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 타이완 유람기 1편
첫째날 – 2019. 10. 22(화) 타이베이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는데 두 딸이 못난 이 애비의 환갑을 맞아 부부여행을 대만으로 보내주는 날. 그전과는 달리 일찍 일어나지 못하며 아무런 의욕도 없다. 그래도 6시 15분 리무진을 타러 나갔다. 버스정류장에 도달하니 택시가 공항 가자며 버스요금(15000원)만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마 하고 탔다. 신호 무시하며 마구 달리기 시작하더니 고속도로에서는 평균 150Km로 무시무시하게 달리는 것이다. 아이구 정말 겁난다. 이렇게 40분 만에 총알같이 달려오니 예정시간보다 엄청 빠르게 도착하여 여행사 관계자를 만나 여러 업무 처리를 하고 비행기표 발권과 짐을 부치고 세관을 지났다. 무인기계로 처리하니 무척 빠르다.
새벽같이 오느라 아침을 먹지 못해 푸드코트로 가서 둘이 가서 쌀국수 한 그릇을 시켜서 먹었다. 국물이 들어가니 아주 기분이 좋아진다. 보딩시간 까지 기다리다가 갑자기 환전이 생각나 바꿨다. 평균 대만 1원을 우리 돈 40원에 사는데 이 안에서는 엄청 비싸게 파네. 46원에 샀다. 전에 같았으면 미리 준비 단단히 했을텐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의욕이 없다. 달러도 여유있게 가져오지 못했다. 아니 그런 생각도 안했다. 가만히 차분하게 집중하여 생각하니 여러 가지가 부족한게 나타났다. 에이~~ 모르겠다. 저절로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있네?
비행기 좌석은 다행히도 앞부분이다. 아니 그런데 왠 사람들이 이리도 많이 대만에 가는겨? 우리가 잘 살기는 잘 사는구먼.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주는데 나는 국수를 달래서 먹었다. 사이다에 보드카를 타서 같이 마셨더니 몸과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차는 홍차가 사라지고 커피만이 준비되어 마시지 않았다.
마침내 2시간 30분의 짧은 비행으로 티아오위안(도원) 국제공항에 도착. 입국수속을 하는데 중국과는 달리 빠르고 친절하게 처리한다. 그동안 잊었던 아기 수준의 중국어를 사용해봐야지. 먼저 저것이 화장실이냐를 물으니 아니고 저쪽으로 가면 있다고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짐이 일찍 나와서 카메라를 꺼내려 가방을 열었다. 카메라를 꺼내고 다시 닫는데 나도 모르게 다시 집어 넣었나보다. 밖으로 나와서 대만 가이드를 찾아서 모임 장소에 갔다. 그런데 갑자기 카메라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아차~~!!! 이거 큰일 났네. 공항 짐 찾는 곳 바닥에 떨어뜨리고 나온 것 같았다. 얼른 다시 뛰어서 들어가려니 경비가 못 들어가게 한다. 안내소에 가서 신고하라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안내소에 와서 중국어, 영어 섞어서 내가 카메라를 짐 찾는 곳 바닥에 놓고 나왔으니 찾아 달라고 했다. 가이드도 와서 도와주었고 한참을 기다려도 결국은 못 찾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잃어버린 셈 치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왔다. 기분 참 더럽다. 내가 그런 실수를 하다니...
버스를 타고 2~3분 가서 점심을 먹는데 점심으로 우육면이다. 대림동에서 사먹어야지 하다가 결국은 지금까지 못 사먹었었는데 대만에 와서 먹게 될 줄이야. 나도 나이가 먹어가니 음식을 점점 짜게 먹게 되는데 이 우육면도 짜네. 그래도 아주 맛있다. 음식점에는 한국인 천지다. 한국인 가는 곳엔 언제든 술병이 있어야지? 소주병과 금문고량주 병이 보인다, 반가운 것들... 같은 비행기 타고 온 사람들이 전부 들어와서 점심을 먹네. 장사 잘 되네 그랴. 부자되시라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며 보이는 풍경은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고 그저 수수하다. 겉만 번드르 한 것보다는 실속이 있는 게 낫지. 아무렴. 아무리 그래도 수도인데....????
