 대기후 검사원이 여권을 가져와서 나눠주는데 총 30분이 걸렸다. 덕분에 헝가리 땅 안에 있는 컨테이너화장실도 이용해봤네

 

크로아티아 역시 헝가리처럼 농토와 집이 다 허름하다. 그런데 산이 높다. 산악국가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아마도 아드리아 해안을 낀 나라라서 그런가보다. 딸이야(아들이 아닌 딸)해안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건 농담. 하하하.... 쟈그레브 시내로 들어가니 건물들이 낡고 허름하고 고티가 나는 것은 헝가리나 같다. 다 이유가 있겠지.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로 전체인구 400만중 4분의 1인 약 100만명이 사는 대도시이다.

 

 

옐라치치(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때 크로아티아 총독을 지내면서 제국에 반대해 일어난 1848년의 헝가리 민족주의 봉기를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웠다) 광장에서 오른쪽 캅톨 언덕으로 올라가면 자그레브에서 가장 유명한 상징물 자그레브 대성당(Zagreb’s Cathedrale)을 볼 수 있다. 이 거대한 건축물은 성 스테판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대성당과 이름이 똑같은 이 성당은 두개의 첨탑이 인상적이다. 이 두 개의 첨탑은 북쪽 탑이 105m, 남쪽 탑이 104m이다. 1093년에 헝가리 왕인 라디슬라스(Ladislas)가 건설을 시작하여 1102년에 완공했고 1217년에 성모마리아에게 헌정되었다. 성당은 높이가 77m, 넓이가 46.2m이며 성당 내부의 면적은 1,671로 최대 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큰 규모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바로크 양식의 제단, 신고딕 양식의 제단 등이 있고 성당에만 보물급 유물이 10개 이상이 되어 '크로아티아의 보물'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보물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생각헤 보아야한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종교를 만들고는 그 종교의 지배를 받고, 전쟁까지 벌이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만 바뀌었지 하는 짓은 똑같지 않은가?

 

 

성당 앞에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황금빛 성모 마리아가 햇빛을 그대로 반사해 반짝이는 마리아상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성당 내부는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지는 의자와 대리석 제단, 바로크풍의 설교단, 13세기 프레스코화 등으로 채워져 시간에 녹슬지 않은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있다. 자그레브 대성당은 1993년에 발행된 크로아티아 화폐 1000쿠나(Kuna) 지폐에 등장하게 되었다. 하긴 독재자나 절대 권력자의 출현으로 세계의 역사가 요동치며 발전해 왔으니, 필연이라 해야하나?

 

 

카페가 즐비한 골목에서 점심은 돼지고기와 감자, 채소 볶은것을 맛나게 흑맥주와 함께 먹고 성당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골목마다 기념품가게와 가페가 넘쳐나고 사람들로 붐비고 특히 한국인들이 참 많이 눈에 띈다. 아마도 꽃보다 누나라는 Tv프로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한국인들이 어딜가도 있다. 물론 중국인들도 많고. 그런데 희안한 것이 딱 보면 중국인인지 알 수 있다. 동서남북 구석구석 구경을 하고 광장에 위치한 큰 마트에 들어갔다. 건물 모양은 마치 오래된 백화점 같다. 여기 저기 구경하다가 견과류를 152쿠나 주고 샀다. 우리랑 물가가 비슷하다.

 

두시간 반을 달려 작은 플리트비체인 라스토케에 도착. 이 마을은 작은 동네로 계곡과 작은 폭포가 아름다운 동화속 한 장면 같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옛부터 방앗간 마을이었다나. 하긴 자연조건을 둘러보니 농토도 없고 먹고 살게 마땅찮은데 물이 많고 낙차가 지는 곳이 있으니 방앗간을 할 수 밖에. 이곳 역시 꽃보다 누나를 통해 알려져 한국 관광객들이 엄청 온단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자국인 외국인들이 하도 많이 오니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불편해서 어느 집은 공개를 안하고 어떤 집은 공개를 하고 다 다른데 이것 역시 마을 회의를 열어서 결정한 것이란다. 이곳도 경치 좋은 곳은 별도의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그런 곳은 벌써 까페가 자리하고있고. 물론 마을입구에서 마을 입장료를 내지만. 물이 많이 흐르니 집 밑으로 물이 흐르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여기서는 일어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게곡과 물이 흐르는 산골마을이다.

 

 

아쉽게도 짧은 관광을 끝내고 저녁잠을 위해 1시간 반을 달려 오토칵에 8시 반에 도착.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나오니 한밤중. 이곳도 시골마을이라 조용하다. 사람들이 까페에 나와 앉아 담배를 펴대고 이야기를 나눈다. 옛 공산권 국가들의 공통점이 담배를 많이 피고 술도 엄청 먹는 다는 것인데, 이곳 사람들 역시 담배 참 많이 피네. 짐을 넣고 나오니 벌써 9시가 넘었다. 그러다보니 마트들이 다 문닫았다.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문 열은 과일가게에 들어가 복숭아 1킬로 3유로. 1.5유로 주고 사면서 살구 2, 자두 2개를 덤으로 달랬더니 흔쾌히 준다. 호텔로 돌아와 자두를 닦아서 먹으니 오잉?? 이게 무슨 맛여? 한국에서 먹던 자두보다 훨씬 맛있네. 살구도 그렇고. 복숭아는 말할 것도 없고. 완전히 과일천국이네. 이 호텔이 2급호텔인데 출입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 잠글때도 열쇠로 잠궈야 하는 시설이라 생소하고 불편했다. 영화속에 나오는 그런 시골 여관 같다. 시설을 현대에 맞게 만들어서 현대같지 안그랬으면 마차와 마굿간이 있는 그런 중세적인 시골 여관이었을 것이다. 피곤한 몸과 마을을 침대에 눕히기 전에 오늘도 맥주 한잔 쭈욱~~, 이거이 이러다가 여행내내 술독에 빠지는거 아녀??? 이 불행하고 행복한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