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흐르는 물처럼 산다는 건
긴 그림자 남기며
기울어 가는 석양과 같으리
한 때는 열혈남아가 되기도 하고
수 천 길 절벽 앞에 서서 마음을 비우며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깊은 주름살 박힌 노인이 되기도 하고
산다는 건
그리움을 채우려다
오히려 그리움에 묻혀
아픈 가슴 더 피멍들게 하는 것
산다는 건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의 바다
짝을 찾고 자리를 잡고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지만
갈수록 깊어지는 깊은 수렁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
산다는 것은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
달나라 얘기인 것 같지만
갑자기 다가와
준비 없는 이별을 고하는 시한폭탄