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자작시

<시> 늙고 낡았습니다

by 베짱이 정신 2024. 2. 29.

<시> 늙고 낡았습니다

 

거울을 보니 정말 늙어 보입니다. 아니 낡았습니다.

마음으로는 청춘이라고 우기지만 몸도 마음도 다 늙고 낡았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내 소리 내지도 못하고 늙고 낡았습니다.

 

청춘에는 앞날이 걱정되어

결혼 후에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중장년이 된 후는 노후를 위해 쥐 죽은 듯 지냈습니다.

 

현실의 부조리 불공평을 못본채한 세월을 따라 늙고 낡아버렸습니다.

이 공동체를 위해 한 일도 없이 오직 밥을 안 굶으려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늙고 낡아버렸습니다.

 

내 인생은 오직 밥을 먹으려 밥을 지키려 산 인생이었습니다.

내가 지키려던 밥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러다 늙고 낡아버렸습니다.

 

역사에 죄를 짓는 줄도 모르고

자식들에게 챙피한 줄도 모르고

어영부영 한심하게 늙고 낡아버렸습니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기억의 절벽에 서서  (0) 2024.03.16
<시> 난봉가 1  (0) 2024.03.13
<시> 백수라서 행복해요  (1) 2024.02.22
<시> 새타령  (0) 2024.02.20
<시> 얼씨구나 이런 짜장  (0)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