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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한량 백수 베짱이의 당진 서산 태안 유람기(2014. 10. 30)

by 베짱이 정신 2014. 10. 31.

한량 백수 베짱이의 당진 서산 태안 유람기(2014. 10. 30)

 

2014년 1030() - 첫날

 

모처럼 길을 나섰다. 한량 백수의 길로 들어선지 두 달. 그간 몸만드느라 정신적 여유 찾느라 생활의 리듬 정착시키느라 이렇게 보냈다.

고속도로 양옆의 논에는 수확이 끝나 휑한 들판만 있고 소들의 1년치 양식이 되는 볏짚을 둘둘 말아 흰 비닐로 감싼 덩어리들이 마치 눈사람처럼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나 혼자 차를 몰고 서서울 IC에서 서해대교를 건너 송악 IC(통행료 3700)에 내려 한진포구를 갔다. 지나다니면서 먼 발치에서만 바라보았던 한진포구. 30년도 전에 가보았던 포구의 변화가 멀리서도 보였지만 가까이서 눈으로 보고싶었다. 상록국민학교, 상록수를 지은 심훈 선생의 필경사 등등이 떠 오른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그 전의 염전자리, 그냥 공터 등이 다 사라지고 못쓰던 땅 위에 집들이 들어서고... !!!??? 포구에는 가건물로 들어선 시장이 섰네. 각종 어패류와 젓갈. 난 새우젓과 바지락젓을 샀다. 각각 1만원씩. 바지락은 아주 적다. 물론 비싸니까 양이 적을 수 밖에. 다 할머니들이 파시네. 그런데 얼굴 인상들이 수도권의 장사하는 할머니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여유가 있고 편안하다.

근처에는 아저씨들이 아침부터 산처럼 쌓아놓고 이른 점심(?)을 드시네. 참 좋은 일여.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뭐.

 

송악 IC에서 대산까지 해안가로 길이 잘 뚫려져 있어 그 길을 가는데 대형트레일러와 트럭들이 엄청 많이 다닌다. 하긴 공단이니까. 예전에 염전, 논, 산이었던 곳들이 지금은 다 공단이 되어버렸으니 당연하지.

 

석문방조제를 건너는데 길이가 엄청나다. 중간에 서서 방조제에 올라 바다도 바라보고 담수호도 바라보고...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감탄도 하고... 콘크리트로 감싼 방조제에도 풀들이 질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저렇게 여름 땡볕을 다 이겨내고 아주 작은 틈새에서 자리잡고 사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신비함과 끈질김을 느꼈다. 모든 생명들이 다 저런가? 특히 인간? 그런데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서 쉽게 포기도 하는데 저 식물들은 포기도 없네. 정말 대단하다.

석문 방조제 끝에 마섬포구가 있더군. 그 곳에 들어가려니 입구에 노점상들이 아주 좋은 곳에 다 자리잡고 있더군. 이 곳에는 낚싯배들이 주종을 이루더군. 바다냄새가 아주 상큼하고 내가 좋아하는 그런 바다냄새를 내어 아주 순간 순간 행복했지. 낚시하는 분들이 잡은 고기를 보니 우럭새끼였다. 회를 뜨면 큰 한 점될까? 그런데 여기저기 낚싯줄과 납봉, 쓰레기들이 말이 아니다. 아니 아무리 살기좋은 고장이라고 선전하면 뭘하나? 바닷가에는 쓰레기들이 천지삐까리인걸...

 

조금 더 가니 장고항. 옛날의 장고항이 아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장고항 노적봉. 옛날에는 포구같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선착장까지 있고 많은 배들이 드나들고... 그런데 역시 이곳도 방파제 틈사이사이로 쓰레기 천국. 주 범인들이 낚싯꾼과 관광객들이 아닐까? 정말 더럽다. 아니 당진시에서는 노인 일자리로 각 항포구 쓰레기 처리 전담을 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노인은 안 심심하면서 돈도벌고 주변도 깨끗해지고... 하여튼 생각할 점이 무지하게 많았던 당진의 포구들이었다.

