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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옛 시조 감상

청초 우거진 골

by 베짱이 정신 2013. 4. 7.

황진이가 죽은 후에 조선 시대 최대의 풍류객(風流客) 남아(男兒)로 유명한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평안도사(平安都事)로 부임하러 가는 길에 송도(松都) 개성(開城)에 들러 황진이 무덤을 찾아가 그녀의 묘(墓)에 술을 뿌리며 다음과 같은 시조를 읊고 애달파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무쳣난이
  잔(盞) 자바 권(勸)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 하노라
.<출전 : 진본 청구영언>


  <현대어>

  푸른 풀만이 우거진 골짜기 무덤에 자고 있느냐, 누워 있느냐?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어디 두고 백골(白骨)만 묻혔느냐?
  술 잔(盞) 잡아 권할 이(사람) 없으니, 그것을 슬퍼하노라. 

 

   백호(白湖) 임제(林悌)는 왕명(王命)을 받드는 관리(官吏)가 죽은 기생(妓生)의 무덤을 찾아가 그 앞에서 울면서 이 시조(時調)를 지어 불렀다하여, 양반(兩班)의 체통을 떨어뜨렸다는 조정(朝廷)의 탄핵(彈劾)을 받아 벼슬에서 파직(罷職)을 당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가위(可謂) 황진이가 어느 정도의 명성(名聲)을 지닌 기생이었는가를 알 만한 일화(逸話)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