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의 호남유람 3편 - 전주, 군산편(2015. 1. 15. 목)
오늘도 힘찬 하루를 위해 모텔을 나서며 밥을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전주 왔으니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시작하자고 하여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 들러 해장국을 시켜 먹었다. 국물이 아주 시원하더군. 어제의 막걸리 음주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콩나물해장국. 하긴 별 것도 안들어간다. 그저 콩나물이다. 그런데도 시원하다. 아하!!! 바로 이런 거에서도 인생의 진리를 얻을 수가 있다. "단순한게 좋다." 그렇다, 단순!!!! 단순명쾌!!!! 아주 좋은 말이다. 아침 콩나물 해장국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닫네 그려. 그러고보니 도는 사방에 있네.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다시 한옥마을로 갔다. 아침 안개에 뿌옇게 흐린 하늘은 한옥마을을 연한 물감으로 색칠했다. 멋들어진 길을 따라 세월아 내월아 걸으며 어제 밤에 보았던 것들을 밝은 빛으로 보면서 오목대를 올랐다. 태조 이성계와 관련있는 누각이다. 왜구를 물리치고 가는 도중에 전주 이씨 친척들을 모아 잔치를 열며 분에 넘치는 말을 해서 정몽주가 뛰쳐 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곳. 예나 지금이나 어느 위치에 오르면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으스대고, 척하며 과시하려하고... 이성계도 그랬나보다. 오목대에서 내려다 본 한옥마을은 지붕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군데군데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서 멋진 풍광을 헤치지만 다른 시대에 와있는듯 하다. 소나무도 심고 물 흐르는 도랑도 자그맣게 만들어 놓은 멋진 도로를 따라 여기 저기 구경을 하는데 지금은 모든 한옥들이 상점으로 바뀌어져 주택가보다는 상가에 가깝다. 그러나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니 담장이며 집이며 정말 아름답게 꾸며진 집들이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오목대에서 내려와 승광재를 찾아가는 길에 원불교교당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불교라고 해서 대웅전이 있고 산신각 있고 그럴줄 알았더니만 교당은 마치 교회처럼 되어 있고 내부에는 부처님을 모신대신에 동그란 원을 황금색으로 그려놓은 것이 무대 중앙에 걸려있었다. 아무도 없고 조용해 나도 말없이 보기만 하고 내려왔다. 교당 옆으로는 새로지은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이런 곳에 하룻밤 머무는 것도 좋으리라. 구석 구석 돌아보니 의외로 일본식 집들이 한옥촌에 많더군. 그것 또한 역사이지만 어찌 어울리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일본식 집들은 한결같이 담이 높아 담과 지붕이 거의 닿게 되어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조선황실 황세손 이석씨가 사는 곳을 물어 찾아갔다. "승광재"인데 대문이 열려있었다. 그집 벽에는 여러 사진들이 걸려있어 황세손이 살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하루에 몇 번식 이석(비둘기 집을 부른 가수)씨가 직접 나와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내가 간 시각은 오전 이른 때라 나오시지 않았다. 황세손이 사는 집 치고는 소박하다. 전주시에서 노후를 보장하며 홍보대사쯤으로 활용하고 이석씨는 대한제국황실을 위한 일을 하시고 있다. 조선이, 대한제국이 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며 집을 나와 전통주 박물관을 들러 술 만드는 법과 예전의 술도과에서 썼던 배달 술통들을 보며 어려서의 기억도 되살려 보았다.
다음으로 전주소리문화관에 들렀다. 소리의 고장답게 많은 명창들이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고. 명창이나 후학들이 무대에 설 수 있게 한 곳이다. 커다란 무대가 아닌 작은 무대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겹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그런 무대. 여기서 소리를 하면 마이크도 필요없고 그냥 육성으로 해도 될 듯하다.
전주는 남아있는 한옥마을이 보배다. 잘 관리하고 이야기를 많이 만들고 추억거리를 창의적으로 만든다면 영원히 사람들로 붐비는 고장이 될것이다. 예술과 술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게이니 지역특화를 잘 살려야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막걸리촌. 그 막걸리촌을 한옥마을 근처로 즉 리베라 호텔 큰 길 건너편으로 집중화 시켜 관광객들이 더 머물게 하는 것도 좋으리라. 또한 막걸리촌을 순회공연하는 소리꾼도 있다면 정말 운치있고 멋있는 문화가 될듯하다. 전주와서 소리 한자락 배우고 간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도 대포집에서. 한 잔 들어간 상태에서 가슴을 열고 멋진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주모가 노래할리 만무하니 각각의 특기를 살려 소리꾼이 이집 저집 다니며 흥을 돋구고 같이 어울려 소리도 배우고 이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인가. 내 혼자만의 생각인가?
