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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옛 시조 감상

세 번쯤 생각하라 - 이규보

by 베짱이 정신 2013. 5. 8.

세 번쯤 생각하라                           

我卒作事 悔不思之 思而後行 寧有禍隨
아졸작사 회불사지 사이후행 녕유화수

我卒吐言 悔不復思 思而後吐 寧有辱追
아졸토언 회불부사 사이후토 녕유욕추

思之勿遽 遽則多違 思之勿深 深則多疑
사지물거 거즉다위 사지물심 심즉다의

商酌折衷 三思最宜
상작절충 삼사최의 

- 이규보(李奎報) <사잠思箴 - 생각함에 대하여>




내가 갑작스레 일을 처리하고서는
찬찬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찬찬히 생각한 뒤에
일을 처리했더라면 어찌
화가 따르겠는가.

내가 불쑥 말을 뱉어놓고 나서는
다시 한번 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곰곰이 생각한 뒤에
말을 꺼냈더라면
어찌 욕됨이 따르겠는가.

생각은 하되
급히 하지는 말 것이니
급히 생각하면 어긋남이 많아진다.

생각은 하되
너무 깊이 하지는 말 것이니
깊이 하면 의심이 많아진다.

헤아려서 절충해보건데
세 번쯤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알맞다.


갑자기 일을 처리하면
꼭 후회할 일이 생긴다.

찬찬히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말을 내 뱉으면

당장은 시원할 지는 몰라도 이내
후회할 일이 생긴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말을 해도 늦지 않는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정도에 넘어서면 곤란하다.

생각을 급히 해야 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깊이 해도 안 된다.

그러다보면 의심할 투성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게 마련이다.

그러니 한 세 번쯤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

세 번쯤 생각한다고
모든 일이 다 맞아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찌하랴,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지만,

결정하는 것은
하늘의 일인 것을 ..

세상 만사 모든 일 앞에서는
신중(愼重)할 일이다.

*
이규보(李奎報1168~1241):
고려 중기의 문신. 자 춘경(春卿).
저서 <동국이상국집> <白雲小說> 등
2천 수십 수의 시작품을 남겼다.
시호 문순(文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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