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의 호남 유람기 1편(목포) - 2015. 1. 13(화)
호남여행을 가는데 기차와 버스를 타고 무작정 떠나보는 것이다. 가다가 좋으면 쉬었다 가고, 힘들면 택시타고, 좋으면 더 걸어 다니고... 존경하는 부인을 대동한 베짱이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차를 가지고 갈까 망설이다가 편하게 다니자고 기차를 타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예매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표를 받고, 손에 표를 들지 않고 가는 여행 이거이 상전벽해 되었네. 아날로그 세대인 내가 디지탈 이기를 누려보네 그려.
기차는 영등포에서 9시 9분에 출발하는 목포행 새마을열차. 아 그런데 열차도 세대교체가 되었네. 기존의 객차는 사람들을 많이 실어 나르는 목적으로70 ~80명씩 앉게 되었는데 ITX새마을 열차는 한량에 40명정도만 편하게 앉아 가게 해놨고 차 안도 무척 조용하다. 방음도 신경 쓴 모양이다.
서대전을 지나 논산을 지나면서부터 정읍까지 펼쳐진 너른 들판을 보니 가슴이 다 시원하다. 세월이 흐르니 논밭의 풍경도 바뀌었네. 너른 들판과 철길옆 논밭에는 비닐하우스와 집들이 자리하고, 옛집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새롭게 멋진 집들이 하나 둘 늘어나 가옥의 세대교체까지 이루어져 가고 있다. 하긴 시골에 사시는 노인분들 돌아가시면 그 집들도 다 사라질 것이다. 불편하고 낡은 집에 누가 가서 살겠는가. 또한 간간이 지나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역 또한 철도의 세대교체를 보여주고 있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자연의 선순환의 법칙에 예외는 없는가보다. 풍요로운 백제의 곡창을 지나니 왜 백제의 문화재들이 한결같이 편안한 인간의 얼굴을 하고 아름다운지 깨닫게 된다. 풍부한 농산물과 바다와 갯벌에서 나는 엄청난 수산물이 풍부하니 사람들의 마음도 여유롭고 풍요로울 수밖에. 또한 주변 산세들을 보라. 어디 악산이 있나? 산세가 다 부드러우니 그 땅에 사는 사람들 또한 자연을 따라갈 수 밖에.
평일이라 열차 이용승객이 많지는 않다. 시골로 갈수록 더하네. 그 많이 이용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황량함이 드는 시골역들이 쓸쓸함을 더해주네. 예전에는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목포가는 길이 어찌 그리 짧게만 여겨지는지. 금방인듯 목포에 도착. 목포역에 도착하여 부둣가로 향해 걸어갔다. 나는 지도도 안가지고 다닌다. 궁금하면 지역민들에게 물으면 되니까. 노인들께 물으면 아주 친절히 가르쳐 주신다. 게다가 더 많은 것들을 알려 주신다. 그러니 묻고 다닐 수 밖에. 목포역을 끼고 좌측으로 돌아가면 건어물거리가 나온다. 옛건물들이 자리한 거리를 지나 걷다보니 삼학도 가는 길, 부두로 가는 길이 갈라지네. 부두로 가는 길로 들어서니 바다에는 수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래가 딱 맞는 풍경인데 기름냄새가 진동을 한다. 매우 역겹다. 바다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작업도 하는데 이거이 완전 구역질 나게 만드는 고약한 냄새다.
바다속에 감쳐진 폐타이어, 어선에 쓰던 줄들이 썩은 뻘흙과 함께 산더미처럼 나온다. 뻘흙은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고 쓰레기들만 바지선에 모으는데 엄청나다. 수많은 어선과 다양한 배들과 주차된 자동차들을 번갈아 보면서 연안여객터미널까지 갔다. 중간에 수산물시장도 있더군. 평일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네. 눈으로 구경을 하면서 가다보니 점심때를 넘겼지만 그냥 밥을 먹기로 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매생이 백반(8000원)과 조기찌개 백반(7000원)을 시켰다. 전국 어디든 터미널이나 역 주변의 식당들은 음식이 별로인데 옛맛이 살아있는 음식이어서 아주 시원하게 먹었다. 백제의 반찬은 정말 다양하다. 작은 거라도 맛갈나게 만든다. 어려서 먹던 그런 반찬들이다. 어려서의 그맛을 기억하고 있다니 놀라울 일이로다. 이것은 무형의 유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본능적으로 이어지는 맛.
