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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웃고 살아요

김삿갓의 풍자

by 베짱이 정신 2014. 12. 29.

김삿갓의 풍자

 

김삿갓이 길을 가다 해도 저물어 어느 부잣집을 찾아 가 대문 앞에서
머슴에게"나는 길 가던 나그네요 하룻밤 신세를 지고 싶으니, 주인어른
한테 나의 뜻을 좀 전해주오."

그랬더니 머슴은 대뜸 머리를 가로젓는다.
"저희 집 초시어른께서는 성미가 워낙 괴팍하셔서 그런 일이라면 저는
말씀드릴 수가 없사옵니다.

손님께서 주인어른 한테 직접 말씀해 보십시오."
그러면서 이런 말까지 귀띔해 주는 것이었다.
"저희 집 영감마님께서는 손님에 따라 대접하는 격차가 매우 심하시옵니다.

손님을 상객으로 대접하고 싶을 때에는 저에게 저녁상을 내오라고
명령하실 때 손으로 이마를 쓸어 보이시고,

중객으로 대접하고 싶을 때에는 손으로 콧등을 어루만져 보이시고,
하객으로 취급하고 싶을 때에는 손으로 수염을 쓸어 내리도록 되어 있답니다."

이 말을 듣고 초시영감에게로 가니 숫제 귀먹거리 흉내를 내며 김삿갓을
내쫓려는 것이였다.

다행히 초시영감 곁에는 이웃마을 친구인 이좌수 어른과 같이 있어서 그 친구 덕분에

김삿갓은 겨우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 때 머슴이  人良卜一(인양복일)하오리까?   즉밥상 (食上식상)을 올릴까요?
김삿갓은 초시영감이 어떤 대접을 할까 궁금해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 때 초시영감은 月月山山(월월산산)이면.........즉붕출(朋 出(친구 떠남) 하거던

이좌수 왈  녹者禾重(녹자화중)아로다 즉 저종(猪種=돼지같은놈) 이로다.

듣고있던 김삿갓 丁口竹天(정구죽천)이 올시다 즉 가소(可笑=가히 웃섭다)롭다.  초시영감의 친구가 저녁을 김삿갓과 같이 먹겠다고 하자 초시영감은 잠시 머뭇거리다

머슴에게 은근 슬쩍 콧등을 어루만지는 것이 아닌가.
저녁상을 중객용으로 차려 내오라는 암시였다.
그 꼴을 보는 순간 불쑥 반발심이 오른 삿갓이
"초시 어른 이마에 벌레가 기어가고 있사옵니다."하니

"엣..? 이마에 벌레가?"

깜짝 놀라며 이마를 만지자 머슴이 웃으면서 사라지고
저녁상으로 온갖 산해진미로 거나하게 차려져 나왔다.

삿갓에게 속은걸 눈치챈 주인영감은 오만상을 찌푸린다.
그러나 저녁밥은 푸짐하게 먹었지만 내일 아침 조반상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였다.

다음날 아침 주인과 김삿갓은 조반을 각 상으로 먹게 되었다.
그런데 주인영감 밥상에는 어란자반에 닭고기 무침까지 올라 있건만,
정작 김삿갓의 밥상에는 김치 깍두기에 가지나물 한 접시만이 덜렁 놓여
있을 뿐이 아닌가.

"저 놈의 늙은이가 어제저녁 나에게 속은 것이 분해,
오늘 아침에는 나를 계획적으로 골리고 있구나.
아무리 그렇기로 손님에 대한 차별 대우가 이렇게 심할 수가 있을까."

김삿갓은 속으로는 어지간히 약이 올랐지만 아무 말도 안하고 조반을
깨끗이 먹어 치웠다.

그리고 나서 주인 영감과 작별을 나누고 떠나는 길에 그 집 대문에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써 갈겨 놓았다.


천(天)자가 모자를 벗은 대신 점을 하나 얻었고,
내(乃) 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네.

天脫冠而得一點 (천탈관이득일점)
乃失杖而橫一帶 (내실장이횡일대)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천(天)자가 모자를 벗고 점 하나를 얻었다 함은 개 견(犬)자를 말함이요,
내(乃)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다 함은 아들 자(子)자가 분명하니
김삿갓은 주인 영감을 개자식이라고 써놓은 것이다.

양반 체면에 차마 개자식이라고 입으로 말할 수가 없어,
시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표현해 놓았던 것이다.
정말 "꼬시다"...?

 

 

초시 영감 댁을 나온 김삿갓은 전에부터 알고

지나던 시골의 한 서당을 들렸는데 훈장 선생은

보이지 않고 조무래기 생도들만 있 길래

예들아~아 아 선생은 어데 가셨나? 고

 

수차례 물었으나 생도들은 거지행색의 김삿갓을

처다 보지도 않고 글만 읽고 있었다.

이에 화가난 김삿갓은 생도들을 향해

큰소리로 욕지껄이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先生來不謁 (선생래불알) 이요.  선생은 와도 보이지 않고.

生徒念而習 (생도염이습) 이라.  생도는 글만 열심히 읽는구나.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요.    서당은 내 일찍부터 알고 있으니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이구나. 방안엔 모두가 귀한집 자손들이다.


서당 훈장선생이 돌아오자 생도들은 선생께 어떤 거지같은 

사람이 와서 이러이러한 욕을 하고 갔다고 일렀다.

훈장 선생은 아무 말 없이 삿갓선생이 간 골목길을 바라보며

빙그래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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