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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한량 백수 베짱이의 죽변, 임원, 삼척 유람기(2014년 11월 19일 - 수)

by 베짱이 정신 2014. 11. 21.

한량 백수 베짱이의 죽변, 임원, 삼척 유람기(2014년 1119- )

 

, 이거 잠을 설치며 잤더니만 아침에 일어나니 별거 아니네. 늙었나? 몸이 예민 해진건가? 하여튼 온 몸이 불편하다.

창문을 열고 부두쪽을 바라보니 부지런한 어부들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정리를하고서 여관을 나왔다. 차 안에 가방을 놓고 부두로 나갔다. 아직 어두운 그림자가 지어 사진찍기가 조금 어둡지만 그래도 다니며 구경을 하기로 했다. 어부들은 아침부터 왠 놈이 어슬렁 거리나 하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어부는 어부일 하고 유람객은 구경하고 하면 되는거지만 그 분들의 얼굴표정은 그리 고운 얼굴은 아니다. 내가 서울 살면서 느낀 것이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화나있고, 곧 싸울듯한 표정을 짓고 말도 그렇게 하는데 놀랐다. 건드리면 터질듯한 폭탄이다. 그런데 이곳의 어부들의 얼굴에도 경계와 이상한 눈빛을 느꼈다. 하긴 아침 댓바람에 사진기들고 왔다갔다 하니 심기 거슬렸겠지.

 

바람도 없고 고요한 바다위로는 고양이 울음소리 내는 살이 포동포동 찐 닭만한 괭이 갈매기들이 이리저리 날고 태양은 어두운 구석을 밀어내며 항구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부두에는 그믈, 밧줄, 고기상자 등등 잔뜩 쌓여있고 배에 얼음을 싣느라 바삐 일하고 생선 다듬고 분류하는 아줌마들은 정신없이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경매가 끝나서인지 아니면 고깃배들이 안 들어와서인지는 몰라도 생선이 별로 없다. 있어도 작은 고등어, 아귀새끼들이 부려져 있고 곰치 몇 마리 다듬는 아줌마, 오징어 배따는 아줌마 들이 자신의 일에 아주 열중하고 있다. 배의 종류와 크기도 다양한 배들이 부두에 줄을 메고 있고, 다국적 선원들이 자기들 말로 이야기 하며 지나가는 한가로운 항구의 아침이다.

 

방파제에 올라 먼 바다를 바라보니 색은 그리 예쁘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 아름답고 이따금 출항하는 배의 엔진소리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이 푸른 바다와 짝을 이뤄 한폭의 그림을 만든다.

 

성류굴을 가기위해 다시 불영 계곡 쪽으로 간다. 왕피천을 따라 둑에 만든 도로위에는 낙엽이 멋지게 드러누워 어서 오시라 반기고, 아침부터 형광색 옷을 입은 의경친구들은 일정 간격마다 서서 오고감을 보고 있다. 성류굴 입구에 다다르니 입구 장사들은 아직 개점 준비도 안하고 있다. 9시부터 개장이니 거기에 맞추겠지. 몸도 이상하고 속도 불편하여 아침을 올뱅이 해장국을 시켜서 올뱅이국보다는 된장국에 더 가까운 시원한 국물을 마시니 속이 조금 풀어지네.

 

성류굴입구는 마치 굴속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내기위해 인조로 동굴형색을 만들어 놓았다. 입장료 3000원을 내고 들어갔다. 단체로 온 아줌마들이 먼저 들어가고 난 혼자서 들어갔다. 머리보호 헬멧을 쓰지 않으면 부딪쳐서 머리 다칠 위험이 있다. 들어가면서 낮은 곳을 빠져 나가야 되는데 머리를 일찍 드는 바람에 꽝하고 부딛쳤지만 헬멧 덕분에 다치지 않았다. 굴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형상을 한 종유석들이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반긴다. 로마의 궁전, 성모마리아상, 아기공룡 둘리상, 마귀할멈상, 사랑의 종, 용궁상 등, 누가 그렇게 이름을 갖다 부쳤는지 그럴 듯 하였다. 하여튼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인간이 어떻게 대자연의 위대함을 따라갈거나. 여유롭게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습기찬 굴 안의 공기와 달리 상쾌함이 반겨주네.