제일 먼저 간 곳은 고궁박물관이다. 이곳은 세계 4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며 62만점에 달하는 중국 5000년사의 유물과 미술품들이 있고 전시품은 천년이상 지난 초기 송나라 황실이 속했던 물품들이 있다고 한다. 산 밑에 자리한 이 곳은 장개석이 본토에서 철수하면서 가져온 보물들을 주기적으로 유물을 교체하면서 공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들어 가보니 오히려 서울에 있는 국립박물관이 더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들어가서 본 것은 전설의 동물인 벽사, 백체, 육형석 등으로 보석 쇼핑센타 가기 전에 마치 사전 교육하는 듯하다. 거 참~~ 이곳도 한국인으로 바글바글하다.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이 많다. 일본의 아베 양아치가 한국을 상대로 경제전쟁을 시작한 덕에 대만이 어부지리로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타이베이 101이다. 대만의 랜드마크로 89층 전망대까지 37초 만에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올라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타이베이시 풍경은 그리 아름답지도 않다. 건물이 중국인들의 습성을 닮아서인지 대부분 수수하다. 회색이 많고 낡은 듯 보이는 건물들이 많다. 전망대 아래층에는 이 건물이 지진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거대한 650톤 규모의 추를 매달아 놓았다. 어떤 원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곳도 입장하면서 사진을 찍고 올라가서 사진을 찾는다. 여러 군데서 사진을 찍어봤지만 처음 살 때만 보지 그 다음부터는 그냥 처박아 두는 일이 다반사라 사지 않았다. 대만에 왔으니 한번 올라간 것이지 두 번 올라갈 것은 못된다. 전망대를 두 바퀴 돌고 야외 전망대도 가보았지만 오히려 실내 전망대가 훨씬 잘 보인다.
다음으로 간 곳은 쟈오궁과 랴오허제 야시장이다. 어두워지고 불이 밝혀지자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쟈오궁은 사당 비슷한데, 대만은 섬나라이므로 바다와 관련된 신을 섬기는데 바다의 여신인 마조를 모시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복을 빌고 있었다.
사당 안을 둘러보고 근처에 있는 랴오허제 야시장으로 갔다. 이 시장에 유명한 후쟈오빙(화덕만두)을 55원(한국 돈 2200원 상당)을 주고 사서 먹어봤다. 이 가게는 시장 입구에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고 있다. 물론 한국인들은 거의 하나씩 사먹고 있었다. 하여튼 후추 맛도 나고 따뜻하니 맛은 좋았다. 좁은 골목에 각종 간식 식사 스넥 노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취두부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어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들 즐기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취두부를 사서 먹었다. 취두부를 양념으로 졸여서 파는 것인데 냄새도 나지 않고 맛만 있었다. 사탕수수 쥬스가 있어 옛 맛을 생각하며 하나 사서(80원) 마시는데 오잉??? 맛이 왜 이려? 엄청 싱겁네? 할 수 없지 그냥 마셔야지. 이곳 저곳 다니다 보니 한국 간식거리인 떡볶이와 어묵도 팔고 있었다. 일본의 간식거리도 팔고 있고. 아무리 간식거리를 먹었더라도 저녁을 먹어야기에 우육면 집에 들어갔다. 홍소우육면(120원) 1그릇을 시켜 아내와 같이 나눠 먹었다. 배는 불렀지만 그래도 맛은 있었다. 이 야시장이 한국에 유명해진 것은 TV에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면만 먹었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가는데 단수이 근처 아시아 태평양 호텔이다. 호텔 주변에 놀거리 먹을거리 볼거리 들이 전혀 없다. 단지 편의점 하나만 있다. 편의점에 들어가니 신용카드는 사용불가, 오직 현금만 사용 가능. 대만산 맥주 1캔과 과일 맥주 1캔, 육포, 물(총 236원)을 사들고 들어와 대만 맥주 맛을 봤다. 우리 맥주보다 맛이 더 좋게 느껴졌다. 호텔 방은 넓으면서도 실용적으로 되어있다. 에어컨을 잠시 틀었다가 껐다. 간단하게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무척 피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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