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황진이 시조(時調)들은 '임'을 향한 애틋한 여인의 정한(情恨)을 읊은 시가(詩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진본(珍本)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속였관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업내
추풍(秋風)에 지난 닙소릐야 낸들 어이하리오.
<현대어>
내 언제 신의 없어 임을 속였기에
달마저 기운 한밤중에 온 뜻이 전혀 없네
가을 바람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찌하리오.
동지(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현대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봄바람처럼 향긋하고 따뜻한 이불 아래 서리서리 뭉쳐 넣어 두었다가
정든 님 오신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펼쳐놓으리라.
산(山)은 녯산(山)이로되 물은 녯물 안이로다
주야(晝夜)에 흘은이 넷물이 이실쏜야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안이 오노매라
<현대어>
산(山)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밤낮으로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뛰어난 인물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구나.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다냐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난 제 구태야
보내고 그리난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
<현대어>
아, 내가 하는 일이여! 그리워 할 줄을 몰랐더냐?
있으라 했으면 갔을까만 제가 구태여
보내고 그리워하는 심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청산(靑山)은 내 뜻이오 녹수(綠水)난 님의 정(情)이
녹수(綠水) 흘너간들 청산(靑山)이야 변(變)할손가
녹수(綠水)도 청산(靑山)을 못니져 우러예어 가난고
<현대어>
(변함없이) 푸른 산은 나의 뜻이요, (변함없이) 푸른 물은 임의 뜻이라
푸른 물이 흘러간들 푸른 산이 변할소냐?
(하지만 흘러가는)푸른 물도 청산(靑山)을 못 잊어 울며 흘러가는구나.
'옛 시조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杜甫[두보]의 曲江[곡강] (0) | 2013.04.21 |
---|---|
江畔獨步尋花 (0) | 2013.04.12 |
청초 우거진 골 (0) | 2013.04.07 |
마음이 어린 후(後)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0) | 2013.04.07 |
장진주(將進酒) (0) | 2013.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