 

동굴관광을 마치고 망양정을 올라갔다. 이 곳 역시 돈을 들여 범종도 만들어 놓고 운동 시설, 산책코스 들을 만들어 놓아 한가함을 즐기거나 바다의 풍치를 보고자 하는 자들에게는 좋겠지만 사실 주민들은 안오겠다. 그 시간에 관광객 상대로 돈 벌어야지. 망양정에 올라 백두대간을 바라보니 그리 썩 좋은 풍광은 아니지만 조선시대 임금님들과 시인 정철이 극찬해 마지 않았던 그 풍경을 몇백년 지난 후 그 때의 시각으로 보려하니 상상이 잘 안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산과 바다는 변함이 없으니 같으리니. 하얗게 밀려왔다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아름다운 색을 지닌 바닷물, 백사장을 보니 저절로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니 이곳을 찾은 시인묵객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술 한잔에 넋을 잃고 있었지 않았을까?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삼척으로 출발, 지나면서 보이는 현수막에는 원자력발전소 폐기하라는 그런 글귀가 보이고, 저 멀리 백두대간은 말없이 동해를 바라보고 나는 그런 풍경을 보면서 여유롭게 차를 몰고 북진했다. 동해안은 해안가로 번창 일로에 놓여 있고 길은 시원하게 뚫려있고 참 좋다. 게다가 평일이라 사람들도 없고 나는 그런 분위기를 만끽하고 다니고...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안전속도 지키며 북으로 북으로??? 전진중이다. 남들 오해하겠네. 정신 나간 북한 지도부들 그놈들 잡으로 북으로 가면 갔지, 불쌍한 북한 동포들 정신적 감옥에서 헤어 나오도록 도움을 주러 가면 갔지 저 지옥같은 북한 땅을 왜 가냐?? 통일되면 평양과 원산가서 선생질 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 소중함을 가르치다가 인생 끝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것도 못 이룰 꿈이 되었고. 하여튼 마음이 그렇지만 후배들이 더 열심히 잘해주리라 믿고 나는 룰루랄라 유람을 다니는구나

 

가다보니 임원항. 나는 어느 단체의 임원도 아니지만 임원항에 들어갔다. 작은 포구지만 그래도 고깃배들이 제법 있다. 어시장도 있고, 억센 경상도 말로 회를 뜨라는 할줌마들의 고성을 들으며 방파제에도 올라가보았다. 살아있는 작은 새끼 고등어 6마리 만원하면서 나이든 관광객들에게 선전하는 소리를 들으며,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는 참으로 아름다운 색을 하고 있었다. 조용한 바다를 보며 누리는 이 호사 참 좋다. 이럴 때는 회에 소주 한잔 하는 멋과 맛이 있어야 되는데 이거 차를 가지고 다니니 마실 수도 없고.... 자고로 여행은 힘들어도 대중교통 타고 다니며 먹고 싶을 때 먹고 내리고 싶을 때 내려서 맘껏 즐기며 다니는 것이 좋은데 그것이 아쉽도다.

 

임원항을 떠나 삼척으로 방향을 잡아 달린다. 삼척에 다가갈수록 멋진 바다풍경이 사로잡는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색깔, 멋진 풍광은 정말로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새로운 도로가 뚫려 옛길의 구불구불한 멋진 길의 풍경을 다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풍경이 어디가랴. 삼척에 들어가니 시멘트 공장들이 보이네. 또한 삼척항에 들어서니 점심때라 어선들은 다 정박해있고 조용한 길가엔 울긋불긋 관광객들만 왔다 갔다 할 뿐.

