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의 동유럽 유람기 8 - 여덞째날(2015. 8월 4일 화 - 슬로베니아 포스토이아 동굴, 블레드성)
고티나는 덧창이 있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자려나 했더니만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잤더니 밤새 시끄러운 소리가 괴롭혔다. 여기에도 폭주족들은 존재. 시끄럽게 방방거리며 돌아다니는 소리가 참 거슬렸지만 그냥 잤다. 그랬더니 아침에 일어났더니만 별로 개운하지가 않다. 푸틴 닮은 체코 운전수에게 잘 잤냐고 물어보니 시끄럽고 더워서 잘 못잤다고 하소연하더군. 그러나 스베니크의 아침바다는 맑고 고요하다.
8시에 북으로 북으로 출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그 많던 돌들은 보이지 않고 나무가 우거진 숲이 보인다. 2시간 후 휴게소에서 20분 휴식. 맥주2, 물1, 스낵1봉지를 6유로를 주고 샀다. 물가는 우리랑 비슷. 계속 올라가니 슬로베니아 국경이 나온다. 잠시 쉬는 곳에는 과일좌판이 있었다. 복숭아, 자두, 살구를 각 1킬로씩 14유로를 주고 샀다. 그런데 과일가게 아저씨 장사 솜씨가 좋다. 우리네 장터 장사꾼이나 별 다를게 없다. 게다가 운전수에게 과일 서비스까지 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걸 봤을 때, 내가 이양반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최고라고 해줬다. 과일을 당장 닦아와서 먹어봤는데 와~~ 이렇게 맛있나? 자두, 복숭아는 최고다. 살구는 우리랑 똑같고. 자연환경이 좋으니 과일도 맛있나보다.
포스토이아 동굴 입구에 늦게 도착했다. 입장시간이 촉박하여 칠면조 고기를 요리한 점심을 대부분 다 남겼네. 관광지 식당인데도 아주 크고 깨끗. 옆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여유있게 다 먹고 잠시 쉬더군. 그런데 생김새가 마치 중국인처럼 생겼다. 아마도 오끼나와쪽 사람들인가보다. 차림새는 한국인들이 훨씬 세련되고 멋있다.
3시에 동굴 입장. 탄광에서 사용하는 광차를 타고 1킬로미터 정도 들어가는데 아주 시원하다. 광차를 타고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종유석, 석순 등이 초현실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참으로 웅장하고 대단함을 광차를 타고 들어가면서도 느끼는데 마치 삼척 환선굴이나 단양 고수동굴에서 감탄했던 광경을 여기서는 입구부터 감탄이 시작된다.
이 포스토이아 석회동굴은 아주 옛날 바닷속 이었던 곳이 솟아오른 곳이다. 바다 속에서 조개껍질, 산호 등등이 겹겹이 쌓여서 생긴 석회지질층이 지하수나 강물을 만나면서 녹아서 생기게 되는 데 이곳 포스토이아 동굴의 높이를 보면, 얼마나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빠져나갔는지를 가히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이다.
콘서트홀에서 내렸다. 콘서트홀이란 동굴내부에 아주 넓은 광장이 있어 콘서트를 해도 좋을 만큼의 장소이다. 여기서부터는 안내 수신기를 켜서 각 번호마다 숫자를 누르면 우리말로 그 지역의 설명이 나온다. 3시 일행이 참 많다. 일본인과 한국인인데 제일 먼저 앞서가는 단체가 일본단체인데 지팡이를 짚고 가는 할머니와 늙은 아줌마들의 단체다. 설명을 들으며 내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며 상상을 하며 들으니 더 실감난다. 내가 생각한대로 보이고 내가 꾸민 이야기대로 소설이 씌여지는 동굴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고 큰 동굴로 중국의 황룡동굴보다 볼 것이 상상할 것이 더 많다. 밖의 기온은 32도가 넘는데 시간이 갈수록 추위를 탈 정도가 된다. 이 동굴도 총 길이 20킬로미터 이지만 현재는 5킬로미터만 개방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동식물을 위한 것도 있고 동굴의 생태계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 동굴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혈거도롱뇽인 프로테우스(Human Fish)이 서식하며 어둠속에서 살아서 눈이 퇴화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 수족관에 넣어서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사실 자세히 보면 곰장어 껍질을 벗겨놓은 것 같다.
동굴은 그 모양과 색상에 따라 이름을 붙여놓았는데 다이아몬드 홀, 화이트 홀,레드 홀, 뾰족뾰족한 모양이 스파게티면을 닮았다고 해서 스파게티 방이라고 불리우고 이것 외에도 파이프 오르간, 커튼 종유석 등등으로 이름이 붙어있다. 이 거대한 동굴에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끌려온 러시아포로들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포로들은 참으로 가엾다. 이 동굴을 대표하는 종유석이 있는데 그것은 브릴리안트. 말 그대로 하얀 종유석인데 이게 생성되는데 15만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동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걸으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내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며 보니 더 흥미진진하다. 가이드의 부탁중에 하나는 지나는 도중에 새로 생성되기 시작되는 종유석을 만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걸 만지면 성장이 끝난다고 한다. 어느덧 광차를 내렸던 지점이 다가온다. Proteus 수족관을 지나면 기념품 가게가 나온다. 동굴 안에 기념품 가게도 있고 화장실까지 있고 콘서트까지도 할 수 있고 실제로 전에는 콘서트를 했다고 한다.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 있었던 동굴 관광을 끝내고 블래드성과 섬을 관광하기 위해 출발.
