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의 인도 네팔 유람기 11편 – 카투만두行
열하루째날(2019. 3. 18. 월) - 카투만두행
간 밤에 시끄러운 새소리와 중국인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여전히 배가 갑자기 쌀쌀~ 참 기분 나쁘게 만든다. 약 먹어도 소용없네. 이런 기분 처음이다. 3시에 일어나 뒤척이다 세면을 마치고 히말라야 일출을 보기 위해 사랑코트 전망대로 향했다. 가는 길 역시 동네 뒷길을 가듯이 좁고 울퉁불퉁 요동을 친다. 군데군데 공사중이지만 운전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예술적으로 운전하며 간다.
깜깜한 새벽인데도 전망대를 찾아가는 차량들이 행렬을 이루고 또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 토양의 특성이 먼지가 잘 나는 흙과 잘 부서지는 돌로 이루어져 산사태 등 여러 변수가 잘 일어나는가 보다. 전망대라고 해서 무슨 시설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냥 자연스럽게 평평하게 만든 지름 10m정도의 둥근 곳이 전망대라고 한다. 단 이곳은 무료이고 나머지 사람들이 일찌감치 자리 잡은 곳은 개인 집이라 입장료를 내고 가야한다. 우리는 개인 가게 옥상에 자리한 곳을 1달러(100루피)씩 내고 입장. 그래도 입장료 값을 한다고 따끈한 차를 준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많은데 유독 튀는 사람들이 바로 중국인들이다. 좋은 카메라에 엄청 시끄러운 말, 아무데서나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에 이쁜 옷을 입으면 뭐하나? 참으로 반면교사로다.
날씨가 맑아야 멋진 일출과 히말라야 설경을 볼 수 있을텐데... 새벽이라 쌀쌀하지만 이 지역은 고산이라도 영하로 내려가지도 않고 눈도 안온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는데 구름이 가리고 흐려서 멋진 일출은 없다. 잠깐이지만 히말라야 설산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다 시원해지는 설산이었지만 금방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에 포카라 시내와 페와 호수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고 산과 산이 아름답게 이어진 멋진 산줄기를 보면서 한국의 산줄기가 더 예술적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비록 작지만 전 세계의 장점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복 받은 나라다.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간단한 아침을 먹고 짐을 싸서 나오는데 어제 짐을 들어줬던 경비가 오더니 내가 거의 다 들고 내려온 짐을 들어준다고 한다.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들어주네. 머리도 하얗고 수염도 하얗게 세서 나보다 더 늙은 줄 알았더니 55살이라네? 이런 난 노인인줄 알았잖아...???
이제 카투만두를 향해 장장 7시간 장거리 이동이다. 길이 좁고 구불거리고 공사가 많기 때문에 불과 200km 거리를 그렇게 긴 시간 걸려 움직이는 것이다. 가는 도중에 어제 들렀던 간이 휴게소에 또 들렀다. 어제 보았던 할머니가 보이길레 얼른 인사했더니 금방 알아 보신다. 밝은 미소를 지으시고 반기신다. 여자 한분이 더 늘어서 가만히 보니 닮았네. 자매냐고 물으니 언니라고 한다. 어제 맛본 네팔 맥주가 별로라 오늘은 찌아 한잔만 하고 나왔다.
휴게소를 나와 꼬불길을 먼지 뒤집어 쓰며 달린다. 달리는 길 양옆의 풍경은 그저 한가하고 평화롭고 공장 하나 없고 높은 건물 없는 그저 산비탈에 간신히 서있는 집들과 계단 농지들. 좁은 들이 있는 곳에서는 모심기 위해 소들이 논을 갈고 있다. 평화로운 광경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는 네팔의 필수품이리라. 큰 차도 필요 없고. 도시를 지날 때 마다 많은 버스들은 손님을 태우고 내리고 하며 창 밖에서는 승객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젊은 상인과 먼지를 뒤집어 쓴 오이 자른 것을 들고 팔기위해 바삐 움직이는 젊은이를 모습을 보노라니 옛날의 우리 모습을 보는 듯하다.
