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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베짱이의 동유럽 유람기 7 - 일곱째날(2015. 8월 3일 월- 두보르브니크, 스베니크)

by 베짱이 정신 2015. 8. 14.

베짱이의 동유럽 유람기 7 - 일곱째날(2015. 83일 월- 두보르브니크, 스베니크)

 

새벽에 천둥번개가 우르루 쾅쾅 쳤다. 이곳 발칸반도는 기후가 괜찮은 걸로 알았는데 소리만 요란한 걸까?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호텔 주변 산책을 나섰다. 어제 밤에 가지 않았던 길로 나섰다. 호텔 뒷길로 내려가니 주민들이 사는 집들이 몇 채 있었다. 모두 다 깔끔하게 단장하고 산다. 집집마다 차들이 다 있나보다. 하긴 차없으면 다니기 불편하겠지. 불도화가 피어있고 창문에 제라늄꽃이 피어있는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다. 아드리아해의 맑은 바닷물이 그림처럼 느껴지는 아침, 바다냄새 나지않는 해변 주변을 걷다가 돌아왔다.

 

오늘은 크로아티아의 두보르브니크로 출발. 산에는 많은 돌과 낮은 키의 나무들이 듬성듬성 평화로운 농촌을 지난다. 두보르브니크는 유럽인들이 휴가지로 손꼽는 곳이란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하네.

 

도시 입구에 들어서니 높은 산 밑에 다닥다닥 지형과 어울리게 예쁜집을 짓고 사는데 현대적인 아파트가 하나도 없이 모든 집들이 자연과 어울려 있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라 시내에는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북적. 우리 실은 버스는 시내에 내려놓고 밖으로 다시 나갔다가 약속한 시간에 다시 들어와야 한다. 약간 흐린 하늘아래 두보르브니크 성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한 방향으로만 돌게 되어있고 반 바퀴 때마다 검표를 한다. 성내를 살펴보니 붉은색 지붕들이 다양하고 예쁘게 모습을 드러내고 보이는 집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두보르브니크 성의 사람들. 하긴 돌집이니까 수백년 계속 이어서 살 수 있었으리라.

 

 

  이곳도 꽃보다 누나팀이 다녀간 이후 한국인이 엄청 많이 몰려 어딜 가도 한국인이다. 우리의 관광지와 비교해본다면

첫째,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친화된다는 점 - 우리는 집을 우선 높고 크게 짓는데 반해 이곳은 높지 않으며 자연과 조화되게 집을 짓는다는 점.

둘째, 아파트가 없다는 점,

셋째, 아무리 차와 사람들이 많이 몰려도 길은 예전의 좁은 길을 그대로 고수하여 옛 모습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점,

넷째, 옛날 집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돌로 만든 집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 얼굴을 보면 찡그린 표정없고 밝은 얼굴들이다. 인생의 멋과 맛을 아는 사람들처럼..

 

성을 한바퀴 돌고나서 산 정상을 향해 소형버스를 타고 출발. 길이 좁은데도 젊은 운전사가 엄청나게 빠르게 운전하네. 몇해전 백두산에서 승합차 타고 정상에 오르 내릴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운전을 엄청 빠르게 하여 아찔아찔하게 사람 만들더니 이곳도 그런다. 케이블카가 내리는 산 정상까지의 길은 에전에 주민들이 살던 길을 그대로 이용한다. 우리 같았으면 벌써 확포장을 다해서 대형차들이 마음 놓고 다니게 했을텐데 그 좁은 길을 아직도 활용한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두보르브니크의 전경은 한 폭의 멋진 그림이다. 붉은색 지붕의 집들이 아기자기 옹기종기 바다와 어울려 묘한 기분을 자아낸다. 바다에는 요트와 유람선이 떠다니고, 짙푸른 아드리아해의 바닷물과 흰 배, 붉은 색의 지붕, 초록의 나무와 숲들이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만드네. 참 축복받은 도시다.

 

