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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론, 칼럼

<칼럼> 재수 없으면 100 살 넘게 산다

by 베짱이 정신 2023. 11. 13.

<칼럼> 재수 없으면 100 살 넘게 산다

 

인간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가상하여 드디어 100세를 넘겨 120세에 가까운 수명을 살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영양상태, 위생상태가 획기적으로 좋아져 인간의 생명이 급속히 연장되어 지금까지 인류가 못 보던 위기에 처해있다. 고령화로 인한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은 말할 것 없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국가는 질병을 치료하는 비용보다는 질병 예방을 하는 것이 의료비를 줄일 수 있으니 당연히 질병예방에 초점을 맞춰 국가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또한 복지제도가 발달되어 늙어 치매에 걸리면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환자 보살핌으로 인한 가정파괴의 위험을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는 복지제도의 장점이다.

 

그러나 염려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게, 환자가 기력이 다해서 죽으려고 하면 살려 놓아 환자 본인의 고통은 물론 보호자들도 심적 고통 속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 일단 병원에 들어가면 내 맘대로 죽을 수도 없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지요. 때가 되어 자연사되려는데 죽지 못하게 자꾸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고 또한 치료 중단도 못하게 되어있으니 이것 참 난감한 일이로다. 이러니 재수 없으면 100 살 넘게까지 병원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제는 자신의 생명을 자신이 결정지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고쳐야 할 때가 되었고 논의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이쯤에서 종교계에서 신의 섭리 따위를 들고 나오며 절대 반대할 것이다. 아니 신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이 만든 것인데 인간이 필요하면 자신의 생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주인인데 주인 뜻대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고 싶다는데 신의 이름을 팔며 방해해서는 안된다. 그런 거는 신자들끼리나 하라.

 

사람이 자기 발로 다니고 스스로 먹고 생각하고 표현할 때까지가 인간적인 삶이고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사육장의 짐승이 되어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진다. 질병예방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것은 좋은 일인데 삶의 질이 문제다. 동물적인 삶으로 오래 살면 뭐 하나? 인간의 역할을 할 수 없는데. 재수 없으면 100 살 넘게까지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끔찍하다. 한 순간에 삶의 질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일찍 죽는 것이 재수 좋은 일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 베짱이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