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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사설, 시론, 칼럼

<시론> 이런 된장, 아무 것도 않고 사니 좋으냐?

by 베짱이 정신 2024. 2. 2.

<시론> 이런 된장, 아무 것도 않고 사니 좋으냐?

 

젊어서는 나 사느라 아무 말도 못 하고 등신같이 시킨 대로 하고 살았지만, 늙으니 세상 눈치 볼 것 없이 살게 되어 청말 좋다. 이 땅에 태어나 생존자체를 걱정하며 젊은 날을 위태롭게 보내었는데 이제는 나이도 들고 먹고사는 일에 목숨 걸 일이 없으니 이렇게 자유를 맛보는구나. 늙은이인 내가 아무리 정치적인 내 의견을 말한데도 시비걸 놈이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늙어 평화를 누리고 사는 걸 누구나 원한다. 그러나 늙으면 변화를 싫어해 수구적이 되어 내 자식들 앞을 가로막는데 나는 그 반대다. 왜 내 생각과 경험만 강조하나? 세상은 급변하는데? 그동안 내가 죽어라 했던 일들이 우리 모두를 위했던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것은 현실을 아무 탈없이 살고자 했던 생존 불안 심리를 뼈저리게 느낀 것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너무나도 바보같이 산 것이다. 그것은 다 같이 못살게 만드는 반민주적이고 반민족적인 놈들에게 세뇌당해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산 것이다. 

 

빈곤 탈출을 위한 국가적 노력은 내가 용서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이해 못 할 것은 인간성을 말살하고 인간을 하나의 기계로 만들고 나라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그들의 억지 주장에 빠져 지금껏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소리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도 그 논리에 빠진 소위 엘리트란 자들이 벌이는 특권의식에 젖은 비인간적이고 반민주적인 짓거리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같은 시대에 공부를 했고 같이 나라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는 그 순수했던 의도가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가? 

 

세월이 흘러 은퇴하고 내 삶을 돌아보니 과연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이 나라 발전을 위한 것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남길 수밖에 없다. 과연 내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이 우리의 공동체를 위하고 민주주의를  빛내고 모두의 삶을 위한 것이었나? 결국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제 다 늙어 지난날을 돌아보면 뭐 하리. 아무런 힘도 줄 수가 없는 걸. 내 자식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도 못 누리고 결혼도 못하는 현실, 거기에 애도 못나는 기가 막힌 현실을 볼 때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스럽다. 사느라고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부조리를 부조리하다고 말도 못 하고 못 고친 늙은이들, 겁에 질려 아무 소리도 못 냈던 늙은이들 이 모두가 공범이다.

 

그래 아무 말 없이 지내는 너는, 늙어 죽을 때까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것 같으냐?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악질적으로 나쁜 놈들이 많이 나오는데 너는 그런 위험을 제거하며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생각은 안 해봤느냐? 그냥 열매만 따 먹겠다는 것이냐?

그러고도 늙은이 대접을 받고 싶었느냐? 쪽팔리지도 않냐? 너만 좋으면 다 좋은거냐?

 

 

- 베짱이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