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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사색의 시간

이렇게 늙고 싶다

by 베짱이 정신 2022. 11. 28.

이렇게 늙고 싶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눈은 침침해 잘 안 보이고 마누라와의 대화는 동문서답이 되고 동작은 굼떠 굼벵이가 되고 말은 하되 어줍어 참으로 이해와 소통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한 때는 내가 맡은 일에 자부심과 긍지로 자신만만 행동을 하고 술도 거나하게 마실 줄 알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얼굴은 쭈글거리고 볼품없이 어깨도 구부정하게 굽었습니다. 이는 세월이 주는 선물로 더욱 겸손하게 살으라는 하늘의 명령이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늘님. 부처님. 예수님. 알라신이시여.

 

젊은 시절 그렇게 호기 있게 살았을지라도 늙어서는 좀 더 신중하고 어른답게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부디 고약한 늙은이가 되지 않고 넉넉히 포용할 수 있게 미워하는 마음과 욕심을 버리게 하시고 남을 괴롭히는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해 도와주소서.

그동안 살아온 생활의 경험으로 아들, 딸과 이웃들에게 지혜를 나눠줄 수 있게 해 주시고, 대접받으려는 늙은이보다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자애로운 늙은이가 되게 도와주소서.

 

늙은이의 고집과 아집으로 원망과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해 주시고, 솔선수범하며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갈궈주시고 여유와 품위가 넘치는 그런 늙은이가 되게 도와주소서.

늙음을 한탄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사람의 귀감은 안되어도, 잘 살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깨어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소서.

이 세상 떠날 때 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떠날 수 있도록 끝없는 가르침을 주시고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하는 생활이 되도록 도와주소서. 그리하여 모든 이들이 이승을 떠나는 나를 아쉬움 속에 저승길을 갈 수 있게 도와주소서.

 

하늘님, 이렇게 너무 많고 이룰 수 없는 부탁만 늘어놔서 죄송합니다. 어쩌면 이리도 인간의 욕심은 늙어 죽어가면서까지도 끝이 없을까요? 참으로 세대를 두고두고 연구대상입니다. 그렇다면 평시에 그렇게 살지 왜 늙어가면서 그동안 못하고 안 했던 것들을 해달라고 부탁, 아니 강요를 하는지 이것 또한 인간의 한계이자 어쩔 수 없는 번뇌인가 봅니다.

 

용서하소서. 용서가 안되면 혼내 주소서.

마음으로는 고상하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늙어가고 싶지만 욕심이란 걸 압니다. 비록 끝없는 욕심으로 늙어가면서 아니 죽어가면서까지 한량없는 욕심으로 요구만 하니 하늘님도 무척 피곤하시겠습니다. 그저 노년에 이렇게 살고 싶다고 넋두리한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냉정히 지켜보시다가 조금이라도 어긋나고 고약하게 굴면 가차 없는 날벼락을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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