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의 동유럽 유람기 12 - 열둘째날(2015. 8월 8일 토 - 집으로)
뜻하지 않은 비행기 결함으로 인해 하루를 더 묵게 되었는데 뉴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에게도 일어나다니....~~~!!! 덕분에 하루 더 묵어가지만. 나야 백수니까 상관없지만 일을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난감하겠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하나 좋은 일이 있으면 하나는 나쁜 일이 생긴다. 백수인 내겐 이제는 다 좋은 일??? 힘들게 떠난 11박 12일 여행이 12박 13일이 되었네. 유럽대륙을 버스타고 종횡으로 달리며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천하태평성대를 누리는 동유럽, 발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여유있는 삶을 부러워도 해보았지. 이번 여행을하면서 정치가 우리네 삶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유럽대륙의 정신나간 지도자들의 폐해로 얼마나 많은 양민들이 죽고 괴로움을 당했던가. 아니 당장 우리 한반도를 보자, 정신나간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잖은가? 정치가 제대로 가기위해선 시민의식이 투철해야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런 정신나간 것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해야 일반 시민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더욱 사람 살기 좋은 땅으로 변화시킨 인간의 위대한 업적들을 눈과 마음에 담은 그런 유럽을 떠나 집으로 간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채 3시에 일어나 세면을 하고 짐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나니까 4시. 아주 이른 아침식사 시간이다. 4층 식당으로 올라가니 준비를 방금 끝낸 듯 하였다. 유럽에서의 마지막 식사라 골고루 조금씩 가져다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입에 대지도 않던 빵도 매일 먹고, 내가 집에서 1년 내내 먹어도 못 먹을 만큼의 육가공품을 먹었다. 그러면서 우리와 유럽의 식사습관을 비교해 보니,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의 식습관의 차이가 만들어낸 편견과 오해의 골은 깊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되는 습관이 몇 천년동안 있어왔는데 이걸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한국사람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인들이 먹는 양이 많을 수 밖에. 그런 걸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에서는 참 괴이하게 보일 수도 있지. 한국인들은 당당하게 가져다 먹고, 중국인들은 막무가네 싹쓸이로 다 쓸어가고, 일본 놈들은 눈치를 보며 가져다 먹고... 여기서도 삼국의 차이를 볼 수있지 않은가? 농담같지만. 이젠 우리도 식습관이 서구화 되어 가서 머지않아 아침밥이라는 말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아침밥 먹고 오는 애들 조사해보면 안 먹고 오는 애들이 마구 늘어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짐을 마지막으로 확인 정리하고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로비로 나왔다. 로비에는 거대한 나막신과 치즈 모형이 있길레 장난 삼아서 집사람과 같이 신발 한 쪽에 각각 들어가 치즈를 들고 재미있게 사진을 찍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긴장을 풀어주고 네덜란드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됨을 느끼며 이곳 사람들의 다양한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고개를 끄덕인다. 반면에 우리는 무엇이 있을까? 원래는 만주벌판에서 말타던 기마민족이 한반도에 갖혀 농경민족으로 변화되었는데 그 특징을 살린게 뭐가 있을까? 한복입고 사진 찍는 것? 그것 말고 그냥 간단하게 사진을 찍으며 한국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것이면 좋겠는데 말이다. 아마도 없지? 관광공사에서 전 국민 아이디어 모집을 해야 할 것이다.
공항에 들어가 짐을 부치는데 23킬로그램을 넘으면 운임을 따로 내야 된다고 한다. 올리브유, 발싸믹 식초를 집어넣었더니 가방이 제법 무거웠다. 걱정을 하고 재어보았더니 다행히 무게가 그리 나가지 않았다. 가방 안에는 먹다 남은 맥주도 6캔도 들었다. 매일 먹었어도 남았네. 하긴 밤에 잘 때 한 캔씩 마시고 여유부리고 잤어도 남았으니... 술도 건강해야 먹나니. 그러고보면 이번 여행길 건강상태가 양호한 상황에서 출발하여 끝까지 잘 이겨내고 즐기고 했나보다. 하긴 이 여행을 오려고 일찍부터 몸을 만들었었지. 산에도 많이 다녀 하체에 힘을 비축해 두었지.
해외여행을 나와보면 연세드신 분들이 뭘 그리 많이도 선물을 살까? 의문이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 내가 나이들어 여행을 와보니 이해가 간다.
내가 생각한 그 이유로
첫째, 나이살 먹은 사람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물건을 구입한다
둘째, 여행사 쇼핑센터에서 아무도 안사면 모두가 불편해지니까 나이먹은 내가 먼저 구입해 여행분위기를 다운시키지 않게 돈바쳐 노력한다.
