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한 잔의 술을 기울이며
목구멍을 후비는 세월의 무게를 삼키면
어느새 붉어지는 두 볼 사이로
거칠게 내뿜는 숨소린
아마도 길고 긴 그리움의 한숨이리
붉은 등불 아래
땅콩 껍질 하나씩 벗겨가며
굳게 닫힌 검은 입술을
불그레 물들이는
표정 없는 그 손길은 무엇일까?
오늘도 그랬듯이
내일 또한
빈잔 가득 그리움을 채울 진데
넘치는 술향기에
그리움과 고독을 칵테일 하여
물안개 핀 호수에 종이배 띄우면
그 님은 이 맘알까?
그 님은 돌아오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