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 타이베이 유람기 2편
둘째날 – 2019.10.23.(수) - 예류 지질공원, 진과스, 지우펀, 스펀
어제는 무척 피곤하여 잠을 잤지만 오늘 아침은 어째 찌뿌둥~하다. 여유있게 일어나 세면을 마치고 여유있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식당에는 거의 한국인이다. 음식의 종류를 보니 중국 대륙스타일이지만 중국보다는 양과 질에서 조금 더 현실적인 듯 하다. 죽을 작은 공기로 한 국자 담아 중국식 고명을 얹어서 먹고 평시에 못 먹는 것들을 위주로 조금 가져다 먹어봤다. 역시 중국음식에는 향이 나야 제 맛이다. 그런데 향이 별로 없네. 아~~ 아쉽다. 과일은 자몽과 귤을 가져다 먹었다. 귤의 생김새는 못생겼지만 맛은 좋았다. 차는 역시 홍차.
관광거리가 타이베이 주변이라 아침 출발 시각이 늦다. 9시 출발. 버스는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24인승 버스에 일행 12명이 타고 다닌다. 이 버스 역시 일본 메이커 버스다. 하긴 대만의 차들은 거의 일본 메이커이다. 가끔 한국산 현대도 보인다.
첫 코스로 지룽시에 있는 예류 지질공원이다. TV화면에서 보았던 곳인데 과연 어떨까?
‘혹시 화면 속의 풍경이 더 멋있는 거 아녀?’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며 버스 차창을 스치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갔다. 태평양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섬나라 대만과 현재의 대한민국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봤다. 참으로 답답할 노릇인 것이다. 강대국들은 오로지 저들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만만한 한국을 두둘겨 패는데 우리는 너만 죽어라 싸우고 있고, 덩달아 일본 쪽바리들은 한 술 더 떠 경제 전쟁까지 일으켰는데도 국력을 한데 모아야 할 정치권은 한심한 짓거리만 해대고 있으니 경제전쟁 자체를 망각하게 만들어 일본에게 나라를 또 다시 송두리째 바칠 모양인가 보다. 그 잘난 구케우원 나리들이...
작은 섬나라에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니 마치 우리나라와 같지 않은가? 우리 역시 땅은 좁고 작지만 엄청 다양한 모습이 다 있지 않은가. 대만 역시 그렇다. 특히 대만에는 3000m이상 높이의 산이 258개나 있다니... 산악지대가 65%나 차지한다니... 우리의 백두산보다도 훨씬 높은 3952m의 옥산이 있는 나라라니... 경상남북도 땅에 재주도 반쪽을 합한 크기의 대만에 2300만이 우글우글 모여 살고 있으니 인구밀도 참 높다. 그러니 경쟁도 심할텐데...하여튼 우리와 비슷한게 참 많다. 그 중에 지질공원을 가본다.
예류 지질 공원의 기암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절경이라고 하는데 글쎄다?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다. 이 곳의 기암들은 외부적으로 파도에 의한 침식과 암석의 풍화 작용에 지각 운동의 영향까지 더해져 희귀한 지형과 지질 경관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래서 바람과 태양과 바다가 함께 만든 해안 조각 미술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거기엔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일조하였다고 본다.
예류 지질 공원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제1구역에는 버섯 모양의 바위와 생강 모양의 바위가 밀집되어 있다. 마치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오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구역에서는 버섯 모양의 바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고, 동시에 생강 모양의 바위, 벽개(갈라진 틈), 주전자 동굴과 카르스트판 등이 아주 풍부하며, 유명한 촛대 바위와 아이스크림 바위도 이 구역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보는 관점에 따라 다 다르게 명명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기암들을 본다면 기상천외한 기암 이름들이 나올 만하다. 이곳도 한국인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다. 특히 보은여고생들의 수학여행으로 더욱 더 시끌벅적하다.
제2구역의 경관은 제1구역과 비슷하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버섯 모양이나 생강 모양의 바위가 그 주를 이루고 있고, 지질도 비슷하다. 수량 면에서는 제1구역보다 적은 편이다. 유명한 여왕머리 바위와 용머리 바위, 금강 바위가 이 구역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이 증명사진 찍으려고 여왕머리 바위 근처에서 줄을 서서 촬영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나? 안 기다리지. 그게 뭐라고 줄까지 서서 사진을 찍나? 제2구역에 인접한 해변에는 코끼리 바위, 선녀 신발, 지구 바위, 땅콩 바위라 불리는 기이한 암석 4종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전 설명을 듣지 않고 본다면 다 그렇고 그런 기암들일 것이다. 1.2구역 모두에 한국인 관광객들과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이 영화를 찍느라 무척 다양한 포즈들을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어쩌면 여고생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말투와 행동을 할까? 물론 남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하여튼 그 나이대의 공통인가 보다.