셋째, 식구들 생각에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넷째,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산다(친구생각, 애인생각, 부탁 등등...)
짐을 부치고 세관을 지나는데 이른 새벽인데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 사람들이 다 뭐하는 사람들인가? 하긴 백수도 해외여행에 나서 이렇게 새벽에 나오지 않았나 생각하니 궁금증 해소. 줄을 서서 기다려 통관을 한 다음 면세점 구경을 나섰다. 외국인들의 복장을 보니 다들 검소한 차림이다. 티셔츠에 간단한 바지정도. 그러고보면 한국인들의 입성이 대단히 화려하다. 여인들의 화장 또한 그렇다. 면세점 코너에는 네덜란드의 특징을 살린 풍차 및 꽃 관련 제품들, 낙농제품들이 어서 나를 사가시오 하며 유혹한다. 그 중 말랑말랑한 치즈 4덩이가 들어있는 치즈세트와 여체를 상징화한 재미있는 소주잔을 6개 샀다. 4년 전에는 없던 술잔이다. 이 여체를 상징화한 소주잔은 내가 20년 전부터 생각했던 상품인데... 생각만 했지 만들어 내지 못한 내가 바보지. 이 네덜란드인들은 상품화하여 팔고 있지 않은가? 정말 상술과 그 실천력은 우수하다.
<유니세프 동전 모으기에 동참하는 백수거사 베짱이>
출발 게이트로 가서 앉아서 기다리는데 오늘도 비행기가 만석이란다. 3개 항공사 승객들을 모두 모아서 가는 모양이다. 승무원들은 모두 우락부락하게 생겼다. 그냥보면 할머니 할아버지 같이 아주 늙어 보인다. 오늘 승무원 중에는 한국인 승무원도 있고 남자 승무원 중에는 흑인 승무원이 있는데 이 사람이 아주 상냥하다. 남자가 웃음도 잃지 않고. 물론 영어로 마구 칭찬해줬지. 칭찬은 참 좋은 것이여~~!! 1시간쯤 지난 후에 기내식을 주는데 비행기에서는 술 한잔이 아주 피로회복에 수면제 역할을 하기에 포도주 한잔을 달래서 마셨다. 색과 향이 아주 좋았다. 한 잔 더 달래서 마셨다. 술은 좋~~다. 잠시 몸을 움직여 소화불량을 예방하고 영화도 보다가 음악도 듣다가 하면서 가능한 잠을 안자려 했다. 그래야 한국에 와서 잠을 자지. 게다가 비행기도 오는 내내 환하게 불을 밝혀 잠을 못자게 하더군. 한국에 내리면 한 밤중이니까 내려서 자라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매쾌한 냄새, 습한 기운이 온 몸을 끈적거리게 한다. 아니 우리나라 향기산업체들은 뭐하나 국제 관문에서 매연같은 냄새가 나도록 방치한단 말여? 대한민국의 첫인상이 냄새로 구겨서야 되겠나? 영종도는 공기가 상당히 맑은데 공항 공기는 왜 이리 매쾌하며 불쾌한가? 왜그런겨? 시계를 보니 일요일 새벽 0시가 넘었네. 짐을 찾고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을 했다. 어떻게 집에 가나 했더니 항공사측에서 서울 4방면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마련해 주어 그 버스를 타고 신도림역에 내려 택시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밤중이라 차들도 별로 안다니니까 금방 도착한다. 현실로 돌아오니 지난 여행길이 꿈처럼 느껴지며 돈이란 놈이 참 좋음을 다시한번 느꼈다.
백수도 해외여행을 다닌다. 그런데 이 백수는 그럴 자격이 있다.
장하다 백수거사 베짱이~~!!
남들과 달리 고난의 길로만 찾아 다니더니
백수의 길로 들어서서는 아주 행복을 찾아 다니는구나.
잘했다 백수거사!!! 그런게 인생이다. 그게 너의 길이었다.
백수거사 네 앞으로의 인생은 네 의지대로 살아라. 넌 그럴 자격이 넘친다.
네가 하고싶은 걸 하면서 인생을 즐겨라 백수거사 베짱이!!!
그렇게 할 수 있게 된건 다 존경하는 부인덕이라는 걸 알면서 만용은 절대 삼가해야 한다.
앞으로도 백수의 본분을 잊지말고 잘 놀아야 한다.
아주 자알~~~!!!
<백수거사 베짱이의 존경하는 부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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