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백수 베짱이의 직지사, 회룡포 유람기(2014년 11월 18일 - 화)
오늘은 김천 직지사를 향했다. 예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충청도 땅과 경상도 땅의 모든 시설물들이 추풍령 고개 넘으면 모든 시설, 구조물, 도로, 경지정리 등 모든 게 엄청나게 차이가 났었는데, 지금도 여전함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하긴 세월이 얼마나 흘렀나? 그러다보니 주변도 그에 따라 엄청나게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가을이라 길가의 은행잎은 노랗게 메달렸다가 떨어지고 산들은 울긋불긋 햇살은 눈부신게 사람의 마음을 이상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직지사를 갔더니만 들어가는 입구부터 상전벽해가 되었다. 평일이라 사람들도 얼마 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황악산이 등산객을 불러 모으고 관광객들이 절을 구경하러 오니 공휴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가하게 여유롭다. 절 입구에는 공원도 만들고 절 주변에는 여러 펜션, 카페 등이 자리하고 할머니들이 농산물 가지고 나오셔서 팔고... 유원지에 온듯하다.
직지사 입장료 2500원을 내고 들어섰는데 아침햇살이 나무들 사이로 비추고 반쯤 떨어진 나뭇잎과 단풍들이 어울려 마치 명상의 길을 걷는 듯 했다. 이곳이 경상도라 사람들의 목소리가 마치 중국말처럼 들린다. 아줌마들 단체관광객들과 삼삼오오 같이 온 동네아줌마들의 소리를 새소리처럼 들으며 아주 조용히 기쁜 마음으로 명상의 길을 걸었다. 그리 멀지않은 짧은 길이었지만 참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내가 가본 명상의 길 중에 순천 송광사의 물안개 피고 고요한 숲속에 그 흙길은 정말로 최고다.)
보통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을 거쳐 대웅전을 참배하는데 이 곳은 공사중이라 옆길로 들어서서 대웅전 마당에 들어서니, 아침햇살에 대웅전이 환하게 빛나고 뒤편의 단풍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멋진 그림이 나왔다.
주변에는 여러 부처님을 모신 전각들이 많았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 석가모니 부처님과 16나한(제자)을 모신 응진전,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신 관음전,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여러 시설, 성보박물관, 선 공부를 하는 선원등 대단위 사찰이다. 이 절은 사회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절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은 절도 찾아오는 신도들만 향할 것이 아니라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마음의 빈곤을 겪고 있는 수많은 중생들을 도우러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행히 면벽수행만이 아니라 현실에 뛰어들어 마음을 풀어주는 스님들과 단체들이 생겨 다행이지만 더 많은 실천적 노력으로 배운 것을 실천하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배워서 남 주자!!” 이 말, 딱 맞지 않나?
따사로운 햇살아래 경내를 이리저리 거닐며 경치에 감탄하고, 따스한 품속을 경험하고, 고요를 느끼고, 시간의 흐름을 잊게하는 경험을 하고 느릿느릿 나오는데 혼자 걷는 명상의 길은 정말 기분 좋게 한다. 주변도 보고 사람들도 보고, 내 자신도 돌아보고...이게 절에 오는 매력 중에 하나다.
오늘은 발길 닿는 곳으로 가기로 했으니 상주 쪽으로 방향을 잡고 운전대를 잡았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길은 사방팔방으로 잘 뚫려져있어 시간 절약 및 좋은 경치를 덤으로 얻는다. 예부터 주(州)가 들어가 도시는 큰 도시인데 상주를 보니 조선시대 왜 상주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드넓은 들과 알맞은 산, 한양으로 가는 길, 물산이 풍부해 많이 모이니 중요할 수밖에.
