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보기 싫거든 물가를 떠나라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몹시 목이 말랐다.
때마침 그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나무 홈통을 발견하고 정신없이 물을 마셨다.
실컷 마시고 난 그는
“물아, 이제는 더 흐르지 마라.”
하고 나무 홈통을 향해 말했다.
그러나 물은 여전히 흘러 나왔다.
그는 다시 “싫도록 마셨으니
더 흐르지 말라는데 왜 멈추지 않느냐?” 하고 화를 냈다.
어떤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당신은 참 어리석구려.
당신이 이곳을 떠나면 될 텐데
흐르는 물을 보고 성화를 내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하며
그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다.
세상 온갖 것에 집착하고 갈망하여
오욕락(五欲樂)의 단물을 마시다가
그 쾌락에 싫증이 나면 물을 실컷 마시고 난 사람처럼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희 빛과 소리와 냄새와 맛나는 것은
다시 내 눈에 띄지도 마라.”
그러나 그 다섯 가지 욕락은 끊임없이 앞에 나타난다.
그는 다시 “빨리 사라져 내 눈에 띄지 말라 했는데
왜 다시 나타나느냐?” 하고 화를 낸다.
이때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그것들로부터 떠나고 싶으면
당신의 여섯 감관을 거두고
그 마음을 닫아 망상을 내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면 곧 해탈을 얻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지 않는 것을 가지고
그들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면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것은 물을 마신 어리석은 사람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백유경(百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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