제3구역은 예류의 다른 측으로 해식평대(침식에 의한 평탄한 지형)이며, 여기에는 아주 많은 괴석들이 산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예류 지질 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 보호 구역이라고 하는데 안갔다. 그냥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여유있게 지질공원의 기암들을 보면서 무엇을 닮았을까 상상도 해보고 태평양도 바라보면서 지리적 이점과 불리한 점이 무엇일까 등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돌아보다가 나왔다.
점심은 지질공원 주차장 옆에 있는 망해정이라는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먹는데 같은 일행들이 무슨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허겁지겁 먹고 난리를 치네. 허~~참말로 거시기 하네~~. 단체손님을 받는 식당이라 모든 음식이 별로다. 물도 수돗물을 주는 듯 하고 녹차나 우롱차도 안 주고. 중국음식에는 역시 녹차나 다른 차 종류가 딱인데...
아쉬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옛날 금광이었던 진과스를 찾아간다. 산 중턱에 위치한 금광이라 꼬불꼬불 길을 따라 차를 타고 갔다. 폐광된 금광을 관광자원화하여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관광지 냄새가 팍 난다. 광부도시락을 파는 가게가 명물이 되어 많이들 사먹는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금광이 개발되었는데 당시에는 황금 생산량이 아시아에서 최대였다고 한다. 이제 황금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이 금광을 일본 쪽바리들이 개발하여 모든 시설과 주변 모습이 일본처럼 만들어 놨다. 어려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런 일본 집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일본군 합숙소, 일본 태자관 등 곳곳에 일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태자관 이라고 해서 뭐 그리 휘황찬란한 것은 아니다. 일반 집에 비해 좀 더 클 뿐이다. 태자 빈관(타이쯔 빈관, 太子賓館) 즉, 일본 왕세자의 별장은 1922년 일본의 다나카(田中) 광업 주식회사가 히로히토(裕仁) 왕세자를 맞이하기 위해 지은 일본식 별장이라고 한다. 해방 후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진과스에서 휴가를 즐길 때 이곳을 사용하기도 했다. 1987년 타이완 전력 회사가 태자 빈관을 보수하여 2004년 황금 박물관과 함께 일반인에게 공개했다고 한다. 징퉁(菁桐)에 태자 빈관이 또 하나 있기 때문에 이곳은 ‘진과스 태자 빈관(金瓜石太子賓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태자 빈관은 전통 일본식 서원의 형태에 서양 건축 양식을 혼합하여 지어졌으며, 타이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목조 건물로 규모 또한 크고 웅장하다? 아니 이 일본식 집이 최고라고? 거 참 이상하네~~ 태자 빈관의 평면도를 보면 ‘人’자 모양으로 설계된 것을 알 수 있으며 습도가 높은 진과스 지역을 고려해 통풍이 잘 되고 채광이 좋도록 건축했다. 건축 재료로 쓰인 시멘트는 그 시대에는 아주 비싼 건축 재료였고 내부 자재 역시 고급 목재가 쓰였다. 집주변의 경고문에는 뱀 조심하라고 쓰여있다. 못된 짓을 한 일본 왕실 그 인간들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공평한가?
진과스의 황금박물관은 진과스의 발전사가 기록되어 있는 중요한 명소로, 건물은 현대적인 철근 유리 구조물로 되어 있고 금광 문화 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1층은 지우펀, 진과스 일대의 채광 역사와 광업 관련 문물이 전시되어 있다. 2층 전시 구역은 황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고대 동서양 황금의 역사를 진열하고 있고 이어서 결혼, 장례, 경사, 경축 등 인간의 생애 단계별로 사용되는 황금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수리중이라 들어가 보지 못했다. 단지 금괴가 있는 방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당일 금 가격을 보여 주는 전자 공시판이 있어 황금의 가치를 추정해 볼 수 있으며 황금 박물관의 보물 220kg의 금괴를 직접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있어 사진도 찍으며 만져 봤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저 노란 돌덩이에 불과할 뿐이다. 도둑들이 들어와도 무거워서 못들고 갈 것이다. 그러니 보안상태가 별로이지.
