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悠悠自適 베짱이 나라
자작시

비오는 수요일엔 대폿집을

by 베짱이 정신 2013. 1. 29.

비오는 수요일엔 대폿집을

 

 

 

궂은비 하염없이 내리는 수요일엔

찢어진 우산이라도 들고

치럭치럭 비를 맞으며

한 잔 술 걸치러 대폿집을 가자

 

어둠은 밀물처럼 거리를 점령하고

줄이어 달려가는 자동차의 전조등불은

어서 오라 손짓하는 대폿집 주모의 달덩이 얼굴

이래도 안갈 텐가?

 

삐거덕 장단을 맞추는

어긋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뿌연 백열등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배 연기 모락모락 피어나고

잔술 따르는 주모의 걸쭉한 입담이

접시를 깨듯 시끌벅적 대폿집을 울리고

한 잔 술에 세상 좋아라 퍼드러지게 웃는

흰머리가 더 많은 마음만 청춘의 미소가 어둠 속에 빛나고

두 잔 술에 “여보! 한잔하소.” 술친구 되고

석 잔 술에 젓가락 장단에 맞춰

홍도야 울지마라를 목청껏 노래하는 곳

대폿집을 찾아가야 한다

비오는 수요일엔...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무야! 동무야!  (0) 2013.01.29
자네도 별 수 없네 그려  (0) 2013.01.29
그 님이 날 찾거들랑  (0) 2013.01.29
살고 싶어요  (0) 2013.01.29
사랑하는 내 아들아  (0) 201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