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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옛 시조 감상

김삿갓 이야기

by 베짱이 정신 2015. 2. 12.

김삿갓 이야기

 

방랑시인 김삿갓이 다 떨어진 옷에 삿갓을 눌러쓰고

석양에 어느 시골을 지나는데 서당에 글 읽는 소리가 들린다.

배도 고프고 좀 쉬어가고 싶어 서당 마당에 들어서니

시골 훈장이 장죽에 담뱃대를 물고 내다 보다가 문을 황급히 닫으며

"이곳은 선비들이 공부하는 곳이니 걸인은 다른 곳으로 가 보시오."한다.

 

김삿갓은 어이가 없었으나 참고 "나도 전에 글공부를 하였는데

()나 한 수 들어보고 가려합니다."

"당신이 시()를 알아 들을 수 있다면 내가 운자(韻字)를 줄 테니 지어보시오.

잘 지으면 저녁 대접을 하고 못 지으면 썩 물러가시오."라고 훈장이 말한다.

 

()라면 자신이 있는 김삿갓이 "그럼 운()을 띄어 보시오."하니

훈장은 "()"하였다.

"허다한 운자에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노."하니, 훈장은 놀라며 다시" "하였다.

"첫 번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인가" 훈장은 또 ""하였다.

"하룻밤 자는 것이 멱자에 달렸으니...."그런데 또 ""하였다.

"산촌훈장 단지 멱자 밖에 모르는구나."그제 서야 훈장이 문을 열고 미안한 기색으로

공손하게 인사하며 들어오시라 권하였다 고 한다.

 

김삿갓이 금강산에 갔을 때 날이 저물어 어느 작은 사찰을 찾아 갔다.

그 절에는 심보가 고약한 주지 스님이 있었는데 김삿갓을 보더니

"글공부를 좀 한 것도 같은데 운자(韻字)를 줄 테니

운각을 달아 한글 칠언시(七言詩)를 지어 보시오.

잘 지으면 숙식(宿食)을 제공해 주겠으나 그렇지 못하면 당장 떠나시오" 한다.

 

김삿갓은 "그럼 어서 운()을 불러 보시오." 하니, 주지스님이 "!" 한다.

"사면(寺面) 기둥 벌겋타!" 그러자 다시 "!"한다.

"석양 행객(行客) 시장타!" 스님도 질세라 또 다시 "!"

"네 절 인심(人心) 고약타!"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인데 더 하다가는 큰코다치겠으니

주지스님이 안절부절 하며 예를 갖추어 맞이하였다고 한다.

 

김삿갓, 그의 본명은 김병연이다. 조선 왕조 23대 순조 7(1807)에 태어났으나

가문이 망하여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면서 23세에 과거 시험에 급제한 천재였다.

그러나 과거 시험 문제가 홍경래 난 때에 굴복하여 역적이 된 선천 방어사 김익순의

죄를 꾸짖는 것이기에 "죽어서도 저승에도 못갈 놈, 만 번 죽어 마땅한 놈"이라 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하늘이 부끄러워 평생 삿갓을 쓰고 한 많은 방랑 생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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