 

바닷길을 따라 가니 왜목마을. 해가뜨고 해가 지는 마을로 소문난 곳. 아니 이곳도??? 해변 주변에 온통 펜션 음식점. 해변과 어울리지 않는 펜션들이 엄청 많네. 점심때가 되어 어디가서 점심이나 먹고가야지 하며 가다보니 왜목마을 입구에 돼지국밥집이 있네? 얼른 들어갔지. 난 순대굮밥을 좋아하는데 그와 비슷한 류라서 들어갔더니만 아주머니 혼자서 친절히 일하시는 곳이더군. 부추겉절이를 듬뿍 넣고 천천히 한입 두입 먹었지. 생마늘도 먹고, 양파도 먹고... 손님들 중에 다진양념을 달라고 하는데 붜라고 하느냐면 다대기 주세요 그러는 거다. !!! 저 말은 일본말인데 우리 말은 다진양념인데... 하긴 몰라서 그런 말을 하겠지? 습관이란게 이렇게 무서운 것여. 다 먹고 났더니만 입에서 돼지 냄새가 왜 이리도 많이 나는겨??? 그 냄새 안가시네...

 

방조제를 따라가면 도비도가 나온다. 그 곳도 한 여름에는 관광객들로 엄청 붐비는 곳이다. 잠깐 내려서 사진 한 장 찰칵 찍고.

조금 더 가니 서산 삼길포항이 나온다. 여기도 완전히 상전벽해가 되었다. 길도 넓혀지고 배가 안전하게 댈 수 있는 시설도 마련했고 사람들도 바글바글하고. 여기는 특히 예전부터 배 위에서 회를 떠서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기들이 잡아온 생선들을 직접 회떠서 파는 곳인데 특화 시켜서 명물로 만들었다. 점심 먹은지 얼마 안되어 회를 먹고싶었지만 먹을 수가 없네. 우럭회에 소주 한잔 크윽~~ 생각만 해도 끝내주는데... 그걸 못했네.

평택해양경찰서 대산파출소에서는 낚싯꾼들의 안전을 위해 방송을 하더군. 세월호 참사 덕(???)에 안전에 신경쓰는 상황을 처음 보았지. 해안가를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바로 대산항이 나온다. 그런데 사실 대산항이라고 하지만 항구같지가 않다. 화물선도 얼마 안되고 여러 시설들이 별로니까. 대한민국에서는 부산항이 항만 같지 다른 곳은 작은 포구같다.

 

대산항을 지나 팔봉산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이름모를 저수지를 지나는데 참 아름답네. 사진을 찍으러 장소를 찾아보니 설 곳이 없네. 지나다니는 차들에게 위험이 되고 나 또한 위험이 되니까. 끝부분에서 간신히 사진 한 장 찰칵 했지만 처음 보았을 때 멋진 장면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꼬불꼬불 길을따라서 학암포로 갔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겨 하며 자꾸 의문이 들만큼 맣이 변했네. 예전에는 정말 쓸쓸하고 황량한 해수욕장, 모래밭이었는데 지금은 아 글쎄 수련원에 펜션에 없는게 없네 옛모습은 다 사라졌네 그려. 이 곳 역시 방파제도 생겨 어선들이 배를 대고 어획물을 내리고 하더군. 꽃게를 잔뜩 내리고 어판장에서는 선별작업을 하고. 그 옛날 태안에서 비포장 길을 시내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 걸려 도착했던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변한 학암포, 하긴 나도 변했지 내 나이가 얼마여?? 안 변했으면 대한민국이 어쩌라고??

 

해변길을 따라서 신두리 사구언덕을 향해 달린다. 태안의 명물인 생강밭도 보고. 신두리에 들어서니 아니 이곳이 대한민국 해변 맞아? 마치 서양의 어느 해변에 와 있는 듯. 서양식 리조트인지 뭔지 대단위 회사의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내. 사구를 올라가니 수만년에 걸쳐 바람의 힘으로 만든 모래언덕. 벌거벗은 모래언덕과 풀이 자란 모래밭, 모래가 사라지지 말라고 대나무 발로 만든 방책들이 보이더군. 해안가 모래밭은 아주 부드러워 밟으면 기분좋게 들어가고. 방풍나물이 기념관 앞에 심어져 있는데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그 씨를 채취하느라 바쁘고.. 하여튼 땅덩어리는 작지만 별것 다 있는 소중한 땅. 우리 대한민국.