다음으로 진과스로 올라오면서 잠시 보았던 지우펀으로 내려간다. 산속이고 길이 좁기 때문에 고갯마루에서 내려 걸어서 지우편 시장쪽으로 걸어 간다. 차들이 많이 오고가는 좁은 길이라 위험하다. 이곳 역시 한국인들로 바글바글. 왜 이리 유명해졌을까? 그것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다. 지우펀 시장골목은 아주 좁은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사람들로 바글바글. 망고젤리 가게 유가 크렉커 가게 차 상점, 오카리나 가게 들을 순례하며 한 보따리씩 젤리와 크렉커를 사서 맡겨두고 좁은 골목길을 헤집고 다닌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이곳이 바로 영화 비정성시 중의 찻집 장면이 나오는 곳과 에니메이션 샌과 치히로가 나오는 찻집이 마주보고 있어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 금광의 광부들이 생필품을 사고 친구들을 만나 차 마시고 술 마셨던 그 장소, 자그만 극장도 같이 있는 곳에 이렇게 많은 인파들이 모여 사진 찍고 난리다. 난 두 영화를 안봤기때문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원래 이곳은 원래 매우 한적한 산골 마을이었었는데 청나라 시대에 금광으로 유명해지면서 화려하게 발전했으나 광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급속한 몰락을 맞게 되었다. 그러다 현대에 와서 이런 지우펀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영화 〈비정성시(非情城市)〉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지금은 타이완에서 손꼽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지우펀은 산을 끼고 태평양을 바라보며 지룽산(基隆山)과도 마주 보고 있다.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는 지형의 특성상 모든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 계단으로 되어 있고, 그 계단을 따라 오래된 집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마디로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하여 집을 지었고 사람들 살기에는 매우 불편했으리라.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이 오히려 관광거리가 되는게 아닌가? 골목마다 독특한 분위기의 상점과 음식점 그리고 찻집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한국관광객들이 지우펀 사람들 먹여 살리는데도 커다란 일조를 하고 있다.
나 또한 이 지우펀 시장에서 시궁창 냄새나는 취두부(35원)를 부인과 같이 사먹었다. 맛만 있더군. 그래도 이곳 상인들은 중국본토인들과는 달리 아주 상냥하고 예의 있다. 우리와 비슷하다. 이는 국민소득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지우펀 골목 시장 구경을 마치고 차를 타러 고갯마루로 올라갔다. 고갯마루에서 올려다 본 산에는 묘지가 있는데 묘지도 마치 집처럼 만들어 놨다. 이 묘지를 통해서도 빈부격차를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이 뭘 알리요마는 그것은 단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되어 버린 것이지. 하여튼 유교문화가 퍼져있는 나라들은 비슷하다니까.
다음으로 풍등 날리기로 유명한 스펀으로 간다. 이 길 또한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간다. 이곳 역시 한국사람 천지다. 모두의 소망을 천등 4면에 적어 하늘로 날리는데 이 베짱이는 세계평화와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글을 썼다. 어때? 대단하지? 베짱이 답지? 이곳 또한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이렇게 관광지로 만들어 버렸다. 좁은 기찻길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이 천등을 날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루에 몇 번씩 관광열차가 타이베이에서 온다고 하는데 마침 주변을 구경하고 다니다가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주변상인들이 호루라기를 불어 주의를 주거나 말거나.. 다행히 기차가 아주 천천히 들어온다. 그런데 기차의 모습이 일본 기차의 것과 똑같이 생겼다. 모든 부분에서 일본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네. 하긴 대만인들은 일본을 은인이라고 생각한다니까....
천등을 날리고 타이베이시로 돌아 와 저녁을 먹는다. 저녁은 샤브샤브인데 아이고~~ 서울 대림동 차이나 타운이 100배 낫네. 먹을 것 없이 배만 부르게 되었다. 맹물을 끓여 채소를 넣고 쇠고기도 넣어서 익혀 먹는데 그냥 현지식이 훨씬 좋다. 다음으로 선택관광인 발 맛사지를 하러 갔다. 그런데 이 집은 완전히 단체 관광객들만 받는가 보다. 손님들이 전부 한국인이다. 물론 나는 안 받았지. 대신에 부인만 받으라고 했지. 맛사지 하는 시간 동안 난 주변을 돌아다녔지. 타이베이시는 구획정리가 잘 되어있어 구별하고 찾기가 쉬운 듯 보였다. 서민들이 퇴근하면서 밥을 사먹는 허름한 식당도 있고 기념품을 파는 가게 등등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그런 곳을 둘러보았다. 동남아인들은 밥을 거의 사서 먹는 게 일상화 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값이 비싼게 아니라고 한다. 집에서 해먹나 사먹으나 별 차이가 없어 편리함을 쫓아 사먹는다고 한다. 음식값을 따져봐도 우리보다는 훨씬 싸다. 우리의 음식값은 너무나도 비싸다. 공멸의 수준으로 나가는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외식산업이 성장하려면 음식값을 합리적으로 내려야 한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어떻게 할려는지 모르겠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 피곤하네. 단수이 근처에 있는 호텔이라 가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래도 운전기사가 운전을 아주 잘 해서 빠른 시간에 도착.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니 어제 쓰던 1회용 칫솔 면도기 들이 다 사라지고 새 것으로 한 세트 갖다 놓았네? 어허~~ 이거이 낭비일텐데... 쓰는 사람은 편하지만...하여튼 새로 뜯어서 쓰고 피곤한 몸을 누였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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