높은 산 중턱에 길을 내 사람들이 이용하고 강이 가로막은 동네끼리는 출렁다리를 놓아 이동이 가능하게 했다. 신이 사람의 능력을 시험해도 인간은 능히 해쳐 나가리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네팔의 자연극복 및 이용을 보면서 자연히 존경심과 측은지심을 낳게 하네.
12시 40분쯤 점심을 먹으러 중국식당에 갔다. 물론 네팔화 되었지만 차도 주고 굴소스로 달달 볶은 음식이 나온다. 된장국도 나오는데 변형되었지만 그래도 맛난다.
카투만두를 향해 다시 출발. 식곤증이 밀려온다. 간 밤에 잠을 설쳤으니 눈이 저절로 감긴다. 졸다 깨다 하면서 아주 높은 고개를 넘어간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 카투만두에 근접한다. 갈수록 차들이 늘어나고 고개 넘기 힘든 차들은 도중에 지친 몸을 수리하느라 서있기도 한다. 포카라에서 카투만두로 가는 길이 이 길 밖에 없어서 차들로 붐빌 수 밖에 없다.
수도라고 해서 기대를 했지만 다른 시골과 별로 다른 점이 없네. 뿌연 먼지를 뒤집어 쓰고 길은 좁고 군데군데 공사중이라 정체가 심한데도 무질서 속의 질서가 이곳에서도 적용되나보다. 아무 불편없이 서서히 잘들 간다. 길 옆의 행인들의 모습은 거의 맨발에 슬리퍼 차림. 시각 장애인이 정상인의 도움을 받아 걷는 모습을 보니 동정심이 일어난다. 저 위험하고 지저분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눈도 없이 걷가가 다칠까 그냥 염려가 되었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먼지를 지금껏 많이 마시고 뒤집어 쓰고 다녀서 이제 그만 마시라고 비가 오나 보다. 반갑다 비야 많이 내려 먼지를 씻어주렴. 시내에 들어서니 700만 인구가 모여사는 수도에는 고층건물은 없고 붉은 벽돌로 지은 거의 비슷한 낮은 건물들만이 서있고 좁은 길, 냄새 고약하게 나고 더러운 똥물이 흐르는 하천이 잿빛 하늘과 조화를 이루네 참~~???? 문제로다 문제로다~~
천둥번개 치며 비가 내리는데도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사원이 있는 스와얌부나트 사원에 갔다. 이곳에는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놀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처럼 보이는 건 무슨 까닭인가? 내가 너무 감상적인가? 이곳은 카투만두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올만한 곳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도 힌두사원이 같이 있다. 힌두교와 불교는 불가분인가 보다. 우리 식의 종교분리 생각은 부질없는 생각인가 보다. 힌두교가 생활화 되었는데 무슨 종교구별이 필요하겠는가?
저녁은 네팔 전통식으로 극장식 레스토랑이다. 식당에 들어가는데 종업원이 이마에 붉은 점을 찍어주며 밝은 미소로 인사한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 라는 말이 떠오른다. 저녁밥은 코스요리식으로 놋그릇에 따끈한 물은 주고 작은 주발에 감자튀김과 모모(만두)를 준다. 죽도 주는데 아주 맛이 좋은 영양식이다. 알콜 도수가 높은 쌀술을 일회용 질그릇 컵에 따라 준다. 한 모금 살짝 마셔보니 속이 편해진다. 몇 잔을 더 청해서 마셨다. 공연은 전통의 생활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이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는 내일을 위해 호텔로 출발. 호텔에 들어오니 여기도 중국인들이 바글바글. 호텔 방은 넓다. 그러나 욕실은 별로다. 오늘 밤을 잘 자야지.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간다. 벌써 여행이 끝나가네.
룸비니, 포카라, 카투만두를 여행하면서 내가 가졌던 편견을 깼다.
1. 날씨가 추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온화하다는 것
2. 물가가 쌀 것 같았는데 우리 물가와 비슷하다는 것
3. 대부분의 길이 무척 가파를 것이라는 것
4. 네팔인들이 모두 해맑은 얼굴이 아니라는 것
5. 인도인과 네팔인들의 생활모습이 비슷하다는 점
6. 네팔에는 큰 차가 필요 없고 작고 실용적인 차들이 필요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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