점심을 먹은 후 여객터미널을 둘러보고 근처에 있는 유달산을 오르기로 했다. 연안여객 터미널과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다. 시설이 정말로 훌륭하다. 우리가 잘 사는 것은 확실하다. 단지 그런 시설들을 멋지게 제대로 이용하느냐가 문제지만. 그래서 처음과 끝이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민교육. 꼭 필요한 교육이며 세뇌라도 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걸어서 올라가는 길에 국도 1,2호선 시발점이라는 비석이 서있고, 근대문화유산들이 많이 있다. 구 일본영사관 건물을 보니 건물자체도 멋지고 예술인데 그 위치가 목포항을 내려다 보고 있으니 옛날에는 위압감을 느꼈으리라 생각이 들더군. 지금은 박물관으로 활용중. 노적봉을 오르니 다산목이라는 나무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어 보니 정말로 그럴듯하게 보였다. 바라만 봐도 애를 갖게 된다나 뭐라나...
임진왜란 당시에 노적봉을 가마니로 둘러싸 마치 쌀가마가 쌓여 있는 것처럼 왜군들을 속였다고 들은 기억이 떠 올랐다. 유달산은 높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니 많은 바위들이 이야기를 품고 있는듯 하다. 바위마다 이름이 다 붙어있으니 사람의 상상력이 발휘될 수 밖에. 봉우리마다 정자가 하나씩 있으니 운동나온 분들과 불륜스런 관광객들이 앉아서 쉬기에 좋고 노인들의 이야기 보따리 풀기에 좋고. 나도 한 정자에서 한 노인분과 이야기를 하는데 묻지도 않은 이야기까지 술술 나온다. 말을 하고팠던 모양인데 내가 질문을 하니 좋은 기회였겠지. 많은 이야기 듣고 인사드리고 또다른 봉우리를향해 올랐다. 남여가 같이 가면 지나가는 여자들은 꼭 두 사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본다. 내기를 하나? 저 커플이 부부인지 불륜인지???? 하하하...
오르다보니 목포의 눈물 이난영 노래비가 있고 거기서는 계속해서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 등이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그 지방을 대표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그 지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된다. 이게 바로 예술의 힘이다. 이 봉우리 저 봉우리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신시가지, 구시가지가 구별이 되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고. 세상사 다 그러리라. 재물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로고.
<일본식 건물의 사찰>
유달산을 내려와 목포역쪽으로 가다가 이상하게 생긴 절이 있어 들어가보니 역시 일본식 건물의 절이다. 정광 정혜원 이라는 절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일본식 절을 그대로 형태를 보존하여 절로 이용중이다. 군데군데 일본식 집들이 아직도 있고 그곳에 사람이 살고. 역사는 흐른다.
갓바위를 가기위해 택시를 탔다. 관광객인지 알고 기사분들이 친절하게 안내도 해 주시고 그 지방 토속어로 말씀을 해 주시니 더욱 정겹다. 팔공산 갓바위만 있는 줄 알았더니 목포에도 갓바위가 있네. 그런데 바닷가에 있는 것이라 부교를 띄워 걸어서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이 바위에는 아주 슬픈 전설이 있더군. 어느 한 총각이 집이 너무도 가난하여 남의 집 머슴으로 품을 파는데 집에 계신 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하여 주인께 품삯을 달라고 했더니만 그 못된 주인은 이 핑계 저 핑계 되면 안주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까지 되었는데도 집에 못가본 그 총각이 비관하여 식음을 전폐하고 두문불출하면서 세상을 등지고 살다가 갓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만약 갓바위가 산에 있었다면 분명히 민간신앙이나 절이 자리했을법하다. 사진도 찍고 푸른 바닷물과 어우러진 갓바위의 슬픈 전설을 생각하며 유유자적하게 여유를 즐겼다.
목포를 돌아보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만 날인가 다음에 또 오면 되는거지. 사계절 골고루 다니며 즐겨야지. 오늘은 어찌되었던 담양에 가서 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로 나가야 한다. 목포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이 운전기사분 무척 성질 급하고 말을 아주 전라도스럽게 토속어를 잘 쓴다.
광주시내로 들어서니 차들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 서울아닐까 싶을정도로 교통난이 심하다. 광주에서 담양까지는 40분정도 걸린다. 도로가 사방팔방으로 뚫려 교통이 편리한 세상이다. 담양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으려 식당을 찾으니 마땅치가 않다. 다행히 백반집을 찾아 죽순된장국(8000원)과 일반 가정식 백반(6000원)과 막걸리(3000원)를 시켰다. 여기도 어려서 먹던 그 맛이 그대로 나온다. 막걸리 맛은 어이?? 아주 좋네? 술술 잘 넘어간다. 여관은 몇년전에도 왔을때 묵었던 그 여관으로 갔다. 여관이래야 그집밖에 없다. 방이 절절 끓는다. 아주 따뜻. 이곳 물이 아주 좋아 매끈매끈하네. 시원하게 샤워하고 이 지방의 다른 막걸리를 사다가 한 잔 더하고 푹 잤다. 여유있는 하루 일과를 행복하게 마치고 사는 은퇴후의 삶은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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