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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웃고 살아요

김삿갓 해학

by 베짱이 정신 2015. 2. 13.

김삿갓 해학 

1. 김삿갓과 아낙네

김삿갓이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그 집 아낙네가

설거지한 구정물을 밖으로 훽~ 뿌린다는 것이

그만 김삿갓의 몸으로 쏟아져 버렸다

 

아낙네는 당연히 사과를 했어야 했건만

삿갓의 행색이 워낙 초라해 보인지라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돌아선다.

행색은 초라해도 명색이 양반 의 자손이며

자존심 강한 김삿갓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쌍스런 욕은 못하고 점잖게, 두 마디를 하는데...

 

"! !"

무슨 뜻일까?

= 이니,

". ."이면 "()"자가 2개이니

"2(이 년!)" 일까?

아님, 두 번 연속이면 쌍()이니

"雙年" 일까?

 

~ ~ ~

 

2. 소양강 처녀 뱃사공

 

김삿갓이 춘천 소양강변에서 나룻배를 탔다.

얼씨구? 노 젓는 이가 처녀 뱃사공이다.

수작 걸지 않으면 김삿갓이 아니다.

 

김삿갓 그예 한마디 농을 걸친다.

"여보 마누라. 노 좀 잘 저으소."

처녀 뱃사공 펄쩍 뛰며 "어째서 내가 댁의 마누라요?"

김삿갓 태연히 답한다.

"내가 당신 배에 올라탔으니 내 마누라지."

 

강을 건너 김삿갓 배에서 내린다.

이때 처녀 뱃사공 회심의 한마디.

"내 아들아, 잘 가거라."

김삿갓 눈이 똥그래져서 "아니, 내가 어찌 그대의 아들인고??”

우리의 처녀 뱃사공 왈

"내 뱃속에서 나갔으니 내 아들 아닌 감!”

김삿갓 오장육부가 시원해질 정도로 껄껄 웃는다.

"! 맞는 말일세 그려!

하하하! 어머님 !! 만수무강 하소서. 하하하!“

 

3. 개새끼

 

김삿갓이 날이 저물어 하루 밤 신세 지려고 어느 양반 집에 들렀습니다. 문 앞에서 그 집 머슴이 하는 말우리 주인 어른은 손님을 맞아 들이는데 까다로우니 직접 찾아가 부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덧붙이며 하는 말인 즉주인 어른이 이마를 만지면 귀한 손님이니 저녁상을 푸짐하게 차리라는 표시이고, 콧등을 만지면 보통 손님이니 적당히 대접하고, 수염을 만지면 귀찮은 손님이니 한술 먹여 보내라는 표시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김삿갓은 이 말을 듣고 주인 영감에게 찾아갔으나, 행색이 초라한 김삿갓을 아예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데, 그때 머슴이 달려와 주인의 분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삿갓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영감님, 이마에 모기가 앉았습니다.”라고 말하자 주인영감은 허둥대며 이마를 수 차례 비벼 대는 게 아닌가. 그 모양을 본 하인은 무척 귀한 손님인 줄 알고 대접을 잘 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밥을 잘 얻어 먹은 뒤 작별을 고하면서하룻밤 잘 머물다 갑니다. 제가 가진 것이 없으니 시나 한 수 지어 드리고 갈까 합니다하고 단숨에 시 한 수를 써 주고 떠났는데 그 시가 바로 이 시 犬子(개새끼) 시입니다.

天脫冠而得一点(천탈관이득일점) ()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어 달았고

乃失杖而橫一帶(내실장이횡일대) ()자는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구나

양반인 주인영감 체면 때문에 무슨 뜻인지 물어보지 못하고 낑낑거리다가 나중에야 뜻을 알고 노발대발 날뛰었었다고 합니다. 그 뜻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었다는 것은 개 견()자이고, ()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다는 것은 아들 자()로 즉, 개새끼라는 뜻이었습니다.