 

해변가 길을 따라서 만리포로 출발. 해는 점점 떨어지고. 만리포에 당도하니 이 곳 역시 예전의 그 모습은 간데 없고 자본의 손길만 춤추는 곳이 되었지. 옛날에 일요일이면 찾아나섰던 서산의 바닷가 해수욕장들 중에 하나였다. 그 맑고 깨끗한 백사장에 갈매기 날고 동해바다보다도 푸른 물이 들락날락 하던 곳이 지금은 내가 변해서인지 많이도 변했다. 길도 잘 뚫렸고 이곳 역시 펜션 천지.

 

이번에는 안흥항으로 출발. 가는 길에 연포해수욕장이 있는데 그 곳은 그냥 통과하고 곧장 안흥항으로 갔다. 지금은 다리를 놓아 안흥과 신진도과 하나로 연결되어 신진도 구경이 쉽네. 뭐 별것은 아니지만. 예전의 안흥항은 조그만 낚싯배들이 많고 외항(신진도)으로 가니 큰 어선들이 불을 밝히고 작업을 하더군. 평일이라 사람들이 적어서인지 자유롭게 차를 움직이며 다녔지.

 

날이 어두워졌으니 이제 잘 곳을 찾아야지. 에이 대천가서 자야지 하면서 서산 AB지구 방조제를 건너 가기로 하고 차를 몰았다. 아이고 밤인데다가 내 차가 12년 된 차(아직도 힘 쎄고 새것??)라서 헤드라이트의 불이 어두워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밤 운전은 앞차만 잘 보고 일정거리 유지하면서 달리면 별 탈없이 다닐 수 있다. 태안에서 남면으로 가는 길엔 도로공사가 많아서 더욱 조심하면서 갔다. 밤에 운전을 하니 도로표지판의 중요성이 실감난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나. 즉, 사람 살기가 편리한 구조가 선진국일텐데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도 슬슬 근접해 가지않나 생각된다.

 

서산AB지구 방조제를 건너 홍성 갈산 Ic를 거쳐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밤이라 국도보다는 안전한 고속도로가 더 낫다. 낮이면 주변 경치도 감상하면서 국도로 가면 좋으련만 깜깜절벽인 밤이라 고속도로가 더 낫다. 서해안고속도로라 차들의 통행이 별로 없다. 여유로운 운전을 하면서 가다보니 배가 고프네 그래서 홍성휴게소에 들러서 한우국밥을 시켜 먹었지. 한우??? 살첨이 몇 가닥 들어 있더군. 게다가 소기름까지 띄워서. 이런... 소기름은 먹어서는 안되는건데 그렇게 띄우네. 충청도 휴게소라 그런지 역시 느긋. 말도 느릿느릿 부드럽고 아주 편하더군.

 

대천IC를 빠져나와(통행료 2700) 대천시내로 들어갔다. 여관을 잡아야지. 그런데 안보이네?? 아니 여관들 다 어디 있는겨? 역이나 버스주차장 근처에 있는데 밤이라 안보이는구먼. 에이 그럴바엔 부여로 넘어가야지. 성주산을 넘어 옛날 탄광이 많던 도화담을 지나 외산면에 들어섰다. 이곳은 무량사가 있는 관광지라 여관이 있겠지 하면서 무량사 근처로 들어섰는데 이런? 안 보이네 내가 못봤나?? 다 불꺼져있고? 내산면쪽으로 가다가 왼쪽을 보니 여관(모텔)등이 켜있네 다시 차를 돌려 백운장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혼자서 지키고 있더군. 혼자라니까 25000원 달라고 해서 드리고 술을 사러 나갔다. 그런데 그 여관에 손님은 오로지 나 혼자였다. 주말에는 북적거리겠지? 근처 가게에 갔다 와서 소맥을 만들어서 한잔 마시고 그냥 푹 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