블래드는 휴양도시로 인구 6000여명이 거주하는 아름다운 도시다. 100미터높은 절벽위의 블래드성을 갔다. 해발 500m 지점 호숫가 작은 동산위에 자리하고 있는 블래드성은 1004년 독일의 황제 헨리크 2세(Henrik II)가 블레드 영토를 브릭센(Brixen)의 대주교 알버인(Albuin)에게 선물로 주면서 만들어진 성이다. 처음에는 높은 언덕위에 성벽과 함께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만 세웠으나 중세이후에 요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얼마 되지 않아 그리 높은 줄 몰랐는데 성에 올라가니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블래드성이 나선다. 대부분의 성들이 군사목적의 방어용 요새로 사용되었지만 이 블래드성은 요새로서의 역할보다는 800여년 동안 오스트리아 헝가리의 왕가 별장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시품은 1000 - 1700년경에 살던 사람들의 의복, 중세 기사들의 무기, 가구, 가구, 민속품 등이 전시되어있다. 계단길을 통해서 성 위에 있는 정원으로 올라가니 안뜰에는 16세기에 건축한 고딕양식의 건물이 있는데 왼쪽 건물은 블레드성 예배당이고 오른쪽 건물은 박물관이다. 멋진 풍경을 보면서 호수를 바라보니 이곳이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호수는 일프스의 눈동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호수에는 작은 섬과 그 속에 작은 교회도 있다. 이 성에는 우물도 있고 포도주 저장고가 있어 발길을 당기기도 했다.
아름다운 절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고 성을 내려와 호수로 차를 타고 갔다. 노젓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에 내려 뚱뚱한 뱃사공이 노 젓는 배를 다같이 타고 블래드 섬으로 출발. 호수에는 수영하는 사람. 물위에 서서 스키처럼 타는 사람, 보트 놀이 하는 사람 등등 많은 이들이 호수를 즐기고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이 뱃사공은 직업이 대대로 계승된다고 한다. 대대로 계승되는 이곳 뱃사공들은 직업을 구할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만 이게 어디 사람 사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블레드 호수는 Bohini 빙하의 후퇴이후 형성된 호수로서 해발 500m에 위치하고 긴축은 2.12km, 짧은 축은 1.38km크기에 수심은 30~40m 이며 북동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는 섭씨23~28도의 온천수가 있어 인근 호텔들에 온천수를 공급 한단다.
호숫가 주변은 경치가 좋기에 옛 유고 대통령의 별장이 있다. 김일성이가 기차타고 러시아를 비롯한 옛 동구권을 방문했을 때 뭐? 14일이나 묵었다고? 세상에 나라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경치 좋은 이곳에서 놀다가 갔다고? 이런 썩을...
노 젓는 배로 15분 정도 가면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에 도착, 99계단을 오르면 성당(마리아 승천 성당)이 있고 이 성당은 바로크 건축 양식으로 세워젔으며 이 성당의 종을 세 번 울리면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전설이 있어, 연인이나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 블레드 섬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있어, 각 방향마다 아름다운 경치를 두 눈에 가득 담고 호수에는 여러 물고기들이 있는데 아주 큰 놈을 보기도 했다. 성당을 들어가는 데는 입장료를 받는다. 아니 성당 들어가는데 돈을 받아? 다 그게 그건데.
30분간의 한가로운 호숫가 산책을 마치고 나룻배를 타고 다시 돌아 나왔다. 뱃사공에게 물어봤지. 이 호수에서 고기 잡느냐고? 그랬더니 잡는다고 한다. 낮이라 그런지 어부는 안보이고, 그렇다고 그물을 설치한 것도 보이지 않고. 그냥 낚시만 하나? 그렇다면 낚시꾼이 보여야 되는데 안 보인다. 알프스산맥 근처라 어디든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의 어류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하룻밤을 묵기위해 크란스카고라로 출발. 가는 도중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절경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고산과 그에 어울리는 숲, 고산의 암석 등이 묘한 조화를 이뤄 감탄이 절로 나온다. 9시에 저녁식사를 훌륭한 뷔페식으로 하고 맥주 2병(6유로)을 주문하여 마시며 음식을 즐겼다. 휴양지라서 그런지 호텔방은 훌륭했다 그렇지만 엘리베이터는 아주 작았다. Hotel Kompas.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마음에 쏙 들었다. 좋은 경치에 술이 한잔 없을 수 없지. 맥주를 또 한잔 하며 기분 좋은 잠을 잔다. 굿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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