 

새천년도로를 드라이브를 하는데 참으로 멋진 해변이다. 멋진 해변에 맞게 온갖 펜션 호텔,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는 건 당연지사??? 하긴 그런 시설들이 있어야 모처럼 큰 맘 먹고 오는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주지. 모든 것을 내 혼자 가지고 있으면 뭣하나? 나눠 갖고 같이 누리고 해야지. 하여튼 해안도로는 정말 일품이다. 평일이라 차도 안다니고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때가 점심때라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점심을 먹어둬야 다음 길을 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선전이 요란한 곰치국집에 들어갔다. 온갖 선전물들이 잔뜩 붙여져 있었다. 한 그릇에 12000. 김치에 곰치만 넣어서 끓인다는데 정말 시원하다. 술도 안 먹었는데 땀이 확 난다. 정말 속이 시원하게 뚫린다. 그것도 잠깐 안 좋던 속과 몸이 또 신호를 보내네? 그렇지만 태백서 잘 요량으로 태백으로 가기로 하고 가는 길에 그동안 못 봤던 환선굴에 가기로 했다. 고불고불 길을 따라서 가는데 아니 강원도 차들은 왜 이리 쌩쌩 달리는겨? 그 좁은 길에서도. 정말 겁도 없나?

 

한참을 꼬불꼬불 올라서 환선굴 입구에 도착 주차비 1000, 내고 들어가 입장료 4000원 내고, 환선굴이 높은데 있어 경사가 급하기에 모노레일 7000원 주고 왕복표를 끊어 2분 타고 올라갔다. 아니 산 중턱에 그런 큰 동굴이?? 들어가 보니 이건 거대한 광장??오후 2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 동양최대니 뭐니 하는 말도 있고 각 종유석마다 기이한 이름은 다 붙여 상상력을 자국하고 출렁다리도 만들어 재미도 더하고, 사람들의 상상력은 끝없음을 느낀다. 하긴 그 상상력에 의해 인류가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는가. 1시간 정도 이리저리 다니며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사진도 찍고. 그런데 굴에서 사진 찍은 것을 보면 거의가 잘 안 나온다. 그래도 마구 찍었다. 그 중에 하나라도 건질 수 있으니. 환선굴 근처에 민가가 대여섯채 있는데 옛날에 이 사람들 어떻게 살았을까 정말 걱정이 되는 환경 속인데, 지금은 전부다 관광객 상대 음식점 가게를 하네. 조상 덕에 지금은 편히 사네 그려. 골이 깊으니 해도 일찍 진다. 그러니 기온이 다른 지역과 확 다르게 차다. 차를 몰고 나오니 학교스쿨버스가 내 뒤를 따라오는데 이거이?? 뭐 경주하나? 왜 그렇게 빨리 달려? 누가 강원도 아니랄까봐? 하여튼 강원도 운전사들은 정말로 카레이서 이다.

 

태백으로 넘어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길이 꼬불꼬불 높은 산을 넘어가는데 그 유명한 스위치백 철도를 지나는 곳이다. 그 고갯길에서도 강원도 차들은 추월을 거듭하고 난 피해주고. 고갯마루를 넘어가니 태백시. 내리막이다. 가만히 있어도 차가 절로 빨리 나간다. 그래도 4차선이라 안심하고 다닐 수가 있지만 정말로 위험하다. 태백시내를 들어가 태백역 근처를 다니며 예전에 왔던 기억을 되살려 보았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 몸은 자꾸 이상한 신호를 보낸다. 원래 태백서 자고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네비게이션도 없이 이정표만 보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요령이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시외버스를 따라가는 것이다. 좁은 강원도 태백의 길을 따라가니 정선군 고한, 사북을 지나는데, 아니 이게 뭔 일여? 고한 사북에 어인 호텔들이 그렇게 많은가? 좁은 땅덩이위에는 어김없이 호텔과 여관들 음식점들이 빼곡이 자리잡고 있네. 그 유명한 정선 카지노 근처인가보다. 영월을 거쳐 제천 원주 신림을 거쳐 고속도로로 갈아타고서 집으로 달려왔다.

 

어디가든 길이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어 다니기는 참 편했다. 아무리 첩첩산골이라도 사람들이 다 살고 있고, 주택들도 개량되어 가고, 여기저기 공사판이 벌어지고, 이리저리 바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대한민국, 아름다운 자연이 구석구석, 자연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동해바다와 백두대간, 아직은 악다구니 안쓰는 바닷가 아낙네들과 아저씨들, 이 모두 우리의 소중한 재산이리라. 이 모두 우리의 힘이요 자손대대로 이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여행은 비록 몸이 안따라줘 원하는대로 다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유롭게 자유롭게 맘대로 다니며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는 자유인이다. 한량 백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