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늙고 낡았습니다
거울을 보니 정말 늙어 보입니다. 아니 낡았습니다.
마음으로는 청춘이라고 우기지만 몸도 마음도 다 늙고 낡았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내 소리 내지도 못하고 늙고 낡았습니다.
청춘에는 앞날이 걱정되어
결혼 후에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중장년이 된 후는 노후를 위해 쥐 죽은 듯 지냈습니다.
현실의 부조리 불공평을 못본채한 세월을 따라 늙고 낡아버렸습니다.
이 공동체를 위해 한 일도 없이 오직 밥을 안 굶으려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늙고 낡아버렸습니다.
내 인생은 오직 밥을 먹으려 밥을 지키려 산 인생이었습니다.
내가 지키려던 밥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러다 늙고 낡아버렸습니다.
역사에 죄를 짓는 줄도 모르고
자식들에게 챙피한 줄도 모르고
어영부영 한심하게 늙고 낡아버렸습니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기억의 절벽에 서서 (0) | 2024.03.16 |
---|---|
<시> 난봉가 1 (0) | 2024.03.13 |
<시> 백수라서 행복해요 (1) | 2024.02.22 |
<시> 새타령 (0) | 2024.02.20 |
<시> 얼씨구나 이런 짜장 (0) | 2024.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