오전 내내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며 눈 속에 담고서 군산으로 간다. 군산은 개항기 일본 침략자들이 쌀을 반출하던 항구로 조선민중의 한이 많이 서린 항구도시다. 옛날에는 어항이 중심이 되어 어선들이 참 많이 붐비던 곳이었다. 지금은 자동차(쉐보레) 공장등이 들어선 공업 항구도시가 되었다. 금강하구둑이 생기기 전에는 도선장 근처는 많은 사람과 물건들이 오고가며 돈이 넘쳐나는 거리였는데 지금은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하기만 하다. 먼저 택시를 타고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 가보았다. 일제강점기때 히로쓰라는 자의 집인데 2층목조주택으로 대 저택이다. 그 자는 엄청 난 부자였음이 틀림없네. 조선민중의 고혈을 빨아 부자가 된 그런 놈의 집이었지만 정원과 집이 아름답다. 신흥동에는 일본식 주택들이 참 많다. 게다가 군산시에서 개화 근대기의 집들을 재현해 놓고 그곳에서 영업을 하게 하여 색다름을 느끼게 하였다. 반경 1000미터 내에 기념이 될만한 건물들이 많으니 걸어서 다니면 더 좋다.
일본식 사찰의 외형을 그대로 살려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동국사를 갔다. 그전보다 많은 투자를 하여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큰 틀은 변함이 없다. 목포에서의 일본식 사찰에 들어 갔을때도 마치 귀신 나올 것만 같았는데 이곳 동국사도 마찬가지다. 마치 부처님을 가두어 두듯 두 기둥 사이에 부처님을 모시고 양쪽으로도 탱화를 걸었는데도 이곳 역시 울타리에 가두어 두듯해서 난 싫다. 한국 절처럼 대웅전 안이 뻥 뚫려야 좋다.
이곳도 방학을 맞은 젊은이들이 많이 나들이 왔다. 바닷가쪽으로 발길을 돌려 근대박물관으로 갔다. 지역주민의 입장료는 1000원이고 외지인은 2000원이다. 군산의 역사가 담겨있었다. 자원봉사 학생들이 군데군데 서서만 있다. 뭘 물어도 애들이 모른다. 박물관 담당자들이 교육을 안시키나? 노란 조끼만 입혀놓고 시설관리만 시키나? 안타깝다. 봉사시간을 얻으러 온 애들에게 허송시간을 만들어 주다니... 박물관 밖에는 옛 군산세관 건물이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 멋은 있는데 어째 위압감을 느끼는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결같이 일제 강점기 건물들은 위압감을 준다.
군산의 다른 명소도 많지만 이번은 여기까지만 보고 늦었지만 점심을 먹으로 수산물시장 회센타로 갔다. 입구가 더럽긴 참 더럽다. 2층 회센타에 들어가 장항을 바라보는 곳에 앉아 회를 시켰다. 예전에 장항까지 도선을 타고 건넜었는데 지금은 하구뚝으로 차가 다니니 도선은 다 사라졌지. 하긴 34년전에 건너봤으니... 장항 제련소의 굴뚝은 여전한데 연기는 나지 않는다. 지금도 제련을 하나? 아~~!! 금을 제련한다고 들었다. 넓은 들과 갯벌, 바다를 지닌 백제땅은 음식문화가 참 풍요롭다. 기본 상차림이 아주 훌륭하다. 옛날의 임금님도 이렇게는 못먹었으리 만큼 다양한 수산물이 한상 올라온다. 여기에 술이 빠지면 안되지. 우럭회에 소주 한잔 크으~~!! 좋다. 도톰하게 썰은 우럭회에 된장발라서 소주와 함께 하니 극락이 따로없네. 여기가 바로 극락일세. 갈매기 날고 푸른 바다는 고요하니 아무 말없이 날 보고있지, 좋은 안주에 술이 들어가니 기분 좋고!!!
풍요로운 점심을 늦게 마치고 4시 42분 서울행 기차를 타러 군산역으로 택시타고 출발. 장항선이 예전에는 장항까지만 연결되었었는데 지금은 군산, 익산까지 연결되어있다. 새마을호를 타니 내가 탄 칸에는 한사람도 없네. 마치 대절기차를 타고 오는 기분. 충남으로 오면서 사람들이 한둘 타기 시작. 옛날 새마을호 객차라 좌석 간격이 넓어 아주 편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충남의 부드러운 기운을 느끼며 자다깨다 하면서 상경. 이번 여행도 아주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아무런 거리낄 것 없는 몸이니 당연하지. 은퇴후의 삶이 이렇게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수가 있나? 하하하하~~~난 복받은 놈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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