4. 글짓기 내기

천하를 방랑하던 김삿갓이 금강산의 한 절에서 글짓기 내기를 하는데 선비를 놀리는 대목이 나옵니다. "좋소, 그럼 내가 먼저 운을 부를 테니 즉시 답하시오." 선비는 이왕 내친 김에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 "타라니, 이건 한문 풍월이요, 아니면 언문 풍월이요?" 김삿갓은 눈을 빛내며 선비에게 물었습니다. "그야 물론 언문 풍월이지." 김삿갓을 완전히 무시하는 말투였습니다. "좋소이다. 내 답하리다. 사면기둥 붉게 타!" "또 타!" "석양 행객 시장타!" "또 타!" "네 절 인심 고약 타!" "........" ``자가 떨어지기 바쁘게 김삿갓이 시를 지어 나가니 선비는 어이없는 모양입니다. 갈수록 듣기 거북한 말만 나오니 다시 더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김삿갓은 선비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그가 `!`하고 뱉으면 `지옥가기 꼭 좋타!` 하고 내 쏠 작정이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해가 질 무렵 어느 마을 서당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재워달라는 김삿갓의 요청에 서당 훈장이 내기를 거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운을 띄울 터이니 시를 지어 보시오. 잘하면 따뜻한 저녁에 술상이 나가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림 없소김삿갓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시제를 청합니다. ˝멱˝무슨 멱 자입니까˝구할 멱().˝ 김삿갓은 빙그레 웃고는 마치 운을 알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시구를 댑니다.

許多韻字何呼覓(허다운자하오멱) 많고 많은 운자에 하필 멱자를 부르는가?”

˝다시 멱훈장은 두 번째로 멱 자를 불렀습니다.

彼覓有難況此覓(피멱운자황차멱) 첫 번 멱자도 어려웠는데 이번 멱 자는 어이 할까?”

˝또 멱

一夜宿寢懸於覓(일야숙침현어멱) 오늘 하룻밤 자고 못 자는 운수가 멱 자에 달렸는데

˝멱

훈장은 마지막 멱 자에 힘을 주어 운을 띄웠습니다.

김삿갓은 마지막에도 주저하지 않고 마치 준비된 듯이 남은 시구를 완성합니다.

˝山村訓長但知覓(산촌훈장단지멱) 산촌의 훈장은 멱 자 밖에 모르는가.”

산골 훈장은 이렇게 당하고도 그의 뛰어난 시재에 놀라 깍듯이 대접하여 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5. 개성 인심 고약타

 

어느 날 고려의 옛 도읍지 개성에서 해가 떨어진 황혼 무렵에 잠 잘 곳을 찾아 어느 집을 찾아가 하룻밤 자고 가자 하니 주인 하는 말이 방이 하나 있긴 한데 땔나무가 없어서 군불을 지필 수가 없다 하며 거절하자 아래와 같은 시를 지어 개성인심을 탓하였다 합니다.

邑號開城何閉門(읍호개성하폐문) 고을 이름은 성을 열라는 데 어찌해 집집마다 대문을 걸었으며,

山名松嶽豈無薪(산명송악기무신) 산 이름은 소나무가 많다는데 나무가 없다니 웬 말이냐

黃昏逐客非人事(황혼축객비인사) 황혼에 손님을 쫓아 냄은 사람의 도리가 아닐진 데,

禮儀東方子獨秦(예의동방자독진) 동방 예의의 나라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또 다른 외딴집을 힘들게 찾았으나 이 집 역시 거절하자 이 날은 김삿갓도 별 수 없이 송악산 토굴에서 잠을 자야 했다고 합니다.

斜陽鼓立兩柴扉(사양고립양시비) 석양에 사립문 앞에 우뚝 버티고 섰으려니,

三被主人手却揮(삼피주인수각휘) 주인은 손을 휘이휘이 내저어 세 번씩이나 가라고 한다.

杜宇亦知風俗薄(두우역지풍속박) 두견새도 풍속이 야박한 것을 알고 있는지,

隔林啼送不如歸(격임제송불여귀) 저 건너 숲 속에서 돌아감만 못하다고 울어 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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