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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옛 시조 감상

形贈影(형증영)

by 베짱이 정신 2013. 3. 15.

形贈影(형증영)

                    - 도연명 -

天地長不沒, 山川無改時.

천지장불몰, 산천무개시

草木得常理, 霜露榮悴之.

초목득상리, 상로영췌지

謂人最靈智, 獨復不如玆.

위인최영지, 독부불여자

適見在世中, 奄去靡歸期.

적견재세중, 엄거미귀기

奚覺無一人, 親識豈相思.

해각무일인, 친식기상사

但餘平生物, 擧目情悽洏.

단여평생물, 거목정처이

我無騰化術, 必爾不復疑.

아무등화술, 필이불부의

顧君取吾言, 得酒莫苟辭.

고군취오언, 득주막구사

 

몸이 그림자에게 주다

 

하늘과 땅은 영원히 존재하고

자연산천도 언제나 변함이 없다.

초목은 자연의 이치에 의해서

서리와 이슬을 맞으며 성하고 시든다.

사람이 가장 영특하고 지혜롭다고 하지만

초목의 영고성쇠처럼 홀로 탈바꿈하지는 못한다.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을 방금 전에 보았다면

어느 한 순간 세상을 떠나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 누가 한 사람이 없어졌다는 걸 깨달을 것이며

친척이나 지인들인들 어찌 생각할 수가 있겠는가.

다만 살아생전에 사용했던 남겨진 물건들을

눈을 뜨고 바라보면 애처로움에 눈물이 난다.

신선이 되어 올라가는 도술이 내겐 없으니

필시 그렇게 되리란 법을 의심치 않는다.

원컨대 그대는 내 말을 잘 듣고서

술이 생기면 마음대로 사양하지 말게나.

 

〔작품 감상〕

 

이 시는 形(형), 즉 육신이 그림자인 影(영)에 대해 말하고 있는 형식이다. 하늘과 땅, 산천은 영원히 존재하고, 초목은 서리를 만나 시들어도 봄비를 만나면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만물의 靈長(영장)이라고 하는 사람은 한 번 세상을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초목보다도 못한 自生(자생)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필연적인 유한성의 이치를 따라 삶을 이어가고 있는 정처 없는 나그네 인생이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 같은 마음으로 죽음을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로 착각한다. 일단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죽음과 동시에 세인들의 마음에서 점차 잊혀져가지만 단지 그가 생전에 사용했던 남겨진 물건들을 보며 그에 대한 서글픔을 느낄 뿐이다. 나의 형체인 육신은 하늘로 오를 수도 없고 그림자 또한 나의 마지막 귀착점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신선이 되어 불로장생하는 술법도 지닌 게 없으니 이 모두가 자신과는 현실적으로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모두 떠나야하는 짧은 삶이라고 한다면, 서로 통쾌하게 술을 마시며 흉금을 털어놓고 잠시나마 모든 것 잊고 환락을 즐기며 인생의 근심을 풀어보자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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