점심은 현지식당에서 해물스파게티를 먹었다. 무척 간소한 것이었다. 오후에는 선택관광으로 유람선을 타는 것인데 나는 안타고 성 안을 더 돌아보기로 했다. 성을 돌 때 안가봤던 이 골목 저 골목을 다 누비고 다니다 이곳의 유명한 약국에서 크림을 세 개 샀다(192쿠나). 여인용이다. 두 딸과 아내 것. 무척 유명하다나? 마스터카드로 결재. 난 해외에서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데 예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는 사용했다. 현금을 적게 가지고 다니기 위해서이다. 작은 것은 현금으로 사용하고 큰 것은 카드를 사용한다. 크로아티아 돈(쿠나)을 적게 환전해서 부득불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다른 일행들은 선착장으로 출발하고 나와 부인은 여유있게 성내를 골목을 다녔다. 오후에는 작렬하는 태양이라는 표현이 맞다. 햇빛이 살에 닿으면 따가울 정도다. 그러나 그늘에 들어가면 완전 가을날씨다. 공기 중에 습기가 적기 때문이다. 아픈 발목에 연고를 바르고 그 위에 양말을 신었는데도 햇빛만 닿으면 화상입는 것처럼 엄청 따갑다. 햇빛이 따갑고 많이 걸었더니 피곤하여 카페에 앉아 맥주를 한잔 하렸더니 식사만 가능하단다. 그래서 다른 까페를 찾아나섰다. 모든 까페는 사람들로 만원. 한군데 찾아서 맥주를 한 병(30쿠나 - 5000원 정도) 시켜서 마시고 조금 쉬다가 약속된 시간에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나섰다. 바다 유람을 마치고 온 사람들의 표정은 별로다. 말을 들어보니 유람선 안 탄게 백번 잘했다고.

 

작렬하는 태양과 북적이는 두보르브니크를 뒤로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스베니크로 출발. 이 크로아티아는 옛 로마제국의 땅이고 위도도 비슷해서 기후도 비슷하고 문화는 이태리의 영향을 엄청 받아서 거의 비슷하고 고유의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단다. 자연조건도 비슷. 여기 크로아티아에서 보스니아로 다시 크로아티아로 넘어오는데 예네들 국경 검문소를 왜 설치했을까? 한 나라였다가 갈라진 앙갚음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보스니아 땅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그러는 것일까? 종교, 인종이 뭐길래 히틀러가 간지 50년도 안되어 또다시 인종청소라는 짓을 하여 작고 힘없는 여섯 나라로 분열되었을까? 종교 때문에? 민족 때문에?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핑계고 나서고 싶어하는 정치꾼독재자의 욕심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히틀러를 보라. 그 인간의 됨됨이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을. 이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그런류의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대의를 위해서 봉기했다고 하는데 결국은 자신의 욕망과 되먹지 않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그런 못된 짓들을 아무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것이다.

 

 

이젠 북으로 북으로 올라간다. 다음 목적지는 스베니크. 이 아드리아 해안에 자리잡은 휴양도시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도시라서 대형차들은 구도심으로 들어가지 못한단다. 그래서 버스터미널에 세워놓고 걸어서 해안가를 따라서 이동한다. 호텔은 JARDAN, 해변가에 자리한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영화속에 나올만한 그런 호텔이다. 창문엔 덧창이 있고, 방안에는 고물 선풍기가 있고, TV는 구형 12인치로 잘 나오지도 않고, 방은 아주 작고, 욕실은 코딱지만하게 작고, 방문은 열쇠로 열고 잠그는 불편한 호텔이다. 하지만 언제 이런 호텔에서 자보겠는가? 마치 알랭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 나오는 그런 곳에서 피곤한 몸을 쉴수 있다니 아주 새로운 느낌이다. 호텔 종업원들은 무뚝뚝하게 생긴 거의 늙은 아줌마들이다.

 

 

호텔 식당 야외 탁자에서 저녁을 먹고나서 동네 구석구석 구경을 나섰다. 비교적 치안이 안전하다고 한다. 골목마다 까페가 자리하고 사람들은 모두 나와 늦은 시각인데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보아하니 그들이 먹는 것은 간단하고 거칠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길바닥의 돌들이 반들반들 윤이난다. 골목의 집들은 거의 팬션인가보다.

 

해변가를 돌아보니 부둣가에 요트가 정박해 있고 그 요트가 까페가 되고 개인요트에선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담소가 오고가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한 밤중에.

 

 

호텔로 돌아와 야외 테라스에 앉아 흑맥주 두병을 시켰다. 맥주맛이 괜찮다. 물론 스베니크로 오는 도중 휴게소에서 산 레몬맥주(알콜 1.2%)도 맛이 훌륭하여 음료수로 마셔도 갈증해소엔 정말 딱이다. 이 호텔 서빙하는 사람들은 모두 검은 머리 늙어 보이는 아줌마들이다. 서양 사람들 나이 가늠 방법은 한 열 살쯤을 빼야 비슷하게 맞아 들어간다나? 계산을 할 때 크로아티아 돈으로 팁을 주었다. 그 돈 가져와봐야 쓸모가 없으니 인심이나 쓰고 오는 것이다.

 

야간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니 11시가 넘었네. 여기는 아직 모기가 없으니 더우니까 창문을 열고 잔다. 아 그런데 늦게까지 오토바이 소리 떠드는 소리가 무척 귀를 거슬리게 하네. 코딱지만한 샤워부스에서 땀과 먼지를 씻어내고 잠자리에 든다. 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