상주를 지나 예천 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가던 중 예천 용궁면에서 삼강나루와 회룡포라는 안내판이 보이길레 멈춰서서 먼저 삼강나루를 가기로 했다. 그러기 전에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여행을 혼자 다니면 밥 먹기가 참 곤란하다. 그래서 주로 국밥집을 가는데 둘러보니 용궁 순대 국밥집이 여러 군데 있길레 그 중 한군데 들어가 국밥을 시켰다. 난 사실 국물 때문에 순대국밥을 먹는다. 돼지대가리 고기도 별로고, 단지 순대는 채소가 많이 들어간 것은 좋아하는데 용궁 순대는 대창에 채소를 제법 넣은 순대를 넣어주었다. 물론 질겼지. 국물에 밥 말아 먹고 삼강나루를 찾아갔다. 지금은 삼강나루 주막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어 도로망이 확충되고 회룡포와 연결하여 걷는 길도 만들고 많은 투자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삼강나루. 지금은 다리가 놓여져 있어 나루의 역할을 못하지만 그 옛날은 중요한 위치였으리라. 한양 가는 길이니 주변에 주막이 있을 수밖에. 옛 주막 한 채와 주변에 새로 지은 여러 주막들이 영화 세트장처럼 보이고 어색하지만 나이든 양반들은 추억을 되살리는 장소가 되리라.
낙동강이 휘감아 흐르는 회룡포를 향해 가려면 다시 용궁면으로 나와야 한다. 7킬로미터 정도를 운전하여 회룡포를 가는데 관람대 전에 장안사라는 절이 있다. 조선에 3곳의 장안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라고 안내가 되어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가곡 장안사. 그 장안사는 아니지만 이 정도로 역사가 깊은 절이었다. 이 절도 불사를 통해 천년의 묵은 때를 벗어내고 새 옷을 입으며 새 집도 짓고 있었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 양옆으로는 유명시인들이 쓴 주옥같은 시들이 자꾸 발길을 잡는다. 역시 명시는 짧으면서도 감동을 준다. 전망대에 오르니 사진에서 봤던, 텔레비전에서 봤던 그 풍경이 펼쳐진다. 낙동강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섭다리 같은 다리가 두 군데 있고 고요 그 자체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마치 하트모양을 한 산이 펼쳐져 있고... 이런 광경을 보고 시인묵객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으리라. 이 틈에 나도? 어림없는 소리. 난 아직 멀었소이다. 아름다운 광경을 사진과 마음에 담고 울진으로 출발.
영주를 거쳐 불영계곡을 지나야 되는 먼 길이다. 영주시내에서 길을 잘못들어 시내 한바퀴 돌고 봉화쪽으로 갔다. 이곳 역시 길이 아주 좋다. 그러다 백두대간(태백산맥)쪽에 가면 길이 아직 완성이 안되어 옛 길로 간다. 정말 꾸불꾸불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험한 길을 넘는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운전도 엄청 잘한다. 난 그 지역 차나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차만 보면 얼른 피해준다. 아주 좁은 협곡 사이로 동네가 자리하고 좁은 길로 차들이 쌩쌩 달리고. 이 지역 사람들 옛날에는 엄청 힘들게 살았으리라. 하늘만 보이니. 등짝만한 농지에서 먹고 살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곳이 휴양지, 전원주택지 등등으로 변화가 되었으니, 옛말 틀린 게 없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 산속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냉기도 역시 다르다. 조심조심 운전하여 불영계곡을 무사히 빠져나와 울진에 들어섰다. 기왕이면 항구에서 자려고 죽변항까지 달렸다. 이곳 역시 길이 잘 뚫려져 있어 쉽게 갔다. 항구 입구부터 펜션, 모텔 등이 많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 구시가지에 들어섰다. 우선은 늦은 저녁을 먹어야겠기에 깊숙한 곳까지 갔다. 다행히 밥집이 있어 순두부백반을 시켜 먹었다. 역시 조미료 뒤범벅.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항구근처 여관에 갔다. 억센 경상도 말을 쓰시는 할머니가 4만원 달랜다. 지불을 하고 올라갔다. 간단하게 씻고 하루의 피로를 풀려 잠을 청하는데 나이들어서인지 갈수록 밖의 잠자기가 곤란해진다. 이럴땐 술을 한잔 마시고 자면 좋으련만 어째 속이 자꾸 이상해서 그냥 자기로 했다. 그냥 자야지. 내일을 위해. 그래도 아쉽다. 타 지역에 가서 그 지역 막걸리 한 잔을 해야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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