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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병원을 다녀오며

by 베짱이 정신 2015. 2. 25.

병원을 다녀오며

 

이번 주 어는 날이든지 병원가서 혈액검사를 해야기에 내일부터 비가온다니 오늘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2주간의 몸살로 인해 바깥출입을 거의 안하고 지내다가 해가 쨍쨍 뜬 날에 외출을 하니 무척 상쾌하다.

 

여전히 길을 나서면서 만나는 수 많은 얼굴들을 유심히 본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하나 변한게 없다. 오히려 더 늘었다. 뭐가? 그건 바로 사람들의 화난 얼굴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얼굴. 무표정한 얼굴들.

도대체 왜 자꾸 화난 얼굴, 자폭할 것 같은 얼굴들이 늘어만 가는 것일까?

겉은 화려하게 변하며 모두를 소비와 환락으로 유혹하는데 그곳에 끼지 못해서일까?

나도 한 때 젊은 날에는 그런 유혹에 빠지고도 싶었지. 그러나 그래봐야 뭘 할것인가? 결국은 자기파멸뿐 아닌가? 스스로 무덤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수많은 얼굴들을 보면서, 걱정하면서(쓸데없는)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 병원에 도착하니, 아니 이건 무슨 시튜에이션?

이 곳이 병원? 아니면 시장? 인간시장이 따로 없네. 엄청난 인파?

그것도 젊은이들은 없고 노인천국이네?

각 진료실 앞 및 접수처에는 사람들로 마치 호떡집에 불난것 같네.

아하, 젊은이들은 아직 덜 아프고 꿈과 희망이 있어 그것을 쫓느라 아플 틈이 없지. 그러나 노인들은 이제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 하루를 그냥 사는 것이니 아픈 곳이 하나 둘 나올 수 밖에, 그래서 맨 노인들인가? 노인들이 없으면 병원 먹고 살기 힘들겠다. 하긴 노인들도 젊어서는 꿈과 희망을 쫓아 열심히 노력하다가 어느날 만 55세 되었으니 나가시오 해서 밀려나와 나름 살기위한 노력을 하던 사람들이 아닌가.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플 수 밖에.

 

병원을 나와 길건너 대학로에 들어섰다. 마로니에 공원은 아직 오전이라 햇살도 차가우니 사람들이 없네. 소극장 많은 골목을 누비다 보니 맨 식당과 술집들이네. 그렇지 먹어야 살지. 다 먹고 살자고 연극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것 아닌가?

 

별볼일 없이 돌아다니다 종로 3가행 버스에 올랐다. 종묘공원앞은 아직도 공사중이라 노인들이 안보인다. 날이 추우면 종3지하철역에 많이들 모여 계신다. 그래서인지 종로3가역에 들어서면 묘한 냄새가 난다.

종로3가에 온 이유는 이발을 하기 위해서다. 4000원에 이발하고 머리감으면 얼마나 경제적인가? 그래서 난 종로3가에 나오면 이발을 한다. 마치 노인들 처럼 싸게.

탑골공원주변에는 노인들을 상대로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또한 이발소도 많고. 길거리 좌판에는 노인들이 별 허접스러운 것들을 다 들고 나와 벼룩시장을 연다. 그 곳의 주 단골은 노인들이다. 옛추억을 되세기는 건지, 심심하니 그냥 보는건지...

 

이발을 마치고 둘레를 잠시 돌아보다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온다. 오고 가며 만나는 수많은 얼굴들을 보면서 또 생각에 잠긴다. 화난 얼굴, 곧 터져버릴듯한 얼굴들, 무표정한 얼굴들이 전철안을 가득 메우고, 스마트폰에 빠져 앉으면 꺼내고 눈길 한번 곁눈질 않는 젊은아들과 아줌마들을 보면서, 통로를 따라 가면서 보는 다양한 얼굴들과 모습들. 이 모습들이 모두 웃는 날은 언제일까 생각해본다.

자기가 맡은 일을 즐겨하며, 그 자리에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날.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꽃처럼 피어나는 그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